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염증 및 감염성 질환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물질에 대한 국내·외 임상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인 변사자를 대상으로 한 염증 반응 물질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에 많이 연구된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 이하 CRP)은 다양한 염증 상태에서 농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염증성 질환의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CRP는 세균성뿐만 아니라 비세균성 염증에도 모두 반응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1], 감염의 병인에 대한 특이성이 낮아 사인을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 이하 PCT)은 칼시토닌(calcitonin)의 전구체 단백질로, 1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분자량은 약 13 kDa이다. 주로 갑상선의 소포곁세포(parafollicular cells) 및 폐, 장 등의 신경내분비세포에서 생성된다. PCT는 심각한 세균 감염이나 패혈증 상황에서 혈중 농도가 특이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2-
6], 세균성 감염과 비세균성 질환을 구분하는 데 유용한 생체지표로 알려져 있다. 특히, 패혈성 쇼크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7].
인터루킨-6 (interleukin-6, 이하 IL-6)은 주로 T 림프구에 의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으로, 간세포, 조혈모세포, 신경세포 등 다양한 세포에 작용하여 면역 조절 및 염증 반응에 관여한다. 감염, 외상, 화상 등으로 인한 조직 손상 시 급격하게 상승하며, 염증성 질환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 자가면역질환, 면역글로불린 이상증, 림프계 이상증 등에서도 혈중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병리 및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사용 중인 생화학 분석기기를 활용하여, 감염성 질환이 의심되는 한국인 변사자를 대상으로 심장혈액을 채취하고, PCT, CRP, IL-6 등 주요 염증반응 지표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각 염증반응 특이 물질의 효용성을 평가하고, 향후 부검 실무에서 사인 판단의 보조 지표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연구대상 및 선정기준
본 연구의 대상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906-200114-BR-008-01)을 받았으며, 연구 수행은 관련 법령 및 기관 규정에 따라 진행되었다. 본 기관에서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0월 30일까지의 부검 증례 중 혈액 채취가 가능한 191건의 부검증례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하였다.
2. 검체 채취 및 처리
PCT, CRP, IL-6 검사에 사용된 혈액은 법의부검 중 191건의 시신의 심장혈액에서 5 mL를 채취하였고, serum separation gel tube에 옮긴 후 4,000 rpm, 10분간 원심 분리하여 상층액인 혈청을 이용하여 검사를 실시하였다.
3. 검사 항목 및 분석 장비
PCT검사는 STANDARD F PCT FIA (SD BIOSENSOR, Suwon, Korea), ARCHITECT i200SR (Abbott Laboratories, Irving, TX, US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CRP검사는 PKL PPC 125 (Paramedical S.R.L., Salerno, Italy) 장비를 이용하여 검사하였고 IL-6는 Cobas 8000 (Roche, Mannheim, Germany) 장비를 이용하여 검사하였다.
4. 판정 기준 및 해석
본 연구에서는 염증반응 지표인 PCT, CRP, IL-6의 해석 기준을 기존 임상 진료 지침에 따라 설정하였다. PCT는 0.5 ng/mL 이상일 경우 감염을 시사하는 양성으로 해석하며, 0.5 ng/mL 미만은 음성으로 간주하였다. CRP의 경우 1.0 mg/dL 이상을 양성으로 판단하였다. IL-6는 임상 진단에서의 일반적 기준을 참고하여 해석하였다.
5. 통계분석 방법
연구의 통계 분석은 IBM SPSS Statistics version 26.0 (IBM Corp., Armonk, NY, USA)을 사용하여 수행하였다. 측정값은 평균±표준편차로 제시하였으며, 두 장비 간 동일 검체의 결과 비교에는 대응 표본 t-검정(paired t-test)을 사용하였다.
고 찰
PCT는 세균 감염, 특히 패혈증 발생 시 혈중 농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감염 후 약 24-48시간 이내에 최고치에 도달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임상에서는 PCT를 세균성 감염의 조기 진단 및 치료 반응 모니터링을 위한 민감하고 특이적인 바이오마커로 활용하고 있다[
5,
6]. 반면 CRP는 감염이나 조직 손상 후 6-12시간 이내에 상승하는 대표적인 급성기 단백질로, 염증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나 감염의 병인을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1]. IL-6는 염증 반응 초기 단계에서 활성을 보이는 사이토카인으로, 감염뿐 아니라 외상,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증가하지만 특이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염증 지표들은 최근 법의학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사망자의 감염 여부를 사후에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조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2-
4]. 특히 CRP는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서 안정적으로 농도 상승을 보여, 사후 염증 반응 평가의 기본 지표로 활용되어 왔다[
1]. 본 연구는 기존의 CRP 및 PCT 외에 IL-6의 법의학적 유용성에 주목하고, 사망 전 세균성 감염의 존재 여부 및 그 특이성 측면에서의 진단적 가치를 평가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세 지표 모두에 대해 임상 진료 지침의 cut-off를 그대로 적용하였다. PCT는 임상에서 0.5 ng/mL 이상을 양성, 2 ng/mL 이상을 중등도 상승, 10 ng/mL 이상을 중증 패혈증 또는 패혈성 쇼크 가능성으로 해석하며, Ramsthaler 등[
3]의 사후 연구에서도 동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사후 48시간 이내 민감도 86.96%, 특이도 94.39%를 보였다. 그러나 사후 검체는 부패, 용혈, 사후 세균 전이 등으로 농도가 변할 수 있으므로, PCT를 사후 검체에 적용할 때는 임상 cut-off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항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Ramsthaler 등[
3]은 제조사 임상 기준(≥2 ng/mL)을 기본으로 하되, 사후 사례 분석에서 10 ng/mL 이상일 경우 양성 예측도가 100%로 상승한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또한 사망 후 48시간 이내에는 2 ng/mL 기준에서 음성 예측도가 매우 높았으나, 사후경과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양성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이는 사후 환경에서 PCT 농도가 일부 변동하므로, 사후 기준치 설정 시 경과 시간과 환경 요인을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CRP는 임상에서 1.0 mg/dL 이상을 양성으로 보며, 부검 연구에서도 동일 기준이 널리 사용된다. Na와 Park [
8]은 부검 시료에서 POCT-CRP의 결과를 임상 기준으로 적용했을 때 특이도 100%, 민감도 66.7%를 보고하였다. CRP 경우 사후에도 비교적 안정된 경향을 보이지만[
1], 사후경과시간이 증가하거나 고도 부패 시 단백질 분해로 농도가 감소할 수 있어, 임상 기준을 적용 시 위음성 결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은 평가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 CRP는 선행 연구들과 일치하게 다양한 염증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였으나, 감염의 종류나 원인에 대한 구체적 감별에는 한계가 있었다[
1]. 반면 PCT는 장 천공, 패혈증 등 전신성 세균 감염과 관련된 사망 사례에서 뚜렷하게 증가하였으며, 비세균성 염증이나 만성 질환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2-
6]. 이는 PCT가 감염의 병인 감별에 있어 높은 특이도를 갖는 지표임을 시사한다.
IL-6는 임상 cut-off (예, 7 pg/mL 이상)를 사후 연구에서도 그대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
9]. 그러나 Mimasaka [
9]는 사후 2일 이내 검체에서 IL-6가 감염뿐 아니라 외상, 쇼크, 비감염성 전신염증반응중후군에서도 높게 나타남을 보고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도 대부분 사례에서 양성을 보였다. 이는 임상 기준이 사후 진단에서는 특이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IL-6는 사후 진단에서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PCT, CRP 등 다른 지표 및 부검 소견과 함께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연구에서는 소형 POCT 장비(SD BIOSENSOR)와 대형 고정형 분석 장비(Architect i2000SR, Abbott Laboratories) 간의 PCT 측정값을 비교함으로써, 현장 적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였다 [
2]. POCT 장비는 검사 속도와 휴대성이 뛰어나 현장 실무에 적합하나, 민감도와 정량 범위에서 제한이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장비 간 최대 20 ng/mL 이상의 결과 차이가 발생하였다. 특히 POCT 장비에서 음성으로 나타났지만 대형 장비에서는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가 11건(64.7%)에 달해, POCT 단독 사용 시 감염성 사망을 간과할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기 간 편차의 원인으로는 첫째, 측정 원리의 차이가 있다. Architect i2000SR (Abbott Laboratories)은 화학발광면역분석법(chemiluminescent immunoassay)을 이용하여 높은 감도와 넓은 정량 범위를 제공하는 반면, POCT (SD BIOSENSOR) 장비는 면역크로마토그래피법(immunochromatographic assay) 또는 형광면역분석법(fluorescence immunoassay)을 기반으로 하여 상대적으로 정량 한계가 좁고 저농도 및 고농도 구간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검체 처리 방식의 차이도 영향을 준다. 대형 장비는 원심분리 및 자동화된 전처리를 통해 혈청 내 간섭물질(용혈, 지질, 빌리루빈 등)을 제거하는 반면, POCT 장비는 현장에서 전처리 없이 전혈 또는 혈청을 바로 사용하므로 간섭물질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셋째, 보정(calibration) 및 품질관리(quality control, QC) 주기의 차이도 결과 편차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 장비는 정기적 보정과 다단계 QC를 수행하는 반면, POCT 장비는 사용자가 현장에서 간단한 보정만 수행하므로 장비 간 측정값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요인들은 장비 간 결과 비교 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법의학적 적용을 위해서는 장비별 교정 연구와 표준화된 운영 지침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사후경과시간, 부패 정도, 사망 전 의료 처치 등 여러 변수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사례에서는 비감염성 요인이나 사후 변화에 따른 PCT 상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PCT, CRP, IL-6 모두 사후 초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이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부패, 자가분해, 세균 전이 등으로 농도가 변동할 수 있음에도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로 Ramsthaler 등[
3]은 사후 48시간을 기준으로 PCT의 특이도와 민감도에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였고, IL-6 역시 사후경과시간이 길어질수록 위양성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9].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사망 원인과 사후경과시간, 환경 조건을 포함한 다변량 분석을 통해 각 지표의 사후 안정성과 해석 가능 기간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사후 전용 기준치 확립이 필요하다.
한편, 현재 대부분의 염증 반응 검사는 혈청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혈액 채취가 어려운 사망 사례에서는 검사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신생아 사망, 대량 출혈, 중증 외상 등 혈액 채취가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할 때, 조직이나 체액 등 대체 시료를 활용한 염증 지표 측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일부 해외 연구에서는 간, 근육 등 인체 조직을 활용한 염증 물질 분석[
10]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은 혈액 채취가 불가능한 법의학적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PCT가 세균성 감염성 사망의 사후 판단에 있어 CRP 및 IL-6보다 더 높은 특이도를 갖는 유용한 보조 지표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PCT는 비교적 짧은 검사 시간, 정량 평가 가능성 등에서 배양 검사나 조직 검사보다 실용적인 이점이 크며, 사망 전 감염성 질환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의학 감정뿐 아니라 감염병 관리 측면에서도 의의가 크다. 그러나 cut-off 기준, 사후경과시간, 기저질환 등에 따라 PCT와 다른 지표 간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PCT 양성 · CRP 음성 사례는 위양성 가능성과 함께 비감염성 요인(중독, 간질환, 조직 손상 등)에 의한 상승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PCT 단독으로 감염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며, CRP, IL-6, 병리 소견 등과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소형 POCT 장비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검토함으로써, 법의학 실무에서 PCT 의 활용 방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향후 다양한 생체지표와의 병합 분석과 진단 알고리즘 확립을 통해, 감염성 사망 감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국내 법의학 감정 시스템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