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영아 사망의 고찰: 아동 복지적 관점에서
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Psychosocial Risk Factors and Sudden Unexplained Infant Death: A Study of Autopsy Cases from a Perspective of Child Welf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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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Infants who are born between 24 hours and 1 year of age require extreme caution in their care due to their fragility. However, if there are multiple risk factors associated with the infant, caretaker, household, and surrounding circumstances, providing proper and appropriate care becomes problematic. This difficulty in caring for infants can contribute to abuse, neglect, or even death. This study investigates unexplained infant deaths that occur in the presence of multiple psychosocial risk factors. This study aimed to explore the relationship between various psychosocial risk factors and sudden, unexplained infant deaths. We examined nine cases from the autopsy archive of the National Forensic Service using a statistical approach. Among these cases, three were subject to legal action, while six were closed without further legal process. Although it was difficult to establish a clear relationship between death and abuse or neglect in the six cases, all were found to have experienced a harsh environment that was similar to abuse or neglect. We discuss the implications of our findings for understanding infant deaths and legal outcomes and propose a new framework to understand the deaths of infants.
서 론
최근 분윳값을 벌기 위해 친모가 성매매하러 외출한 사이, 생후 8개월 영아가 얼굴에 떨어진 쿠션으로 인해 질식하여 사 망한 사건이 있었다[1].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친모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친모가 월세도 못 낼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임신과 낙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양육을 위한 사회적 지지가 부 재했던 점, 피해 영아가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사망하기 얼마 전까지는 건강하게 키워내 왔던 점이 참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법원은 헌법 36조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를 인용하며, 그 영아의 사망에 대한 책임은 친모가 아닌, 그러한 친모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무관심했던 국가와 사회에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영아와 양육자를 둘러싼 심리·사회적 위험요인들(예, 열악한 경제적 상황, 낮은 사회적 지지, 부족한 양육 지식 등)은 영아의 건강한 성장과 생존을 저해할 수 있다. 나아가 그러한 위험요인들이 존재할 경우, 양육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영아에게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영아에게는 그것이 불충분하며 부적절하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위 사례는, 그와 같은 상황이 개인의 힘만으로는 타계하기 어려우며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그러므로 소중한 영아의 생명을 구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양육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려면, 그러한 위험요인들을 조금 더 빨리 확인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한 법원의 인식을 보여준다.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아동에 대한 학대(abuse)와 방임(neglect)을 하게 되는 과정에 대처할 효과적인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 현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을 가진 가정에서 영아가 사망하는지, 또 어떻게 사망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 관련 연구는 주로, 명확한 의도와 증거가 확인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이 있으며 그것이 ‘기여한’ 1세 미만의 영아(생후 24시간 이상, 1년 미만) 사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특징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한편 영아는 전적으로 건강과 생존을 성인에게 의지하고 있기에 유아나 성인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는 위험 요소들도 영아에게는 위험하며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영아는 부적절한 양육행위나 처벌 등을 ‘함’ (commission)에 의해서도 사망할 수 있으나, 적절한 양육행위를 ‘하지 않음’ (omission)에 의해서도 사망할 수 있다. 통상 전자는 학대 후자는 방임이라 부르며 이를 통합한 개념으로, 국제적으로 혹독한 대우(maltreatment)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maltreatment는 ‘학대’ 또는 ‘아동학대’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아 그것이 방임을 포함하지 않는 abuse로서의 학대를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이를 포함한 maltreatment의 개념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혼동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앞으로 0-18세 아동에 대한 혹독한 대우라는 의미로서 maltreatment를 ‘혹대’라 지칭하고자 한다.
1. 영아 혹대 사망 판단의 어려움
혹대로 인한 영아의 사망이라고 하면 통상 행위자가 아동에 대한 미움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한 목적 등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괴롭히다 사망케 한 사건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영아는 생존 자체를 전적으로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매우 연약한 상태다. 따라서 극단적이며 잔혹한 행위가 없더라도, 단지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방임이나 부주의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홀로, 푹신한 침구에서 잠을 자는 것은 성인에게는 매우 안전한 환경이라 할 수 있지만, 영아에게는 급사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환경이 될 수 있다[2]. 부모가 잠시 다른 것에 주의를 둔 사이 성인에게는 쉽게 걷어낼 수 있는 이불과 베개가, 영아에게는 너무 무겁거나 푹신하여 걷어내기 어려울 수 있고, 그로 인해 질식,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아사망의 경우, 통상 신뢰할 수 있는 목격자도 없는 개인적인 공간인 ‘집’에서, 보호자인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그것이 혹대로 인한 사망인지를 규명하고자 할 때, 그 유일한 증거는 부검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아는 성인과는 달리 푹신한 침대 위에 홀로 눕혀놓는 것과 같은 적은 외력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외력이 적게 가해진 경우일수록, 부검 결과에서 명확한 혹대, 살해의 증거가 적어진다. 즉, 혹대로 인한 영아 사망의 경우 거의 유일한 증거는 부검 결과인 경우가 많지만, 그나마도 부족하거나 부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3].
한편, 똑같은 푹신한 침구에서 수면 중이었던 두 영아가 사망한 사례라도, 내내 세심한 양육이 이루어지다가 아주 잠시 보호자가 눈을 뗀 사이 한 영아가 사망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방임이라기 보다는 사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술에 만취해 수 시간 보호자가 한 영아를 방치하다시피 방임해 영아가 사망한 것과는, 그것에 방임의 개입 여부에 있어 다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사건은 모두 부검 결과에서 다른 흔적이 없다면, 사인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3]. 그런데 통상 아동사망의 경우 부검결과가 사망의 유일한 증거일 경우가 많다. 즉, 이처럼 여타 혹대의 증거가 없는 와중에 부검결과 마저 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할 때 영아의 사망은, 종종 통상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전제에 따라 사고에 의한, 혹은 불상의 신체적 원인으로 인한 것으로 결론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영아 사망 중 50%는 사실상 혹대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는 선행연구도 있다[4]. 이와 같은 영아 사망의 특성으로 인해 특히 그 사망의 원인이 특히 덜 물리적이거나 부주의, 혹은 방임에 의한 사망이라면,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 영아 혹대 사망 판단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심리사회적 위험요인
영아 사망과 관련된 사인 판단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사고사, 혹대에 의한 사망이 일어나는 많은 가정에서 경제적 불안정[5,6], 친부모의 어린 연령[7], 원 가족과의 단절 등의 사회적 지지 부족[8], 알코올중독[9], 모친의 흡연[10] 등과 같은 다양한 위험요인이 확인되며, 그러므로 어디까지가 위험요인의 영향을 받은 사망인지, 그리고 어디부터가 혹대 의도에 의한 사망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위험요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영아들의 건강한 발달과 생존에 필수적인 세심한 양육을 저해하여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모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무기력하여 영아를 방치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적절한 보호가 제공되지 않기에 영아의 성장과 발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고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사하게 지적장애로 인해 양육기술과 지식의 습득 능력이 부족하며, 또 주변의 도움마저 요청할 능력이 없어 잘못된 양육방식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 역시 영아에게 비슷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정말 산후우울증이나 지적장애로 인해 실수나 사고로 영아의 사망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관 없이, 오히려 의도를 가지고 혹대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산후우울증이 있으며 원치않는 아이로, 의도적으로 방임, 방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많은 경우는, 그러한 위험요인으로 인해 혹대의도를 가지게 되는 것일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신체적으로 고된 노동을 이어가던 20대 초반의 친부가, 불법적인 행동을 한 친모가 감옥에 가게 된 후 혼자 육아를 도맡다가 학대성두부외상을 초래하여 사망케 했던 사건이나[11], 동거하는 지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친모가 2천4백여 회 성매매를 강요받는 등 극도의 신체적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과정에서 자녀인 4세 여아를 폭행하고 분유만 먹여 사망케 한 사건이 그러한 경우라 할 수 있다[12]. 즉, 다양한 위험요인은 그 자체로 영아의 생존과 건강한 발달에 위협이 되며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보호자에게 그것으로 인한 혹대의도를 가지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보호자의 행위에서 어디까지가 위험요인과 관련된 책임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살해의 ‘의도’가 사망 당시에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보호자가 가진 다양한 위험요인과 그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에 무게를 둔다면, 이러한 사망은 사고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모든 영아에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필수적인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그러나 그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방치되다 사망한 영아의 입장에 중점을 둔다면, 이러한 사망들은 역시, 혹대와 관련된 사망과 가깝게 볼 수도 있다. 즉,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어디까지가 그것에 의한 사고인지, 혹은 어디부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대의 의도를 가진 행위인지, 아니면 위험요인과 상관 없는 순수한 혹대의도에 의한 사망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위와 같은 논의를 정리하기 위해, 위험요인의 여부(위험요인으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 그리고 혹대 의도여부라는 두 축을 교차시켜 도식화해보았다(Fig. 1). 여기서 세로축인 혹대 의 의도가 있었는지의 판단은 특히 법적 처벌과 관련하여 중요하다. 한편, 가로축인 위험요인으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의 측면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예방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히 양육의 어려움이 초래하는 사망은, 사회의 제대로 된 지원과 관심이 있다면 그것이 사고이던, 혹대의 의도를 가진 것에 가깝던 막을 수 있는 사망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위험요인으로 인한 사망은, 사실상 영아 사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5]. 따라서 혹대의 흔적이 불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영아 사망 중 특히 위험요인으로 인해 양육의 어려움이 있었던 사건들을 살펴보는 것은 이 현상의 이해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어떠한 위험요인들이 관여되었는지, 중첩되어 각 위험요인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아동의 사망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발현되게 되었는지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크게 네 가지 영역인 피해 영아, 주 양육자(주로 친부, 친모), 아동이 속한 가구 특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싼 환경에서 네 가지 영역에서 어떠한 위험요인들이 영아 사망과 어떻게 관련되었는지를 탐색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인들을 확인한다. 우선 영아와 관련된 위험요인으로 사망률을 증가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으로 미숙아조산아[13-15]가 있다. 성별에 관해서는 연구 간 불일치한 결과가 얻어지고 있지만, 남아가 여아보다 사망률이 좀 더 높은 경향이 있다[16-18]. 한편, 특히 혹대 중 학대와 관련되어서는 여러 군데 새로 생성된 골절과 치유되고 있는 골절이 혼재해 나타나거나, 몸통, 귀, 목, 이른바 TEN (Torso, Ear, Neck) 영역에서 멍의 흔적이 있다면, 이 역시 신체적 학대가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하며 이는 영아 사망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19].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성장이나 영양실조 등이 관찰된다면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 등이 있었음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귀뒤나 목주름의 때, 엉덩이 발진 등은 위생적 방임을 시사하는 요인이다.
주 양육자와 관련하여서는 영아의 혹대 사망일 경우 친부모일 확률이 가장 높다. 통상 친모가 주 양육자이기에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는 친부는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등 매우 방임적 태도를 보이거나 가정 자체를 떠나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영아 사망에는 친부모가 함께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한 관점일 것이다[20,21]. 한편 만약 친부가 무직이고 신체적 문제 등으로 가정에 있으면서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경우, 방임보다는 신체적 학대로 사망한 영아에게 두부 손상이나 골절 등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22].
특히 친부모의 ‘어린 연령’은 아동혹대 사망의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데이터로 보았을 때 친부모 둘 중 한 명이라도 만 27세 이하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6]. 친부모의 학력과 직업과 관련해서, 친부 친모를 막론하고 학력은 낮을수록, 직업은 무직이거나 일용직, 시간제 계약직 등 안정되지 않은 상태의 가정에서 더욱 영아 사망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된다[23]. 전과나 가정폭력 신고 이력 역시 영아의 아동혹대의 위험요인이다.
한편 영아를 가장 가까이서 돌보게 되는 친모의 경우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 흡연과 음주를 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17]. 특히 임신 중 흡연과 음주는 과소 체중, 혹은 태아 알코올 증후군 등을 유발하며, 영아가 건강상 문제를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24]. 친부모의 정신적 요인도 고려해 볼 수있다. 기존 연구들은 낮은 자존감, 우울증, 자살 시도, 자살사고, 공격사고, 살해사고, 망상, 성격장애, 어린 시절 혹대경험 여부, 사회적 고립 등이 아동혹대, 영아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되어왔다[25].
가구 관련 위험요인 중 영아 사망과의 관련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되어 온 것은 ‘경제적 어려움’과 ‘부부간 갈등’이다. 가구 내 소득이 적거나, 채무로 고생을 하는 환경은 많은 혹대사망과 살해후자살의 주요인이 되곤 한다[26,27]. 가정 내 양육자(주로 친부모) 간 갈등 역시 영아 사망의 큰 기여 위험 요인이다. 미혼모이거나, 친부나 친모가 이미 다른 배우자와 혼인을 한 상태로 혼외자식인 상황 등은 영아를 돌보는 친모에게 사회적 고립과 원가정으로부터 지지의 부재를 경험하게 하며, 이는 영아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4,28]. 친부모가 다툼이나 별거, 이혼소송 중일 시 특히 경제적 자립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친모일 경우 스트레스가 크며 이것이 영아의 방임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29]. 혼인신고, 출생신고를 둘러싼 문제 등 역시 하나의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30].
보육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변인들 역시 역시 영아의 사망 가능성을 높이거나 그 자체로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좁은 면적에 많은 인원이 거주하거나, 연년생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역시 육아의 어려움을 커지게 해, 부주의와 태만으로 인한 영아 사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31,32].
그동안의 선행연구들에서는 보호자나 주양육자가 ‘악의, 혹은 고의’적으로 초래한 영아 혹대 사망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심리·사회적 위험요인들이 기여한 영아 사망’에는 관심이 적었다. 또한 이러한 위험요인들이 어떤 식으로 영아의 사고, 혹은 혹대 사망에 관여하는지에 대해 무지한 결과,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영아 사망과 혹대로 인한 영아 사망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도 부족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특히 사고사나 자연사(영아급사증후군, 그 외 병사)로 판단된 영아 사망 중, 다양한 위험요인이 중첩, 양육의 어려움이 초래되었었던 사망을 중심으로 영아 사망의 특성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1. 사례 선정 방법
분석을 위해 선정된 사례는 2016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법의 부검대상이 되었던 18세 이하 아동 사망 총 341건을 대상으로 검토하였다. 이 중 영아는 총 109명으로 전체 분석 대상의 35.05%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IRB No. 906-180118-HR-004-01)을 받았으며, 이때 사용된 데이터는 모두 익명 처리되었고, 부검 의뢰 공문, 사망 진단서, 수사 보고서, 부검보고서 등이 포함되었다. 통상 부검자료는 수치화되지 않은 문자로 이루어진 원자료(진술조서, 부검보고서, 수사 관련 자료 등)로 이루어져 있어, 분석 사례 선정은 연구자가 기준을 선정, 그에 맞는 사건을 질적으로 검토하고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포함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그러한 연구자의 판단을 넘어선 원인을 발견하고자 군집분석을 이용하여, 유사한 특징끼리 묶인 집단을 선정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 연구에서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영아 사망의 한 사례를 선정한 후, 그것과 통계적으로도 유사하게 판단되는 사건을 추출하여 관련된 유사사례를 선정하려 했다. 따라서 먼저 법의학자와 심리학자로 이루어진 본 연구의 저자들이 다양한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을 동반한 영아 사망사례를 선정, 군집분석을 통해 그것과 가장 통계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들을 추출하고자 하였다.
다만 그러한 원자료는 일부 수치형 변수(예, 양육자 연령), 그리고 이산형 변수(예, 양육자의 성별)를 제외하면 앞서 언급하였듯 대부분 문서형(예, 진술조서) 자료이기에 이를 우선 범주형 변수들(예, 양육자 직업, 학력)로 변경하였다. 분석을 위해 데이터클리닝 작업을 마친 뒤 혼합형 자료(mixed data)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혼합형 자료는, 군집분석에서 사례의 유사성에 대한 수치화에 사용되는 유클리디언 거리(Euclidean distance)를 계산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수치형 변수들(벡터데이터)의 유사성(similarity)을 나타내는 유클리디언 거리와 범주형 변수들의 이질성(dissimilarity)을 수치화하는 모드 거리(mode distance)를 계산, 조합하였다. 그리고 군집화를 위해 혼합형 변수들을 가진 데이터세트에 적합한 K-prototype 알고리즘을 이용하였다[33]. 이러한 모든 분석은 R 4.1.2를 이용하여 실시하였다.
사례별로 피해 아동, 피해 아동의 친부모, 혹은 그 외 보호자의 인구통계학적 요인(연령, 성별, 학력, 직업, 수입, 거주지 등)을 확인하였고, 동시에 아동과 양육자와 관련된 요인(무직, 가정폭력, 재정적 어려움, 양육자와 피해자 관계, 양육자 전과, 원치 않은-계획하지 않은 출산 친부모 혹은 양육자의 심리·정서적 상황: 우울증, 자살 시도, 자살사고, 정신증적 사고, 살해사고, 성격장애, 공격성 등)과 피해 영아 가구(경제적 어려움, 거주지 열악함)의 상황, 그리고 환경 관련 요인(비위생적 환경, 부주의에 해당하는 양육환경, 수유 상황, 예방접종 여부, 사망 방식, 피해 아동 사인, 피해 아동이 겪은 혹대 관련 정황)을 확인·입력하였다.
2. 분석을 위해 추출된 사례의 특징
다양한 위험요인이 중첩된 사례에서 유사한 사인 불명의 영아 사망을 추출하기 위해 다음의 기준 사례가 사용되었다.
친부모와 함께 생활하던 생후 6개월 남아가 당시 비위생적인 환경(환기되지 않은, 쓰레기 더미가 있으며 애완동물의 배설물 등이 방치되어있음)에서 엎드려 자다가 사망한 채 발견됨. 친부모는 단지 똑바로 두고 재우고 일어난 뒤 영아가 스스로 뒤집어서 엎어지게 된 것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사인은 불명이다.
(1) 영아
사망 영아는 생후 6개월 남아였고 출산 당시 저체중이었다.
(2) 주 양육자
20대 초반으로 중, 고등학교를 자퇴하였고 전과가 있었으며 모두 무직이었다. 친부모 중 한 명은 어린 시절 아동혹대 피해 경험으로 신체적 손상을 입은 사실이 있으며, 친부모 둘 다 성장 과정 중 방임 피해당한 경험이 있다.
(3) 가구
친부모 모두 무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4) 환경 관련 특징
친모는 10대 시절 이미 한번 출산하여 영아를 입양을 보낸 바 있고, 사망 영아 역시 동거 중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출산하게 된 상황이었다. 육아는 주로 친부가 하였는데 친모는 수 마리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을 영아를 돌보는 일보다 우선시하는 등 방임한 정황이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친부모는 영아를 애완동물과 함께 수 시간 집에 둔 채 외출한 정황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고, 또한 사망하기 전 며칠, 수주, 수개월에 걸쳐 타인(위탁양육 시설, 조부모 등)에게 양육을 위탁하는 것을 반복하였다. 친모는 여러 차례 가출하였으며, 그때마다 친부는 자살 시도를 하거나 음주 후 취한 상태였다.
(5) 혹대
영아가 살아생전 겪은 학대 및 방임행위 중 확인된 것은, 쓰레기와 애완동물 배설물이 방치된 곳에서 지낸 위생적 방임, 최소 한 시간에서 수 시간에 걸쳐 홀로 집에 있는 상태에서 보호자 모두 외출한 관리적 방임, 목을 완벽히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종종 엎드려 놓은 관리적 방임,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의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의료적 방임 등이 있다.
상기 사례는 다양한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이 존재하며, 살아생전 열악한 양육환경에 놓여있던 영아 사망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를 기준 사례로 선정, 그와 유사한 사례들을 추출, 그 특징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군집분석(K-prototype 알고리즘을 활용)으로 2016년 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대상이 된 아동 사망 341건 중 통계적으로 유사한 9건의 사례를 추출할 수 있었다.
결 과
피해 영아들의 사인은 총 9사례 중 6사례가 원인불명영아급사(sudden unexplained infant death, SUID)에 해당하며, 미분류의 3사례는 심근병증, 급성폐렴, 그리고 두부외상이 사인이었다(Table 1). 법적 처벌과 관련하여 6사례는 법적 처분 없이 종결되었으며, 3사례는 아동학대와 유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Table 2). 이에 먼저 분석 과정에서 연구의 주목적이었던 어떠한 위험요인이 어떻게 사망으로 이어지게 했는지를 분석하여 고찰하였고,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였고,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을 동반한 영아 사망사례 중 양육자가 처벌을 받거나 받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았다.
1. 심리·사회적 위험요인
(1) 피해 영아
총 9명의 사망한 영아 중 생후 1개월 2명, 3개월 3명, 그리고 5, 7, 9, 10개월 각각 1명으로 생후 3개월 이하 영아가 총 9명 중 반 이상인 5명이었다. 성별은 남아 5명, 여아 4명으로 남아가 1명 많았다. 9명의 영아 중 2명의 영아가 조산아였고 4명의 영아가 월령에 따른 체중의 증가가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명의 영아는 신체적 질병 및 선천적 질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 영아는 선천성 심장 기형 및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앓고 출생했으며 나머지 한 영아는 수두증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2) 양육자
1) 양육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징
모친의 나이 범위는 22세에서 35세까지였으며(평균 28.6±4.92세), 이 중 6명이 20대, 나머지 3명은 30대 초반이었다(Table 3). 부친의 연령 범위는 22세에서 33세이었으며(평균 32세, ±7.84세), 전반적으로 모친보다 연령은 높은 편으로, 20대 3명, 30대 초반 4명, 44세 2명이었다.
2) 직업
친모의 직업은 무직이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 유흥업소종사자 2명, 단순노무종사자 1명이었다(Table 3). 친부의 경우 미혼모인 가구를 제외하면 8명 중 생산직이 3명, 일용직이 2명, 무직이 2명, 농업종사자가 1명이었다.
3) 음주, 흡연 및 전과
영아 9명 중 6명의 친모가 흡연자였으며, 3명은 친부모 모두 흡연자였다(Table 3). 또한 4명의 친모가 자주 음주를 하였으며, 그중 한 명은 만성 알코올 의존증이 있었다. 한 영아의 경우, 친부모 모두 자주 음주를 하였다. 친부모 중 한 명 이상 벌금형 전과가 있는 영아는 3명이었고, 이 중 1명은 친부모 모두 전과가 있었다.
(3) 가구
1) 친밀한 관계 내 문제
5가구에서 미혼모, 별거, 부부싸움, 가정폭력, 불륜관계 등, 친부모 간 관계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9건 중, 3건에서 영아 사망 1-3일 이내 가정폭력으로 신고되거나, 부부간 문제로 영아가 야외에 유기되는 정황 등이 경찰에 인지, 확인된 상황이었다(Table 3). 이는 생후 1년 미만의 영아가 있는 가정에서, 가정폭력 신고나 가정폭력의 정황이 있다는 점은 영아 사망 위험성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경제적 상황
2016년,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가구의 소득수준은 평균적으로 월 소득 200만 원 후반대로 동년도 3인 가구 기준 월 평균 소득인 370만원을 밑돌았으며, 2사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7사례에서 모두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된 정황과(예를 들어, 부모 모두 무직, 빚이 있거나 일수를 씀) 주관적 어려움의 호소가 있었다. 주거지의 경우 타인의 집을 전전하는 2사례 제외하고 모두 연립주택(원룸, 투룸)에 거주하고 있었다(Table 3).
(4) 환경
1) 영아 거주환경
9사례 중, 6사례에서 영아는 성인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수준의 비위생적인 환경에 있었다(Table 4). 예를 들어 주거 바닥은 알 수 없는 물질로 끈적끈적한 상태거나, 싱크대에는 설거짓거리가 가득 쌓여있거나 쓰레기 더미에 집 내부가 뒤덮여 있었다. 한편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영아가 난방을 시작하는 늦가을에서 겨울에 주로 사망했다. 9사례 중 7사례가 이에 해당하는데 그 중 특히 사망 당시 실내온도가 너무 뜨거 웠던 사례가 3사례였고, 그중 한 사례에서는 영아의 살이 벗겨질 정도였다(Table 4). 이는 실내온도 조절이 어려운 추운 날씨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영아의 발달과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감독, 보살핌
사망한 영아들은 최소 2종류 이상의 방임행위를 겪었으며, 부검 결과, 한곳 이상의 신체 부위에서 관련된 손상과 상흔이 확인되었다(Table 4). 가장 빈번한 유형의 방임은 감독 부족이었으며, 이는 9사례 모두에서 관찰되었다. 만성 알코올 의존인 보호자가 수 시간 음주하며 영아가 철저히 방치된 사례나, 영아 홀로 혹은 영아끼리 방에 두고 부모가 8시간 이상 외출하거나 방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례, 사망 당시 목을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홀로 방에 엎어두고 확인하지 않는 사례가 이에 속했다. 이때 보호자가 음주 후 만취 상태에 있는 경우는, 영아를 방에 홀로 두고 외출한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영아 옆에 있다는 것으로 인해 그 방임행위로 처벌받지는 않았다. 또한 실질적으로는 생후 5개월이 되지 않은 영아 옆에서 보호자가 10시간여 넘게 만취 상태였던 경우에도 영아만 두고 보호자가 외출한 상태보다 덜 심각하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영아의 사망 과정에서 만취 상태인 보호자가 있는 상황이, 부모가 완전 부재했던 것보다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는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자주 일어난 방임행위는 의료적 방임행위였다(Table 4). 친모가 임신 중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여 태아를 약하게 출생하였거나, 출생 후 발생한 신체적 문제가 있거나, 기타 신체적 손상이 확인되어 치료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영아가 방치되었다. 영아를 목욕시키지 않거나, 기저귀를 갈지 않는 등의 위생적 방임과 영아가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거나 보호자가 부재한 상황에 놓이는 등 추가적인 다양한 방임행위를 겪다가 사고로 보이는 질식사나 혹은 질병으로 보이는 급성폐렴 등의 사인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었다.
2. 영아 사망과 법적 처벌
총 9건의 영아 사망사례 중 3사례에서 보호자가 학대 및 방임으로 법적 처벌이 되었으며, 나머지 6사례에서는 처벌 없이 종결된 것을 확인하였다(Table 2).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 사건은 ‘명백한 상해’가 확인(2건 사례)되거나 보호자가 가정을 장시간 비운 것이 CCTV를 통해 확인되는 등 ‘증거’가 있는 경우였다. 하지만 그 외 사건에서는 영아의 몸에서 방임의 흔적이 있거나(귀와 목에 때가 끼어있음, 체중이 덜 나감, 의학적 치료받지 않음), 거주지 환경에 문제가 있었던 정황(술병과 담배꽁초가 널려있음, 매우 비위생적으로 정리되어있지 않음) 같은 문제점이 있어도 양육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라고 주장하면(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영아에게 수유하였다 등) 법적인 기준에서 처벌의 대상은 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보았을 때, ‘명백한 상해’로 사망하거나 그 외 사인을 입증할 수 있는 물적증거가 있을 때, 영아 혹대 사망의 법적 처벌 여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다양한 부주의와 방임행위, 심지어 신체적 상처가 남는 학대 행위가 있어도, 그래서 그것들이 하나의 패턴을 이루며 영아의 건강한 발달과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도, 각각의 개별적 사건들이 ‘사소하거나’,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보호자의 처벌은 없었으며, 추후 혹대 사망의 공식 통계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점은 그러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은 사례가 이 연구에서 확인된 유사한 특성의 9사례 중 6사례로 대부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6사례 각각에서 모두 크고 작은 다양한 방임과 신체적 학대 정황이 확인되며, 양육자의 부적절한 양육행위가 패턴화되어 있는 점을 생각하면,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사건일지라도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질 수 있는 영아의 사망은 그 전수를 자세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아동혹대로 인한 사망에 대한 공식 통계에는 단지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만을 포함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자세히 검토해야 할 영아 사망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으며, 영아 사망을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 시스템은 그 예방적 측면에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 찰
1. 영아, 주 양육자, 가구, 환경을 둘러싼 위험요인
영아의 사망은, 적은 외력과 사소한 부적절한 행위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는 특징으로 인해 그것이 혹대에 의한 사망인지 판단하기 극히 어렵다. 나아가 거기에 다양한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이 영향을 주었다면, 그것이 위험요인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혹대의도에 의한 것인지를 고려해야 하게 되며 이로인해 그 판단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사망의 많은 경우는 사고사나, 단순히 불상의 원인으로 사망한 (영아급사증후군) 사건으로 처리되곤 한다. 한편 그렇게 처리된 사건들은 더는 아동혹대와 관련된 사건이 아니므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특히 단순 종결, 사라지게 되며 결국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수순을 밟게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많은 사고, 혹은 단순 급사로 보이는 사망사례 중에서도 사실은 그 사망이 혹대의 의도로 인한 것이거나, 위험요인에 의한 양육의 어려움에 의해 초래된 사망일 가능성이 지적되어왔다. 특히 후자일 경우는 우리가 해당 가정과 영 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는 사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망의 경우, 그간 확실한 아동혹대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그 사인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않은 채 종결되어왔다.
한편 우리는 아동혹대와 관련된 사망 중에서 가장 증거가 부족하며, 어려운, 원인이 불분명한 영아의 사망을 자세히 확인하는 것이 영아 사망 현상의 이해를 도우며, 이를 바탕으로 한 수사를 발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한 영아가 사망하게 되는 사례에서, 다양한 위험요인이 중첩될 때, 각각의 위험요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영아 사망을 방지할 기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영아 사망과 그와 관련된 영아, 양육자, 가구, 그리고 환경에서의 위험요인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영아 사망에 어떠한 위험요인들이 관련되는지, 사망에 이른 영아에게 가해진 혹대행위가 있었는지, 그러한 영아의 사망에서 법적 처벌을 받는 사건과 받지 않는 사건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각 사례를 통해 살펴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확인한 영아 9명 중 오직 3명의 아동만이 미숙아조산아로 확인되어 비율로 보았을 때 오히려 높지 않았다. 성비도 남아 5 여아 4으로 적은 사례수라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특히 불균형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9명 중 4명의 영아에게서 월령에 따른 체중 증가가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아와 관련된 위험요인 중, 사망에 눈에 띄게 기여하는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주 양육자 관련 위험요인을 살펴보았을 때 선행연구와 같이 주 가해자는 영아의 친부모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통상 9명 중 두 명 만이 주 보호자가 미혼모이며 모두 친부모가 영아의 주 양육자였다[20,21]. 한편 친부모의 ‘어린 연령’ 은 여러 선행연구에서 아동혹대 사망의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는데[6], 본 연구에서도 9명 중 6명의 친부모 중 한 명이 20대로 확인, 이러한 경향은 지지되었다. 이러한 어린 친부모의 연령은 영아를 키우는 데 필요한 부모의 인내심과 자제력, 경제적 능력, 양육 지식 등의 부족과 관련되어 영아 사망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높은 친부모의 흡연과 음주율도 눈에 띈다. 이는 영아 사망의 가장 대표적인 관련요인이다[17]. 본 연구에서 역시, 9명 중 6명의 친모가 흡연을 하였고 4명은 매우 자주 음주를 하였으며 그 중 3명의 아동은 술에 취한 친모, 혹은 친부모와 수면 중 사망한 것을 확인하였다. 흡연 역시 9명 중 5명의 영아의 가정에서, 가정내 흡연이 이루어지던 정황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는 음주와 흡연이 영아에 대한 소홀한 양육과 관련, 사망에 기여하는 패턴을 볼 수 있었다.
영아 사망과의 관련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 것은 바로 가 구 관련 요인들로 ‘경제적 어려움’과 ‘친밀한 관계 내에서의 갈등’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은 관련 자료의 부족으로 파악이 되지 않는 2 사례를 제외한 7사례 모두에서 관련 정황과 주관적 어려움의 호소를 확인하였다. 이들은 적은 월소득, 그리고 그로인한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아동혹대와 강하게 관련된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온 친밀한 관계 내에서의 갈등 역시 많은 부분 사망에 기여한 것이 확인되었다. 미혼모이거나 별거중, 혹은 가정폭력 문제들이 5사례에서 확인되었고 이 중 3건은 영아사망 1-3일 이내 관련 문제로 경찰에 신고되거나, 인지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친부모 간 갈등을 인지한 경찰이나 공공기관 관련자는, 해당 가정에 영아가 있다면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2.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진 가정에서의 영아 혹대
위와 같은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진 가정에서 영아는 모두 크거나 작은 방임적, 학대적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명백한 상흔과 증거를 통해 학대 행위가 확인되는 사례(3건)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례가 더 많았다(6건). 이때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사례들은, 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아동학대 사망의 공식 통계에도 집계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나머지 사례는 공식 통계에서도 묻혔고, 이 연구에서 다룬 다수의 사례도 이전까지는 검토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이전 검토되지 않았던 영아 사망 6건 사례는 명백한 신체적 상처나 증거가 없었을 뿐, 법적 처벌을 받은 3건 사례와 비 교해 볼 때, 그 위험요인이 적지 않았다. 이 사례들에서 보호자들은 밤새 술을 마시거나, 영아들 돌보기 위해 밤에 깨지 않고 계속 수면 중이었으며, 보호자의 양육 지식과 양육 의지도 강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영아는 너무 덥거나 추운환경에 있거나, 기저귀를 갈지 못하거나 씻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었으며, 적절한 영양섭취를 할 수 없었다. 만일 이 영아들을 둘러싼 위험요인이 적었다면, 혹은 그러한 위험요인을 도와줄 수 있는 국가를 포함한 누군가가 미리 인식하고, 도와주었다면, 보호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소중한 영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져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이 연구에서 분석한 사례에서, 생활고로 인해 20대 친모가 가출한 뒤, 홀로 영아를 키우던 친부가 술을 마시고 자살 시도를 하자, 당시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했었다. 친부가 술이 깬 뒤, 그 상황은 수습되었지만 구하러 온 이들과 친부가 대치하는 동안, 영아는 홀로 방치된 상태였다. 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가정에 있던 영아는 방치된 상태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아의 안위에 대해서는 특히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은 정황이 확인되었다. 아마 이 사례의 사건은 아동학대로 인해 신고된 건이 아니며, 친부의 자살 시도 행위를 막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20대 친부모와 영아의 가구는 어린 연령, 우울증, 자살 시도, 음주, 경제적 어려움 등의 다양한 위험요인들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러한 요인들이 영아 사망과 관련이 높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다수 존재할 때 혹대, 그리고 관련 사망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있었다면, 당시 영아의 안위에 대한 좀 더 적극 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영아가 부친의 자살 시도 사건 후 1개월 후 사망한 채로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이와 같은 영아 사망 과정은 “스위스 치즈 모델”을 상기시킨다(Fig. 2). 이는 산업안전이나 재해 방지 분야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하는 과정에 관해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된 모델이다. 여러 군데 구멍이 있는 스위스 치즈 조각들은, 통상 그것을 일렬로 정렬했을 때 그 크기가 불규칙하여 잘 관통되지 않는다. 하지만, 치즈 조각들을 여러 번 정렬하다 보면, 우연히 비슷한 위치에 구멍이 일치하도록 정열, 그것이 관통될 수 있다. 이때 치즈 조각의 구멍을 상존하는 위험요인으로, 그리고 그것들이 우연히 관통되게 되는 것을 사고의 발생이라 비유해 볼 수 있다[34]. 이는 큰 안전사고 이면에, 개개별의 거의 ‘무해’하며 ‘사소’해 보이는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존재하다가 그 모든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대형 사고로 번지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각각의 작은 위험요인들에 대한 관리에 실패하게 될 때 치러야 할 대가는 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모델이다.
영아의 사망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원인불명의 영아급사의 경우, 사고사나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단순종결되고 있었다. 사망이 초래되는 영아의 양육과정은, 그 각각을 따로 들여다보면 매우 사소하며 비의도적 실수들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결론 난 사망의 경우에도 막상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호자의 스트레스,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 양육 스킬의 부족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결합되어 있는 정황이 확인된다. 또한 그것들은 각각은 사소하지만 결합된 상태에서는 일종의 ‘패턴’을 이루며 지속적으로 영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고, 그 위험성과 피해를 증폭시키다가 결국 영아의 사망을 초래하게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치즈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가 우연히 여러 구멍의 위치가 일치되어, 관통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산업안전사고와 마찬가지로 영아 사망도 그것을 초래한 것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보호자의 행위나 상황 하나만을 살펴보기보다는, 그것과 관련하여 어떤 위험요인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부적절한 양육과정을 낳았는지, 그 ‘패턴’ 자체를 중심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3. 아동 복지적 관점에서의 영아 사망 재검토
이 연구에서 확인한 모든 사례는 다양한 위험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어려움 등이 혹대에 가까운 상황을 유발하며, 그것이 영아 사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중,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명백한 상흔이나 자백이 있던 3사례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그 외에 해당되는 대부분 사 례는 흑과 백이 구분되지 않고 회색지대에 머문다. 이는 영아의 사망에 다양한 학대, 방임적 요소들이 존재 단지 기소,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검토,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러한 사망은 학대, 방임과 관련된 사망의 국가의 ‘공식 통계’에서 역시 제외된다. 공식 통계에서는 이렇게 엄밀한 ‘법적 기준’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즉, 피해자 영아의 입장은 살아서도 어느 곳에서도 대변되지 못하다가, 사망 후 예방을 위해 집계하고 있는 공식 통계에서 마저도 외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영아의 사망을 검토하는 데 있어서만은, 보호자가 영아를 미워하였는지, 해하려 하였는지와 같은 보호자의 ‘의도’, 즉 고의성보다는 “아동 우선(Child First)”의 관점에서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의 검토와 세부적인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안한다. 연구대상을 확대하여 영아 사망을 전수조사하고, 이 조사를 통해 영아의 생존을 위해 보호자의 양육기술, 지식, 능력 등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아가 영아의 혹대에 따른 보호자의 처벌을 입증하는 법적 절차를 만드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북미지역에서는 영아 질식의 경우, 보호자가 안전한 수면환경에 대한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의 권고사항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부모가 방임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와같은 미국의 기준과 인식을 확인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법적 기준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아동혹대사망에는 우리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끔찍한 아동 고문과 같은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특히 그 중 1세 미만의 영아 사망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오히려 다양한 위험요인이 관여한, 만성적이고 패턴화된, 미묘하고 사소해 보이는 부적절한 양육의 축적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였다. 이러한 점은 아동사망, 특히 영아사망의 경우 단순히 법적 처벌을 넘어 아동 복지적 관점에서 미묘하고 사소해 보이는 요인들까지 포괄, 어떤 위험요인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a grant for Development of Scientific Investigation funded by th National Forensic Service (2023-MED-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