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질식사(asphyxia)는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통계에 따르면 외인사 중 세 번째로 빈번하게 일어날 정도로 흔한 사인 중 하나이다. 질식사의 주된 기전은 경부압박질식사(목졸림질식사, asphyxia due to neck compression)이고, 비구폐색성 질식사, 기도폐쇄성 질식사가 그 뒤를 이었으며, 경부압박질식사는 의사, 교사, 액사 순이었다. 한편, 전체 질식사에 대한 사망의 종류는 자살이 가장 흔하였으며, 사고사, 타살 순으로 많았다[
1].
저자들은 최근 넥타이와 밀가루를 이용하여 자살한 질식사 사례와 안마기에 의한 사고성 질식사 사례 등 특이한 부검 례를 경험하였다. 이 사례들은 국내에 보고된 바가 없는 매우 독특하고 드문 형태의 질식사 사례들로서 문헌 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고자 하며, 법의학 감정에 있어서 사인과 사망의 종류를 판단하는 데 변사 현장의 중요성을 함께 논하고자 한다.
고 찰
일반적으로 질식사는 한 가지 방법을 통해 행해지고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통한 질식사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2]. 이상한 형태의 질식사 사례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59세 남성이 주방용 비닐봉지를 얼굴과 머리에 쓴 채로, 아래쪽 목에는 스트레칭용 고무밴드를 감아 완전히 밀봉 한 상태로 안전벨트를 목에 감아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고, 66세 남성이 런닝머신에 빨래줄로 목을 매고, 오른쪽 귀 위에 접속 도선을 부착하여 감전사한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3], 낙지와 주꾸미에 의해 기도가 막혀 사망한 사고사 사례가 보고되었다[
4]. 외국의 경우, 52세 남성이 얼굴에 포장용 테이프를 감고, 목을 전기선으로 묶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고[
5], 물고기의 종류인 서대기(whole
Solea solea)를 삼키다가 기도가 막혀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6].
2010년, 외국의 문헌에서는 증례 1과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48세의 한 남성이 숲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발견되었는데, 목에는 버클이 조여진 벨트가 묶여있었고, 입 속에는 흰색의 회반죽(목조 바탕, 콘크리트 블록, 벽돌 바탕 등에 쓰여, 벽체나 천장 등을 보호하는 미장용 반죽)이 가득 찬 상태였다[
7]. 한편, 이란에서도 회반죽을 이용하여 자살한 사례들이 보고되기도 하였으나[
8], 증례 1의 경우처럼 넥타이와 밀가루를 이용하여 자살한 질식사 사례는 국내에 문헌상으로 보고된 바가 없고, 자교사, 비구폐색성 질식사, 기도폐쇄성 질식사 등 세 가지의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는 특히 매우 드문 사례로 판단되었다.
증례 1은 넥타이와 변사자의 얼굴, 흉복부, 팔다리부위에는 다량의 밀가루가 묻어있었지만, 넥타이가 매어진 목 부위, 등 및 둔부에서는 밀가루가 묻어있지 않았고, 변사자의 옆에 놓여진 물이 담긴 그릇은 쏟아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작성한 기록에 의하면, 넥타이는 2회 감겨져 앞쪽에 매듭이 지어진 상태로 그 둘레가 약 39.0 cm로 측정되었다고 하며, 변사자의 목둘레는 약 34.0 cm로 측정되어 불충분한 교사의 기전, 즉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데 따른 질식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울러, 추가로 제공받은 현장사진에서는 목에 넥타이가 매어진 상태에서 그 위로 밀가루가 묻어있는 상태를 확인 하였다. 기도 내에는 밀가루가 가득 차 있었으며, 얼굴의 울혈상태는 통상의 교사의 경우 볼 수 있는 것보다는 약한 소견을 보았고, 눈꺼풀결막에서도 소수의 점출혈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밀가루에 의한 비구폐색성 질식사와 기도폐쇄성 질식사의 기전이 자교사의 기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저자들은 부검소견과 현장사진을 종합하여 변사자는 1차적으로 먼저 넥타이를 이용하여 자살을 시도한 후, 죽음에 이르지 못하자 밀가루를 흡입하였고, 구강, 비강, 하부 기도 등에 밀가루가 흡인되어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이 증례는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통해 자살한 복합자살(complex suicide)의 형태이다. 이는 계획된 복합자살(planned complex suicide)과 계획되지 않은 복합자살(unplanned complex suicide)로 나뉘는데, 계획된 복합자살은 첫 번째 방법이 실패할 경우 2, 3차의 방법이 자동적으로 행해질 수 있도록 하는 형태를 말하며,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이 동시에 작용되도록 한다. 계획되지 않은 복합자살은 첫 번째 방법이 실패한 후, 다른 방법을 통해 2, 3차의 방법으로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형태를 말한다[
9]. 증례1은 변사자가 넥타이를 통하여 자교사를 시도한 후, 사망하지 않자, 2차의 방법인 밀가루를 이용하여 자살한 사례로서 계획되지 않은 복합자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예전에는 돼지 등 가축을 도살할 때 밀가루를 이용하여 질식시키는 방법이 사용되었다고 하여, 변사자의 직업을 파악해 보았으나 도축장에는 근무한 적이 없는 단순 농부였다.
증례 2는 변사자의 얼굴, 눈꺼풀결막의 고도의 울혈과 다수의 점출혈, 그리고 목에 보이는 수평의 삭흔 등을 종합해 볼 때, 부검을 시작할 당시에는 타살을 고려해 보아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추가로 제시된 수사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현장에서 회전부에 천이 덮여져 있지 않은 안마기가 발견되었고,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변사자는 남방셔츠를 입은 채 안마기 위에 누워있었으며, 입고 있던 남방셔츠가 안마기에 말려 들어가 있어 목격자가 이를 찢었다고 하였다. 부검 후 제공받은 남방셔츠는 목 단추가 뜯겨 나간 채 변사자의 혈액이 묻어있었고, 왼쪽 가슴부위가 찢겨 있었다. 특히, 안마기 회전부의 위치와 비교할 때, 변사자의 왼 어깨뼈 뒤 부위에서 보이는 국소적인 근육간출혈은 변사자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안마기에 의해 받은 손상으로 추정되었다. 저자들은 이상의 사실을 근거로 사고성 질식사로 최종 판단하였으며, 불행히도 목격자는 당황하여 변사자를 발견한 상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였고, 주어진 남방셔츠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재현하지는 못하였지만, 변사자가 안마기를 사용하던 중, 입고 있던 남방셔츠의 칼라가 천이 덮여 있지 않은 안마기의 회전부에 말려 들어가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본 증례들은 특이하고 아주 드문 질식사 형태로서 저자들은 경험을 나누고자 보고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확한 법의학 감정을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논하고자 하였다. 현재의 검시제도로는 법의학자는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검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사인은 물론 사망의 종류까지 명확히 규명하기가 어렵다. 본 증례들의 경우도 부검을 시행하기 전 제시된 사건개요에서는 증례 1의 경우 밀가루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으며, 증례 2 역시 안마기라는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부검 후 추가로 제공받은 변사현장에 대한 수사결과를 근거로 사망의 종류에 대한 법의학적 판단이 가능하였으며, 부검소견과 종합하여 복합자살에서 있어 선행행위까지도 추정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법의학자가 부검을 시행할 때 문서상의 사건개요뿐만 아니라 입회수사관 면담을 통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은 후 사인규명에 나설 것을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주변에는 안마기뿐만 아니라,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고장난 채 사용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치거나 치명적인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약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피해 사례에 대해서는 학술활동을 통해 관계기관과 공유하거나 대국민 홍보를 통해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