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및 방법
2015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10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행한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법의부검 증례를 대상으로 하였고, 이 중 정신건강과 관련된 질환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사망 증례를 분석하였다.
대상자들은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사망 또는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어 응급처치를 받던 중 사망한 환자로 제한하였고, 정신질환이 있으나 입원하지 않은 증례와 정신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시설에 입원 중 사망한 건은 제외하였다.
대상자들에 대하여 성별, 나이, 정신질환의 진단명과 유병기간, 정신질환 이외의 기저질환, 정신의료기관 입원의 원인, 입원 일수, 사망원인 등을 추출하였고, 이와 같이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체 법의부검 중 정신건강의학과 환자 대상 법의부검이 차지하는 비율과 정신의료기관 입원 중 사망한 변사자의 개인별 특성 및 사인에 대해 분석하였다. 또한 사망 원인이 불명으로 진단된 변사자에 대하여 개인별 특성과 정신질환의 진단명 및 유병기간, 사망 당시의 정황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연도별 인구수와 사망자수,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현황 등은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하였고[
7], 연도별 법의부검건수는 부산과학수사연구소의 기록을 참고하였다. 정신질환의 진단명은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의 수정판(DSM-5-TR)에 수록된 진단기준을 이용하여 분류하였다[
8].
고 찰
본 연구에서는 최근 10년간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급성 사망한 65명의 증례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10년간 부검한 변사자 중 사망 당시 정신질환에 이환되어 있었던 변사자 수는 65예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지역사회 내에서 사망한 모든 변사자에서 기저 정신질환의 이환 여부를 알기 어렵고, 특히 정신질환은 부검소견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어,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병력이 비교적 확실한 정신의료기관 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또한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수의 통계는 2018년도부터 2023년도까지의 자료만 존재하여 최근 10년간의 수치 비교에 제한이 있는 관계로 연간 평균값을 비교분석 하였으며, 최근 10년간의 수치 비교가 가능한 연도별 전체 부검 건수 및 정신의료기관 내 사망자의 부검 건수를 분석하였을 때, 연도별 증례의 증가나 감소 추이에 있어 유의한 변화는 없었다.
성별에 따라 분류했을 때,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중 남성의 수는 연평균 215.0명이었고, 이 중 연평균 4.8명이 사망 후 부검 의뢰되었으며(전체 입원환자 중 2.23%), 여성 입원환자의 수는 연평균 193.0명이었고, 이 중 연평균 1.7명이 부검 의뢰되었다(전체 입원환자 중 0.88%). 남성의 연평균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수는 여성과 유의한 차이는 없으나, 부검이 의뢰된 건은 약 2.82배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이별로는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전체 사망자 중에서 50대가 가장 많았고, 40대와 60대가 다음 순서를 차지하였다. 사망자별 BMI (kg/m2)는 최소 9.4에서 최고 33.6의 분포를 보였고, 성별이나 연령, 정신질환 및 사망의 원인과는 유의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신질환 이외에 알려진 기저질환이 있었던 증례는 총 21예(32.3%)로, 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많았으며, 이 외 소화기계 질환, 뇌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과 척추질환 순서로 이환되었는데,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기저질환에 동시에 이환된 사람도 3예 있었고, 남성의 경우 2예에서 모두 고혈압과 심장질환에 동시에 이환되어 있었으며, 여성 1예는 당뇨병과 뇌혈관기형 및 심장질환에 동시에 이환된 상태였다. 이러한 기저질환은 주어진 의무기록에 기재된 내용과 부검 시 새롭게 확인된 질병을 바탕으로 분석하였다. 다만, 사후검사에 제약이 있어, 부정맥이나 간부전, 내분비 이상 등 장기의 기능적인 문제에 대한 평가에는 제한점이 있었다.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사망한 총 65예 중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증례가 총 46예(남성 33예, 여성 13예)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중 조현병 환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점에 비례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2018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주요 진단현황에 따르면[
7], 조현병으로 진단된 환자 수가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중독장애, 우울장애, 양극성장애 등의 순서를 보였는데, 이는 본 연구에서 정신의료기관 내 남성 사망자의 증례 순위에 부합하였다. 여성의 경우 남성의 증례와는 차이를 보였는데, 조현병 다음으로 양극성장애가 많았고, 우울장애와 지적장애 및 충동조절장애가 그 뒤를 이었다. 두 가지 이상 정신질환에 동시에 이환된 사람은 남성이 7예, 여성이 1예였는데, 남성의 경우 조현병과 지적장애, 중독장애에 이환된 증례에서 각각 같은 비율로 다른 정신질환과 동시 이환되었고, 여성의 경우 양극성장애와 충동조절장애에 동시에 이환된 증례가 1예 확인되었다.
정신의료기관 내 사망 증례에서 입원 기간은 남녀 모두 1년 미만이 가장 많았고, 1년 이상 5년 미만, 5년 이상 10년 미만 순서가 그 뒤를 이었는데, 이는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재원기간이 3개월 이내가 월등히 많고, 10년 이상 입원하는 환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본 연구의 경우 사후검사 이외의 정보에 대해서는 수사기록이나 의무기록의 내용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증례별 입원 횟수와 정신질환의 총 유병기간 등에 대해 제시된 정보가 없는 경우 정확히 분석하기 어려운 증례도 있었다.
사망의 종류별로 분류하였을 때, 총 65예 중 내인사가 30예(46.1%)로 가장 많았고, 외인사가 23예(35.4%)였으며, 불명이 12예(18.5%)로 명확한 내인사보다는 외인사 및 불명의 비율이 더 높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내인사와 외인사의 증례 수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 사망의 원인이 규명된 증례를 비교하였을 때, 외상이나 급성 중독, 질식이나 목맴 및 제압에 의한 사망 등이 전체의 35% 이상이었는데, 이 중 머리손상에 의한 사망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기도폐색성 질식사와 급성 중독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목맴과 제압 관련 사망이 그 뒤를 이었다. 외상에 의한 사망의 경우 스스로 넘어졌다고 하는 정황이 제시된 증례와 타인에 의한 둔력손상의 정황이 제시된 증례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주변인의 진술에 의존하는 내용이었고, 이 외의 외인사들에서도 사망 정황이 명확하지 않은 증례들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에, 사망의 종류에 따른 분류는 시행하지 않았다. 남성 사망 증례만을 비교했을 때, 외상 다음으로 급성약물중독에 의한 사망이 많았는데, 급성약물중독에 의한 사망은 여성에서는 증례가 없었으며, 모두 남성에서만 확인되었다. 정신과 약물의 장기간 연용 시 혈중 약물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어 급성중독과의 감별이 필요한데[
9], 본 연구에서는 살리실산메틸(상품명 멘소래담 로션)을 스스로 음독한 사례와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한 펜타닐 패치를 다량 부착하면서 급성중독에 이른 사례 및 사후검사상 다량의 약물 복용의 정황이 의심되는 증례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급성중독에 의한 사망의 경우 병원 및 보호시설에서의 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압과 관련된 사망은 남성에서만 2례 있었는데, 모두 조현병으로 진단된 증례였고, 입원 기간은 1주일 미만이었으며, BMI 25 이상의 비만 체격의 환자였다. 제압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사망하는 경우, 부검소견에서 대부분 특기할 흔적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제압의 정황이 제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죽음의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데, 제압에 의한 자세성 질식이나 목눌림질식, 목부위 혈류 차단에 의한 허혈성 뇌손상, 경동맥동(carotid sinus) 자극에 의한 반사성 심정지, 흥분성 섬망 증후군(excited delirium syndrome) 등이 급성 사망에 기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10,
11]. 정신질환에 이환된 환자가 난동을 부리는 경우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제압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안전한 제압 방법에 대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의 인식과 숙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인사 중에서는 급성심장사와 허혈성심장질환 및 폐혈전색전증에 의한 사망이 가장 많았는데, 이 중 폐혈전색전증은 여성에서 가장 많은 사인으로 확인되었다. 폐색전증은 임신과 출산, 폐경기 호르몬 대체요법 등의 상황에서 폐색전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다고 알려져 있고, 이 외 장기간의 와상상태, 자가면역질환이나 특정 암 등의 질환에서도 그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12], 본 연구의 경우 여성에서의 사망 증례 4예 모두 임신 상태가 아니었으며, 이 중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1예로,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또한 남성에서의 사망 증례를 포함하여 모든 증례에서 거동이 어렵거나 침상에 누워 지내는 경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호르몬의 영향이나 생활방식 문제와는 다른 원인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다만, 대사성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과 같이 육안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에 이환되어 있었는지 여부는 부검소견만으로는 알기 어려웠고, 제시된 병력에 대한 기록의 한계가 있어, 본 연구에서는 폐색전증과 질환과의 연관성은 논단하지 못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항정신병 약제 중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레보메프로마진, 쿠에티아핀, 페노티아진 등은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 등의 정맥혈전색전증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13], 본 연구에서 폐색전증으로 사망한 증례 중 남성 1예를 제외한 모든 증례가 조현병으로 치료받는 증례였기 때문에, 약물에 의한 폐색전증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다. 또한 가성장폐색에 의한 배안구획증후군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항콜린 작용을 하는 정신과 약물 복용 시 위장관 운동 저하와 연하장애, 변비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이로 인한 기도폐색성 질식과 가성장폐색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한다[
14]. 또한 정신질환에 이환된 환자의 경우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질환에 대한 증상의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본 연구에서 급성 괴사성 쓸개염이나 위궤양 천공, 악성종양 등 기존 질환이 악화된 증례와 폐혈전색전증 등 응급처치를 필요로 하지만 증상이 비특이적인 질환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점에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사망한 변사자 중 사망 원인이 해부학적으로 불명으로 판명된 증례는 65예 중 12예(18.4%)였는데, 부패나 사후손괴 등으로 평가가 불가한 시신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인 불명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었다. Son 등에 의하면[
15],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총 10년간의 부산, 경남지역의 부검 건 중에서 사인불명으로 진단된 사망건이 전체의 17.9%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부패 등으로 사망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부패가 되지 않은 증례를 다룬 본 연구에서의 사인 불명건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질환에 이환된 환자의 경우 해부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뇌의 기능적 문제에 이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뇌실질 자체의 이상 또는 뇌-심장 상호작용에 의해 급성 심정지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16]. 실제로 본 연구에서 사인 불명 증례 총 12예 중 4예(33.3%)에서 뇌전증과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기능적인 이상이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다.
한편, 사인 불명의 증례 중 조현병에 이환된 6예는 모두 항정신병 약물을 투약중이었는데,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의 경우 약물의 도파민 길항작용에 의해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neuroleptic malignant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17]. 본 연구에서는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을 단정할 만한 명확한 증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은 부검소견보다 고열과 강직, 의식변화 등의 임상적인 판단이 중요한 점을 고려할 때, 정신의료기관에서 이에 대한 빠른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편, 부검 및 사후검사상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결과가 확인되지 않을 때 사망 정황의 확인이 상당히 중요한데,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질병의 특성상 본인 스스로 또는 타인에 의한 외력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사망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사인을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부검 증례 중 타인에 의한 목눌림 등 폭행의 정황이 변사자의 부검 이후에 뒤늦게 알려진 사례들이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에 이환된 환자의 개인별 특성과 질병에 대한 통계 등에 대한 분석을 목적으로 하였다. 정신장애의 1년 유병률이 8.5%임을 감안할 때[
3], 연평균 부검건이 846.8예인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서 연간 약 71.9예의 정신장애인의 부검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추산되나, 본 연구에서의 증례가 이보다 상당히 적었던 것은 정신질환을 부검소견으로 진단하기 어렵고,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를 수사기록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로 설명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증례를 제한하였는데, 각 정신질환별로 입원율이 다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부검 상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성별과 체질량지수, 사망의 원인 등과는 달리 주어진 수사기록과 의무기록에 제시된 내용에 의존하는 기저질환과 유병기간, 입원기간 등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통계적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의 급성 사망에 대해 분석하며 질병에 의한 내인사보다는 외인사 및 사인 불명인 사례가 더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사망의 원인 중 제압에 의한 사망이나 폭행 의심 등 타인의 개입에 노출된 증례를 다수 확인하였다. 또한 배안구획증후군처럼 정신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과 이에 의해 사망하는 증례가 적지 않음을 확인함으로써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정신의료기관 내 사망에 대해 환기하고, 예방이 가능한 사망들에 대해 고찰하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정신질환에 이환된 환자 중 특히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의 경우 타인에 의한 사망과 사고성 사망이 많은 현실에 대한 인지와 개선의 노력이 중요시된다면, 제압에 의한 사망과 같이 병원 관계자의 교육이 의해 상당수 예방될 수 있는 사망과 타인에 의한 손상 등 철저한 관리와 보호의 상태에서 예방될 수 있는 사망이 현저히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욕실 내 익사와 급성 약물중독, 흡인성 질식과 같은 사고성 사망 또한 인지와 관심 속에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지역사회의 정신질환 유병자에서도 특징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흡인성 질식이나 배안구획증후군 등 정신과 약물과 관련된 증상에 대한 인지 개선과 대책 등에 대한 교육이 강화된다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지 않은 다수의 정신질환 유병자의 사망률 또한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