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화질소(N2 O) 및 일산화탄소(CO) 중복 흡입에 의한 특이적 자살 사례
A Case of Unusual Suicide due to Overlapping Inhalation of Nitrous Oxide and Carbon Monoxide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Nitrous oxide (N2 O) is a chemical used as a medical anesthetic supplement, industrial semiconductor cleaning agent, and food additive in the manufacture of whipping cream. Nitrous oxide causes hypoxemia and suffocation during repeated inhalation. In severe cases, it causes coma and death. Some of those who are not aware of the dangers still illegally obtain and abuse nitrous oxide even with the law enforcing its use, and some people seem to have abused nitrous oxide after purchasing large amounts in small containers before the law has taken effect. Deaths from misuse of nitrous oxide are extremely rare in South Korea compared to those from other addictions such as carbon monoxide poisoning. No autopsy or follow-up blood tests were performed in this case. However, this is a unique and rare case in which carbon monoxide inhalation due to the combustion of lightning coal at the last moment overlaps with continuous inhalation of large amounts of nitrous oxide for several days beyond simple hallucination use, and is included in this report with a simple literature review.
서 론
아산화질소(nitrous oxide, N2 O)는 우리에게 ‘웃음가스’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의료용 마취보조제, 공업용 반도체 세정제, 휘핑크림 제조 시 식품첨가물 등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환경부는 2017년 7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이런 목적으로 소지·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휘핑가스 해피벌룬’으로 집·호텔 등에서 소란을 피우며 환각파 티를 벌이고, 노래방에서 분무기를 이용해 휘핑가스를 흡입하는 등 아산화질소를 환각목적으로 구매해 흡입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2019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산화질소를 온라인에서 구매해 환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자 휘핑크림 제조용 소형용기 아산화질소 제품의 제조·수입·유통을 전면금지하고, 아산화질소는 2.5 L 이상의 고압금속제 용기에만 충전하도록 하는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만든 후 1년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20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반복 흡입 시 저산소혈증을 유 발하여 질식을 일으키고 심하면 혼수상태 및 사망에 이른다. 일부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이 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여전히 불법적으로 구하여 오남용하고 있으며, 법이 시행되기 전 소형용기에 담긴 아산화질소를 다량으로 구입해 놓은 뒤 오남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국내에서 개인의 아산화질소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사례는 각종 화학물질(약물, 가스, 농약 등)에 의한 중독사에 비하여 굉장히 드물다. 통계청에서 발행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서는 화학물질에 의한 사망은 3,515건으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였다. 아산화질소 사망사례는 적은 발생 건으로 인하여 기타가스로 분류되어 정확한 통계치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통계조사의 기초가 되는 경찰청 과학적범죄분석시스템의 변사자료를 보면 2017–2019년 아산화질소와 관련된 사망은 매년 2–3건 내외로 극히 적은 발생 건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사례는 사후 혈액검사 및 부검 등을 통한 객관적 검증은 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아산화질소를 단순 환각용도를 넘어서 많은 양을 수일간 지속적으로 흡입하면서 번개탄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흡입이 중복된 독특하고 드문 치명적인 오남용의 사례로, 간단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1. 사건개요
변사자는 28세 여자로, 2020년 6월 22일 20:47경 2박 예정으로 한 호텔에 입실 후 6월 25일 02:27경 계좌이체로 1박을 연장하였으며, 6월 25일 09:25경 숙박예약어플을 통하여 13:00–18:00까지 대실을 연장하였다. 이후 시간이 지나도 퇴실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호텔관계자가 연락을 취하였으나 답이 없어 6월 25일 22:30경 해당 객실을 열어보니 변사자가 침대에 누운 채 사망해 있어 신고했다고 하였다.
2. 현장 및 검시소견
사건 현장은 서울시내의 한 호텔로 주차장 입구, 카운터, 엘리베이터에 CCTV가 설치되어 있음이 확인되었고, 출입문에서 침입흔적이나 파손흔적 관찰되지 않았다. 변사자는 침대 위에서 목욕가운과 반바지를 입은 채 베개를 베고 왼쪽으로 돌아누워 사망한 상태로 입에는 파란색 풍선이 물려져 있고(Fig. 1) 오른손이 살짝 닿아 있는 모습이다(Fig. 2). 변사자 주변을 보면 (1) 침대 위 쇼핑백에 개봉된 아산화질소 포장 상자 22개, 미개봉된 상자 10개(1상자=10개의 은색 카트리지=총 80 g [8 g×10 ea, 아산화질소 100%]), 쇼핑백 안에 사용된 은색카트리지 200여 개(Figs. 3, 4), (2) 변사자 뒤쪽 침대 위 휘핑기 1개(빈상태), 부탄가스가 연결된 가스토치(Fig. 4), (3) 침대 우측 옆 바닥 철재 쓰레기통 속 타다 남은 번개탄 2장 및 숯덩이(총 4 kg 중 3 kg 사용 추정, 열기가 남아 있음), (4) 침대 우측 옆 바닥 쇼핑백 안에 개봉된 아산화질소 상자 51개(1상자=10개의 은색카트리지=총 80 g [8 g×10 ea]), 쇼핑백에 든 500여 개의 사용된 은색 카트리지, 유서 형태의 편지(Fig. 5), (5) 침대 매트리스 위 다수의 풍선, (6) 침대 좌측 옆 바닥 검정비닐봉투 안 번개탄포장봉지(2개입) 1개와 숯봉지 2개(2 kg×2개, 약 1 kg 남음), (7) 화장실 욕조 위 널려진 풍선 2개, (8) 구토물로 얼룩져 있는 변사자의 반팔상의 및 반바지, (9) 주차장 변사자 차량 트렁크 안 미개봉된 아산화질소 상자 100개 이상 관찰되는 상태로, 그 외 방안 작은 탁자 및 바닥 위에 다수의 술병, 음료수병, 담배, 도넛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져 있고 기타 향정신성약물 및 다툼·침입흔적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 외 담당형사의 관계자 조사과정에서 변사자가 숙박하는 동안 이상한 웃음소리 등 괴음을 내는 것을 들었으며, 변사자는 평상시 건강하였다는 진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표검시에서 골절·찔린상처·멍 등 죽음에 이를 만한 외력 에 의한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체 왼쪽방향으로 선홍색 시반이 관찰되었고, 얼굴·목·손바닥·가슴 부위에서 땀이 나 있었으며, 얼굴과 코 안에서 소량의 검정 그을음이 관찰되었다. 또한 입안 및 입고 있던 옷에서 구토물이 관찰되었고, 양 손에서의 경직은 일부 손가락이 비틀어지는 등 뇌성마비나 간질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근긴장이상증처럼 보이기도 하였으며, 양 손톱에서 청색증으로 추정할 수 있는 보랏빛 변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사현장에서 1차 사인(cause of death) 추정하는바, 변사자 신체에서 죽음에 이를 만한 손상이 없고 호텔 CCTV 및 출입기록상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는 점, 침대에서 아산화질소를 다량 흡입하고 번개탄 및 숯을 피운 점, 유서가 관찰되는 점으로 미루어 자살시도를 하였고, 아산화질소 및 일산화탄소 흡입 후 저산소혈증에 의한 질식형태의 중독사로 추정하였다. 더불어 아산화질소이든 일산화탄소이든 어느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사망할 수 있는 현장 모습이었기에 한쪽으로 사망의 원인을 좁혀 생각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발견되는 사용된 아산화질소 카트리지의 양 및 아산화질소 흡입 시 급성 중독 효과를 생각할 때 사망의 과정에서 아산화질소가 오남용 되었음을 배제할 수는 없기에 일산화탄소 및 아산화질소의 중독이 병합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추정되는 아산화질소 총 흡입량은 현장에서 개봉된 채로 발견된 아산화질소 포장상자(73개) 안에 있는 사용된 카트리지를 기준으로 생각하였을 때 최대 약 5,840 g (73 pack×10 ea×8 g)로 굉장히 많은 양이며, 일 회에 걸쳐 흡입한 것이 아닌 3박 4일간 흡입을 여러 번 반복한 것으로 보였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에서 수일간 다량의 아산화질소 흡입이 심·혈관계 및 신경계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고 찰
아산화질소는 무색의 기체로 일반적으로 진정과 통증 완화에 사용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취하는 기분을 들게 하거나 불안을 감소시키기도 하고 최면효과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흡입 시 별다른 거부감이 없고 진정효과가 있어서 치과나 외과계열의 시술 또는 가벼운 수술에 마취보조제로 사용되기도 한다[1]. 휘핑크림의 추진체로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이기도 하며,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산화질소가스를 통한 공기압축 및 연소강화를 통하여 엔진 성능을 높이는 데에 사용되기도 한다. 의료적으로 아산화질소는 분해성 마취제로 분류되며, 공중에 떠다니는 느낌, 왜곡된 인식, 드물게 시각적 환각을 일으킨다.
아산화질소에 노출된 후 나타나는 급성 독성은 산소 공급량이 감소하여 유발된 질식에 의한 것으로[2], 아산화질소는 섭취량, 체중 및 건강상태, 복용의 반복성, 다른 약물과의 중복사용 등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급성중독 효과로는 수분간 행복감·감각저하·진정·현기증·주체할 수 없는 웃음·흐릿한 시야·혼란·어지러움·땀 흘림·비정상적 허약감·구토·오심·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양의 아산화질소 흡입은 혈압저하·실신·심장마비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장기간 아산화질소 흡입에 따른 만성중독 효과로는 기억력 손실·비타민 B12 산화 및 불활성화(뇌와 신경 손상을 유발)·귀에서 울리거나 윙윙거리는 소리·요실금·손이나 발의 저림·사지 경련·면역력 저하·생식계통의 붕괴·우울증·심리적 의존이 나타날 수 있다[3–5]. 또한 아산화질소는 폐 등 체내에 공기가 있는 부분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성질이 있어 폐로 들어갈 경우 압력 및 부피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허탈을 초래하여 저산소혈증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고, 체내에 공기가 있는 부분에 대한 압력 및 부피 특성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장폐색, 기흉, 중이 및 부비동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아산화질소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백혈구 생산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면역억제 환자에게는 아산화질소를 투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6].
아산화질소는 조직 중에서 불용상태로 빠르게 확산되어 독성 효과를 나타내고, 폐확산에 의해 빠르게 배출되는 특성상 살아있을 때나 죽은 후에도 혈액 등 신체 내에서 아산화질소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아 아산화질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7], 아산화질소 흡입에 의한 산소부족 및 구토물 흡인에 의한 기도폐색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해외보고도 있다[8]. 우리나라에서 아산화질소와 관련된 사망은 드물지만, 발생한 사망사건에서의 부검사례를 보면 해부학적인 사인규명은 어려워 발견당시 정황으로 사인추정을 하였으며, 목맴이 동반된 아산화질소 흡입 관련 사망에서 심장혈액 내 아산화질소 농도는 22.53 mg/L 로 확인되기도 하였으나 급사 및 질식사의 소견 이외 특이한 소견은 찾을 수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고[9], 일반적으로 아산화질소의 혈액 내 치사 농도는 100 mg/L로 46–180 mg/L 의 범위 내에서 사망 가능하다고 한다[10].
아산화질소 흡입에 의한 사망사례는 그 발생 건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범죄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부검 등 과학적 검증을 통하지 않고 사건 처리되고 있고 사후 신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증상도 불분명하여 아산화질소 중독에 의한 사망을 규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 사례의 경우, CCTV·유서·현장상황 등 자살 정황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부검 및 약독물검사가 시행되지는 않아 객관적인 해부학적 사인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학계에 보고된 아산화질소 급성중독 증상들 중 비정상적인 웃음소리·변사자 신체에서의 땀흘림·구토흔·청색증이 변사자에게서 확인되고 일산화탄소 중독의 흔한 사후현상인 선홍색 시반이 관찰되는 점, 700 여개의 아산화질소 카트리지가 개봉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아산화질소 오남용에 의한 중독 및 번개탄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의 병합에 의한 저산소혈증 질식사로 사망하였고 이는 복합자살(complex suicide)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는 아산화질소 가스 구매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시작되었음에도 시중에 남아 있는 소형 아산화질소 카트리지를 다량으로 개인이 쉽게 판매 또는 구매 가능하고, 음지에서 여전히 오남용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자살하는 과정에서 번개탄 연소와 더불어 아산화질소가 담긴 풍선을 입에 물고 지속적으로 흡입하고 있던 마지막 모습은 아산화질소의 환각 및 독성효과 등 흡입에 따른 악결과에 대한 치명적인 오남용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례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으며, 목맴·투신·번개탄연소 등 전통적인 자살 방법 이외 각종 화학물질을 사용한 자살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다. 화학물질에는 농약, 부동액, 액화질소 등 즉각적인 치료가 없으면 치명적인 것부터 환각상태에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산화질소가스, 헬륨가스 등이 있는데, 아산화질소와 헬륨가스는 인체 내 독성과 사망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중에서 큰 규제 없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 환각물질로 언론에서 오남용에 대한 보도가 있은 후 법이 개정되고 규제가 심해짐에 따라 발생 빈도수가 줄어들었지만, 본 사례는 아산화질소 오남용에 기인한 자살시도 사례로 법의 규제 속에서도 일반인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편법으로 구매하여 흡입이 가능한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정부 및 관계기관의 경각심이 늦춰지질 않길 바란다. 나아가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환각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들에 대한 실질적 판매 억제효과를 얻을 수 있는 판매 가이드라인 마련 및 부작용에 대한 홍보가 필요할 것이며, 국민들 또한 단순한 쾌락을 위한 화학물질의 사용은 신체 호흡기계·신경계·심혈관계 등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ments
The authors would like to express our gratitude to the detectives and other crime scene scientific investigators for their help in the field of the incident and in the analysis of the cause of de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