서 론
각 나라마다 죽음을 조사하는 고유의 검시(檢視)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법계는 대륙법계에 해당하고, 겸임검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겸임검시제도는 검사가 형사소송법에 의해 범죄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검시를 담당하는 제도로, 이 제도에 의한 사인 조사는 범죄와의 관련성 여부에 중점을 두고 있어, 범죄와 관련성은 없지만 공중 보건의 의미에서 중요한 사건인 경우에는 사인 조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일본은 지역에 따라 검시제도가 차이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영향으로 공중 보건의 차원에서 대도시에 감찰의 제도를 실시되었다[
1]. 감찰의 제도가 없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범죄성이 없는 경우 승낙부검이란 특이한 제도를 도입해서 사인 조사를 하고 있다[
2]. 하지만 감찰의 제도가 없는 지역의 부검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타살 사건이 은폐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존재하였다. 젊은 스모 선수의 타살 사건이 은폐된 이유가 사인 조사 제도의 미비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짐에 따라 사인 규명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3].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본법의학회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두 개의 법이 제정되었다. 경찰이 취급하는 시체의 사인 및 신원조사에 관한 법(이하 경찰 사인 및 신원조사법)은 2013년 4월부터, 사인 규명 추진 기본법은 2020년 4월부터 각각 시행되고 있다[
4,
5].
우리나라에서도 검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관련 기관들의 이해관계, 부족한 인적 및 물적 자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되었다. 검시제도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보면,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처음 국회에 상정한 이후, 최근에는 사인 확인 제도의 개선을 위해 모든 죽음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 검시법을 주장하는 데까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6].
본 연구는 최근에 진행 중인 일본의 사인 조사 제도 개선의 배경, 과정 및 관련 법률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고, 법의학 측면에서 제기되는 평가와 문제점들에 대해 고찰하였다.
본 론
1. 일본에서 사인 조사 제도 변화의 배경
(1) 사인 조사 제도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독일의 영향으로 1890년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하는 형사소송법이 제정되어 대학 법의학교실에 기반을 두고 사법부검이 행해졌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연합군 최고사령부 점령 하에서 종전 후 급격히 나빠진 위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감찰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도쿄 등 7개 도, 현에 감찰의 사무소를 두었다. 감찰의 사무소가 있는 지역에서는 범죄성의 유무와 상관없이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감찰의가 검안하고, 행정부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감찰의 제도는 현재 도쿄 23구, 나고야, 오사카, 고베 4개 도시에 한정되어 있다. 감찰의 제도가 없는 대다수의 지역에는 범죄수사에 편향된 사인 규명 제도가 계속되었고, 범죄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사인 규명이 필요하면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비용도 가족이 부담하는 특유의 승낙부검이 실시되고 있다.
(2) 변화를 초래한 사건
사인 조사 제도의 변화를 초래한 사건으로 두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7]. 가스 급탕기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건과 스모 선수 타살 은폐 사건이다. 가스 급탕기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건은 일본 팔로마공업이 1980년 4월부터 1989년 7월에 걸쳐 제조한 가스 급탕기에서 배기 팬의 동작 불량에 의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1985년 1월부터 20년간 28건(2007년 10월 13일 시점에서 사망 21명, 중증 및 경증 19명)이 발생한 사건이다[
8]. 1989년 홋카이도 기타미시에 사는 유족이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을 주장 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범죄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검을 하지 않고, 사인을 심부전으로 진단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사건 초기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진단되었다면, 이후의 유사 사건은 예방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사건은 초동 수사에서 범죄성이 없다고 해서 사인 규명이 충분히 되지 않았고, 또한 경찰이 얻은 정보가 수사상 비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사인 규명 제도의 미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모 선수 타살 은폐 사건은 2007년 6월에 발생하였다[
9]. 아이치현 이누야마시에 있는 훈련합숙소에서 당시 17세 스모 선수인 사이토 타카시가 훈련 시간에 심정지로 발견되어 근처 병원으로 이송하였으나 사망하였다. 급성 심부전을 사인으로 추정한 병원 의사의 의견에 따라 경찰은 사인을 허혈성심질환으로 발표하였다. 하지만 사인에 의심을 품은 부모에 의해 니이가타대학 의학부에서 승낙부검이 행해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좌멸증후군(외상성 쇼크)으로 판단되었다. 이후 선배 스모 선수들에 의한 폭행사실이 확인되었다. 검시제도의 허점으로 폭행치사사건이 은폐될 수 있었던 사건으로 사인 조사 제도 개선의 촉발점이 되었던 사건이었다.
(3) 사인 조사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과정
사인 조사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은 2005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에서 사인 규명 실무팀이 구성되어 2007년 6월 비자연사 시체의 사인 규명의 적절한 실시에 관한 법 및 법의과학연구소 설치 법안이 제출되었다[
10]. 2008년 5월 중의원 법무위원회에 사인 규명에 관한 공부모임, 2009년 3월 이상사 사인 규명제도 확립을 목표하는 의원연맹 등 국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일본법의학회는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여 2009년 1월 “일본형 사인 규명 제도의 구축을 목표로; 사인 규명 의료센터 구상” 이라는 제목으로 검시제도의 개혁을 촉구하고, 전국적으로 사인 규명 의료센터의 설치를 제안하였다[
11]. 2009년 7월 중의원 해산으로 민주당이 제출한 사인 규명에 대한 두 개의 법안은 폐기되었다. 2009년 9월 집권한 민주당은 새로운 사인 규명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였고, 2010년 6월 자민당과 공민당도 사인 규명 추진 법안을 제출하였다.
2012년 민주당, 국민신당 연립정권이 사인 규명 추진에 관한 법률[
12] 및 경찰 사인 및 신원조사법을 국회에 제출하여 여야 합의로 통과되어 2013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사인 규명 추진에 관한 법률은 제정될 당시 시행 후 2년간 내각의 사 인 규명 추진 계획에 연계한다는 취지로 2014년까지만 유효한 시한입법으로 만들어져 통과되었다. 하지만 새 법에 의한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이 보류되었기 때문에 시한입법으로 된 사인 규명 추진에 관한 법률은 성과가 부족한 채 2014년 9월에 실효를 거두게 된다. 사인 규명 추진에 관한 법률의 실효에도 불구하고 내각에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는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이 사인 규명 추진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게 되어 내각부에 사인 규명 시책 추진실을 설치하였고, 2014년 6월 사인 규명 추진 계획이 내각에 의해 통과되었다[
13]. 이후 여당이 된 자민당과 공명당은 2012년 제정된 사인 규명 추진에 관한 법률을 승계하는 법으로 사인 규명 추진 기본법 안을 제안했지만 입법 활동이 계속 진행되지 않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 2019년 6월에야 사인 규명 추진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되어 2020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 경찰 사인 및 신원조사법 주요 내용
(1) 목적
경찰이 취급하는 시체에 대해 조사, 검사, 부검, 기타 사인 또는 신원을 밝히기 위한 조치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 사인이 재해, 사고, 범죄, 기타 시민생활에 위해를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피해의 확대 및 재발 방지, 기타 적절한 조치를 실시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유족의 불안 완화 또는 해소 및 공중위생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시민생활의 안전과 평온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시체 발견 시 조사
경찰은 그 직무에 관하여 시체를 발견하거나 발견한 취지를 통보 받은 경우 신속히 해당 시체를 취급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찰서의 경찰서장에게 그 취지를 보고하여야 한다. 경찰서장은 규정에 보고 또는 시체에 관한 법령에 의거한 신고와 관련된 시체(범죄행위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되는 시체 또는 형사소송법 상의 변사체는 제외한다. 이하 취급 시체라고 한다.)에 대하여 사인 및 신원을 밝히기 위하여 외표 조사, 시체가 발견된 장소 조사, 관계자에 대한 질문 등 필요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3) 검사 및 부검
경찰서장은 취급 시체에 대해 사인을 밝히기 위해 체내의 상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필요한 한도에서 체액을 채취하여 출혈 상황의 확인, 체액 또는 소변을 채취하여 약물 또는 독물과 관련된 검사, 사후 영상 진단 및 기타 시행령으로 정하는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규정에 따른 검사는 의사가 하도록 한다. 단, 전문적 지식 및 기능을 요하지 아니 하는 검사로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찰관이 실시할 수 있다.
경찰서장은 취급 시체에 관하여 국립, 공립, 사립학교 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의 기관에 소속된 의사 및 법의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 경험을 가진 자의 의견을 듣고 사인을 밝히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부검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부검은 의사에게 실시하게 한다.
경찰서장은 규정에 따라 부검을 실시할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미리 유족에게 부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여야 한다.
(4) 신원 확인을 위한 조치
경찰서장은 취급 시체의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한도에서 혈액, 치아, 뼈 등 시체의 조직 일부를 채취하거나 체내에 이식된 의료기기를 적출하기 위하여 시체를 절개할 수 있다. 규정에 따른 신원을 밝히기 위한 조치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실시한다. 단, 혈액 채취, 손톱 절제 및 그밖에 조직의 채취 정도가 경미한 조치로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찰관이 실시할 수 있다.
(5) 관계 행정기관에 통보
경찰서장은 규정에 따른 조치 결과 밝혀진 사인이 동종의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취지를 관계행정기관에 통보한다.
(6) 인재육성 및 법의학 교육
정부는 취급 시체의 사인 또는 신원을 밝히기 위한 조치가 정확하고 적절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해당 조치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 의사, 치과의사의 인재육성 및 자질 향상, 대학에서 법의학과 관련된 교육 및 연구의 내실화, 시체의 검안 및 부검, 시체의 과학적 조사(사인 또는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시체에 대하여 실시하는 약물 및 독물과 관련된 검사, 사후 영상 진단, 유전자 구조의 검사, 치아의 조사 및 그 밖의 과학적인 조사를 말한다)의 내실화 및 그밖에 필요한 체제 정비를 도모한다.
3. 사인 규명 추진 기본법 주요 내용
(1) 목적 및 기본 이념
1) 목적
사인 규명(신원 확인을 포함)에 관한 기본 이념을 정하고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의 책무를 분명히 하고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의 기본과 추진 계획의 책정이 되는 사항을 정한다. 동시에 사인 규명 추진 본부를 설치하여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을 종합적이고 계획적으로 추진하여 안전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와 생명이 존중되고 개인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사회의 실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기본 이념
사인 규명은 사망자와 유족의 권리 이익을 감안하고, 생명 존중과 개인의 존엄성 유지로 이어질 것이다. 사인 규명의 적절한 실시는 사망으로 인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원 확인의 적절한 실시는 유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려 생명 존중과 개인의 존엄성 유지로 연결됨과 동시에 국민 생활의 안정과 공공질서의 유지에 이바지한다. 사인 규명은 의학, 치의학 등에 관한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진료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인 규명 시책의 추진은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절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령화의 진전, 어린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 등 사회 정세의 변화를 감안하면서 사인 규명을 통해 얻은 지식이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비롯한 공중위생의 향상 및 증진에 이바지하는 정보로 널리 활용 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재해, 사고, 범죄, 학대 등, 시민 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상황, 즉 피해의 확대 및 예방이 가능한 사망인 경우, 사인 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 등 적절한 조치가 실시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2) 국가, 지방 자치 단체, 대학의 책무 및 제휴 협력
국가는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책무가 있다. 지방 자치 단체는 기본 이념에 따라,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에 관해 국가와 적절한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지역의 상황에 맞는 시책을 수립하고 실시하는 책무를 가진다. 대학은 기본 이념에 따라 사인 규명에 관한 인재 육성과 연구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 지방 자치 단체, 대학, 의료기관, 관계 단체, 의사, 치과 의사 등 사인 규명에 관계하는 자는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이 원활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상호 연계를 도모하면서 협력해야한다.
(3) 기본 시책
1) 사인 규명에 관한 인재 육성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사인 규명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의사, 치과 의사의 사인 규명에 관한 교육의 내실화, 사인 규명에 관한 연수, 인재 육성 및 자질의 향상과 적절한 대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경찰의 사인 규명이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사인 규명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의 육성 및 자질 향상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2) 사인 규명에 관한 교육 및 연구 거점의 정비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사인 규명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재 확보 및 연구 축적이 정확한 사인 규명에 필수적임을 감안하여 대학에서 사인 규명에 관한 교육, 연구 시설의 정비 및 내실화, 기타 사인 규명에 관한 교육 및 연구 거점의 정비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3) 사인 규명을 실시하는 전문 기관의 전국적인 정비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사인 규명이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호 연계를 도모하고 협력하면서, 법의학, 법치의학에 관한 지식을 활용하여 사인 규명을 하는 전문 기관을 전국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4) 경찰의 사인 규명 실시 체제의 내실화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경찰의 사인 규명이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경찰의 시체에 관한 수사, 검시, 사인과 신원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위한 실시 체제의 내실화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5) 시체 검안 및 부검 실시 체제의 내실화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의사에 의한 부검이 사인 규명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감안하여, 의사가 실시하는 사인 규명이 정확하고 적절히 수행 될 수 있도록 시체 검안 및 부검을 실시할 수 있는 체제의 내실화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6) 사인 규명을 위해 시체의 과학적 조사 활용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사인 규명을 위해 시체에 대한 과학적 조사의 유용성을 감안하여 병리학적 검사와 약물 및 독성에 관한 검사를 위한 실시 체제의 정비, 사인 규명에 관계하는 자들 사이에 사후 영상 진단을 활용하기 위한 협력 체제의 정비, 기타 사인 규명을 위해 시체에 대한 과학적 조사의 활용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7) 신원 확인을 위해 시체의 과학적 조사 내실화 및 신원 확인 데이터베이스 정비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신원 확인을 위해 시체에 대한 과학 조사가 대규모 재해 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내실화를 기하는 동시에, 치과 진료 정보 표준화 촉진, 표준화 자료의 복사본 축적 및 관리 등, 신원 확인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의 정비를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8) 사인 규명에 의해 얻어진 정보 활용 및 유족 설명 촉진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의 적절한 실시에 도움이 되도록, 사망자와 유족의 권리 이익을 배려하면서 경찰, 법의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 경험을 가진 의사 또는 치과 의사, 진료에 종사하는 의사 또는 치과 의사, 보건사(Public Health Nurse), 간호사, 기타 의료 관계자가 사인 규명을 통해 얻은 정보를 상호 공유 및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유족의 심정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사인을 규명하여 얻은 정보를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유족에 설명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9) 정보의 적절한 관리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사망자와 그 유족의 권리 이익을 배려하여 사인 규명에 의해 얻어진 정보의 적절한 관리를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4) 사인 규명 추진 계획, 사인 규명 추진 본부 및 사인 규명 추진 지역 협의회
정부는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의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추진을 도모하기 위해,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의 추진 계획을 정하여야한다. 후생노동성에 특별 기관으로서 사인 규명 추진 본부를 둔다. 지방 자치 단체는 그 지역의 상황에 따라 사인 규명을 실시하는 전문 기관의 정비, 기타 사인 규명에 관한 시책을 검토하고, 실시하여, 실시 상황을 확인하고, 평가하기 위한 사인 규명 추진 지역 협의회를 설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5) 의료의 제공과 관련하여 사망한 사람의 사인 규명에 관한 제도
의료의 제공과 관련하여 사망한 사람의 사인 규명에 관한 제도는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의한다.
결 론
일본의 사인 조사 제도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두 법의 주요 내용 중 법의학 입장에서 주목해야할 내용을 평가해보자 한다. 각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찰 사인 및 신원조사법 중 중요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되는 시체 또는 변사체를 제외한 시체에 대해 경찰이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의 동의가 없이 부검이 가능해졌다. 둘째, 사인 및 신원 확인을 위해 부검 전 검안 단계에서 침습적 검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검사는 물론 의사 및 치과의사가 실시하는 것이지만, 전문적 지식 및 기능을 요하지 아니하는 경우나, 조직의 채취 정도가 경미한 조치는 경찰이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제도 변화로 감찰의 관할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범죄성이 낮은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유족의 동의가 없이 부검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경찰 사인 및 신원조사법이 시행된 이후 부검률의 변화를 보면, 법의 부검 전체 건수는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고, 사법부검, 행정부검 건이 새로운 법에 의한 부검으로 대체되거나, 새로운 법에 의한 부검 건수의 60% 이상을 도쿄, 가나가와 등 종래부터 부검률이 높은 지역에서 차지하는 등, 부검률의 지방간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1].
기존의 사인 규명에 관한 법인 형사소송법과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에 의한 부검, 즉, 사법부검, 행정부검, 승낙부검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형태의 부검을 추가한 것으로 현재 모두 4종류의 부검 제도가 존재하는 매우 복잡한 상태이다. 또한 초동 수사에서 변사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변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여전히 법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일본법의학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은 사인 조사 제도의 개선에 있어서 일단 과도기적인 것으로 생각되며, 최종적으로는 경찰 부검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통합적인 법의 부검 제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4].
경찰에 의한 사인 및 신원 확인을 위해 부검 실시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침습적 검사를 인정하고 있는 점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서 특이하다. 하지만 이런 침습적 검사가 지나치면 부검 전 귀중한 증거를 파괴할 수 있고, 부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일본법의학회에서는 검안 단계의 침습적 검사는 부검을 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실시하지 않아야 하며, 침습적 검사의 주체와 범위에 대해 미리 엄격한 기준을 정해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14].
총론적인 의미를 가진 사인 규명 추진 기본법 내용 중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사인 규명의 의미를 생명 존중과 개인의 존엄성 유지와 연결되는 것과 동시에, 국민 생활의 안정과 공공질서의 유지에 이바지하는 데 두고 있다. 둘째, 사인 규명에 관한 인재 육성 등, 사인 조사 제도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망라하는 9개 항목의 구체적인 시책을 포함하고 있다. 셋째, 정부는 사인 규명에 관한 추진 계획을 만들어야 하며, 후생노동성에 특별 기관으로서 사인 규명 추진 본부를 두고, 지방 자치 단체에는 사인 규명 추진 지역 협의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인 규명의 의미를 단순히 범죄와의 관련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생명 존중과 개인의 존엄성 유지와 연결시키고, 국민 생활의 안정과 공공질서의 유지에 이바지하는 것으로까지 확대한 점과 사인 규명 제도에 국가가 책임을 지고 시책을 운영하는 점은 사인 조사 제도 개선의 큰 진전으로 보인 다. 하지만 사인 규명 추진 기본법에 의한 9개의 기본 시책을 각 지역에서 어떻게 실시해 나갈지가 과제가 된다. 기본 시책을 실시하기 위해서 각 지역에서 검안의사, 부검의사, 부검기관, 사후 화상 진단 시설, 약독물 검사 시설 등 사인 규명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여부가 새로운 법에 의한 사인 조사 제도의 정착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개선이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에서 재정, 시설 확보 및 규정의 제정 등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법의학회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부검 및 제 검사 실시기관의 설치에 관하여 우선적으로 입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14].
우리나라와 같이 겸임검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범죄와 관련성 여부에만 중점을 둔 사인 조사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현재 진행 중으로 앞으로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긍정적인 면과 교훈이 될 수 있는 면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들은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검시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을 준비할 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clinical research grant in 2020 from Pusan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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