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와 양육자를 둘러싼 심리·사회적 위험요인들(예, 열악한 경제적 상황, 낮은 사회적 지지, 부족한 양육 지식 등)은 영아의 건강한 성장과 생존을 저해할 수 있다. 나아가 그러한 위험요인들이 존재할 경우, 양육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영아에게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영아에게는 그것이 불충분하며 부적절하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위 사례는, 그와 같은 상황이 개인의 힘만으로는 타계하기 어려우며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그러므로 소중한 영아의 생명을 구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양육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려면, 그러한 위험요인들을 조금 더 빨리 확인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한 법원의 인식을 보여준다.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아동에 대한 학대(abuse)와 방임(neglect)을 하게 되는 과정에 대처할 효과적인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 현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을 가진 가정에서 영아가 사망하는지, 또 어떻게 사망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 관련 연구는 주로, 명확한 의도와 증거가 확인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이 있으며 그것이 ‘기여한’ 1세 미만의 영아(생후 24시간 이상, 1년 미만) 사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특징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한편 영아는 전적으로 건강과 생존을 성인에게 의지하고 있기에 유아나 성인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는 위험 요소들도 영아에게는 위험하며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영아는 부적절한 양육행위나 처벌 등을 ‘함’ (commission)에 의해서도 사망할 수 있으나, 적절한 양육행위를 ‘하지 않음’ (omission)에 의해서도 사망할 수 있다. 통상 전자는 학대 후자는 방임이라 부르며 이를 통합한 개념으로, 국제적으로 혹독한 대우(maltreatment)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maltreatment는 ‘학대’ 또는 ‘아동학대’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아 그것이 방임을 포함하지 않는 abuse로서의 학대를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이를 포함한 maltreatment의 개념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혼동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앞으로 0-18세 아동에 대한 혹독한 대우라는 의미로서 maltreatment를 ‘혹대’라 지칭하고자 한다.
1. 영아 혹대 사망 판단의 어려움
혹대로 인한 영아의 사망이라고 하면 통상 행위자가 아동에 대한 미움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한 목적 등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괴롭히다 사망케 한 사건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영아는 생존 자체를 전적으로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매우 연약한 상태다. 따라서 극단적이며 잔혹한 행위가 없더라도, 단지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방임이나 부주의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홀로, 푹신한 침구에서 잠을 자는 것은 성인에게는 매우 안전한 환경이라 할 수 있지만, 영아에게는 급사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환경이 될 수 있다[
2]. 부모가 잠시 다른 것에 주의를 둔 사이 성인에게는 쉽게 걷어낼 수 있는 이불과 베개가, 영아에게는 너무 무겁거나 푹신하여 걷어내기 어려울 수 있고, 그로 인해 질식,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아사망의 경우, 통상 신뢰할 수 있는 목격자도 없는 개인적인 공간인 ‘집’에서, 보호자인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그것이 혹대로 인한 사망인지를 규명하고자 할 때, 그 유일한 증거는 부검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아는 성인과는 달리 푹신한 침대 위에 홀로 눕혀놓는 것과 같은 적은 외력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외력이 적게 가해진 경우일수록, 부검 결과에서 명확한 혹대, 살해의 증거가 적어진다. 즉, 혹대로 인한 영아 사망의 경우 거의 유일한 증거는 부검 결과인 경우가 많지만, 그나마도 부족하거나 부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3].
한편, 똑같은 푹신한 침구에서 수면 중이었던 두 영아가 사망한 사례라도, 내내 세심한 양육이 이루어지다가 아주 잠시 보호자가 눈을 뗀 사이 한 영아가 사망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방임이라기 보다는 사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술에 만취해 수 시간 보호자가 한 영아를 방치하다시피 방임해 영아가 사망한 것과는, 그것에 방임의 개입 여부에 있어 다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사건은 모두 부검 결과에서 다른 흔적이 없다면, 사인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3]. 그런데 통상 아동사망의 경우 부검결과가 사망의 유일한 증거일 경우가 많다. 즉, 이처럼 여타 혹대의 증거가 없는 와중에 부검결과 마저 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할 때 영아의 사망은, 종종 통상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전제에 따라 사고에 의한, 혹은 불상의 신체적 원인으로 인한 것으로 결론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영아 사망 중 50%는 사실상 혹대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는 선행연구도 있다[
4]. 이와 같은 영아 사망의 특성으로 인해 특히 그 사망의 원인이 특히 덜 물리적이거나 부주의, 혹은 방임에 의한 사망이라면,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 영아 혹대 사망 판단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심리사회적 위험요인
영아 사망과 관련된 사인 판단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사고사, 혹대에 의한 사망이 일어나는 많은 가정에서 경제적 불안정[
5,
6], 친부모의 어린 연령[
7], 원 가족과의 단절 등의 사회적 지지 부족[
8], 알코올중독[
9], 모친의 흡연[
10] 등과 같은 다양한 위험요인이 확인되며, 그러므로 어디까지가 위험요인의 영향을 받은 사망인지, 그리고 어디부터가 혹대 의도에 의한 사망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위험요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영아들의 건강한 발달과 생존에 필수적인 세심한 양육을 저해하여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모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무기력하여 영아를 방치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적절한 보호가 제공되지 않기에 영아의 성장과 발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고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사하게 지적장애로 인해 양육기술과 지식의 습득 능력이 부족하며, 또 주변의 도움마저 요청할 능력이 없어 잘못된 양육방식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 역시 영아에게 비슷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정말 산후우울증이나 지적장애로 인해 실수나 사고로 영아의 사망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관 없이, 오히려 의도를 가지고 혹대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산후우울증이 있으며 원치않는 아이로, 의도적으로 방임, 방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많은 경우는, 그러한 위험요인으로 인해 혹대의도를 가지게 되는 것일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신체적으로 고된 노동을 이어가던 20대 초반의 친부가, 불법적인 행동을 한 친모가 감옥에 가게 된 후 혼자 육아를 도맡다가 학대성두부외상을 초래하여 사망케 했던 사건이나[
11], 동거하는 지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친모가 2천4백여 회 성매매를 강요받는 등 극도의 신체적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과정에서 자녀인 4세 여아를 폭행하고 분유만 먹여 사망케 한 사건이 그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12]. 즉, 다양한 위험요인은 그 자체로 영아의 생존과 건강한 발달에 위협이 되며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보호자에게 그것으로 인한 혹대의도를 가지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보호자의 행위에서 어디까지가 위험요인과 관련된 책임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살해의 ‘의도’가 사망 당시에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보호자가 가진 다양한 위험요인과 그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에 무게를 둔다면, 이러한 사망은 사고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모든 영아에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필수적인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그러나 그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방치되다 사망한 영아의 입장에 중점을 둔다면, 이러한 사망들은 역시, 혹대와 관련된 사망과 가깝게 볼 수도 있다. 즉,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어디까지가 그것에 의한 사고인지, 혹은 어디부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대의 의도를 가진 행위인지, 아니면 위험요인과 상관 없는 순수한 혹대의도에 의한 사망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위와 같은 논의를 정리하기 위해, 위험요인의 여부(위험요인으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 그리고 혹대 의도여부라는 두 축을 교차시켜 도식화해보았다(
Fig. 1). 여기서 세로축인 혹대 의 의도가 있었는지의 판단은 특히 법적 처벌과 관련하여 중요하다. 한편, 가로축인 위험요인으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의 측면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예방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히 양육의 어려움이 초래하는 사망은, 사회의 제대로 된 지원과 관심이 있다면 그것이 사고이던, 혹대의 의도를 가진 것에 가깝던 막을 수 있는 사망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위험요인으로 인한 사망은, 사실상 영아 사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5]. 따라서 혹대의 흔적이 불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영아 사망 중 특히 위험요인으로 인해 양육의 어려움이 있었던 사건들을 살펴보는 것은 이 현상의 이해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Fig. 1.
Conceptual diagram of infant death according to two levels: ‘maltreatment related intention’ and ‘child-rearing difficulties caused by risk factors.’
이에 본 연구에서는 어떠한 위험요인들이 관여되었는지, 중첩되어 각 위험요인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아동의 사망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발현되게 되었는지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크게 네 가지 영역인 피해 영아, 주 양육자(주로 친부, 친모), 아동이 속한 가구 특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싼 환경에서 네 가지 영역에서 어떠한 위험요인들이 영아 사망과 어떻게 관련되었는지를 탐색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인들을 확인한다. 우선 영아와 관련된 위험요인으로 사망률을 증가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으로 미숙아조산아[
13-
15]가 있다. 성별에 관해서는 연구 간 불일치한 결과가 얻어지고 있지만, 남아가 여아보다 사망률이 좀 더 높은 경향이 있다[
16-
18]. 한편, 특히 혹대 중 학대와 관련되어서는 여러 군데 새로 생성된 골절과 치유되고 있는 골절이 혼재해 나타나거나, 몸통, 귀, 목, 이른바 TEN (Torso, Ear, Neck) 영역에서 멍의 흔적이 있다면, 이 역시 신체적 학대가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하며 이는 영아 사망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19].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성장이나 영양실조 등이 관찰된다면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 등이 있었음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귀뒤나 목주름의 때, 엉덩이 발진 등은 위생적 방임을 시사하는 요인이다.
주 양육자와 관련하여서는 영아의 혹대 사망일 경우 친부모일 확률이 가장 높다. 통상 친모가 주 양육자이기에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는 친부는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등 매우 방임적 태도를 보이거나 가정 자체를 떠나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영아 사망에는 친부모가 함께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한 관점일 것이다[
20,
21]. 한편 만약 친부가 무직이고 신체적 문제 등으로 가정에 있으면서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경우, 방임보다는 신체적 학대로 사망한 영아에게 두부 손상이나 골절 등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22].
특히 친부모의 ‘어린 연령’은 아동혹대 사망의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데이터로 보았을 때 친부모 둘 중 한 명이라도 만 27세 이하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6]. 친부모의 학력과 직업과 관련해서, 친부 친모를 막론하고 학력은 낮을수록, 직업은 무직이거나 일용직, 시간제 계약직 등 안정되지 않은 상태의 가정에서 더욱 영아 사망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된다[
23]. 전과나 가정폭력 신고 이력 역시 영아의 아동혹대의 위험요인이다.
한편 영아를 가장 가까이서 돌보게 되는 친모의 경우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 흡연과 음주를 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17]. 특히 임신 중 흡연과 음주는 과소 체중, 혹은 태아 알코올 증후군 등을 유발하며, 영아가 건강상 문제를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24]. 친부모의 정신적 요인도 고려해 볼 수있다. 기존 연구들은 낮은 자존감, 우울증, 자살 시도, 자살사고, 공격사고, 살해사고, 망상, 성격장애, 어린 시절 혹대경험 여부, 사회적 고립 등이 아동혹대, 영아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되어왔다[
25].
가구 관련 위험요인 중 영아 사망과의 관련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되어 온 것은 ‘경제적 어려움’과 ‘부부간 갈등’이다. 가구 내 소득이 적거나, 채무로 고생을 하는 환경은 많은 혹대사망과 살해후자살의 주요인이 되곤 한다[
26,
27]. 가정 내 양육자(주로 친부모) 간 갈등 역시 영아 사망의 큰 기여 위험 요인이다. 미혼모이거나, 친부나 친모가 이미 다른 배우자와 혼인을 한 상태로 혼외자식인 상황 등은 영아를 돌보는 친모에게 사회적 고립과 원가정으로부터 지지의 부재를 경험하게 하며, 이는 영아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4,
28]. 친부모가 다툼이나 별거, 이혼소송 중일 시 특히 경제적 자립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친모일 경우 스트레스가 크며 이것이 영아의 방임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9]. 혼인신고, 출생신고를 둘러싼 문제 등 역시 하나의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30].
보육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변인들 역시 역시 영아의 사망 가능성을 높이거나 그 자체로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좁은 면적에 많은 인원이 거주하거나, 연년생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역시 육아의 어려움을 커지게 해, 부주의와 태만으로 인한 영아 사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31,
32].
그동안의 선행연구들에서는 보호자나 주양육자가 ‘악의, 혹은 고의’적으로 초래한 영아 혹대 사망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심리·사회적 위험요인들이 기여한 영아 사망’에는 관심이 적었다. 또한 이러한 위험요인들이 어떤 식으로 영아의 사고, 혹은 혹대 사망에 관여하는지에 대해 무지한 결과,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영아 사망과 혹대로 인한 영아 사망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도 부족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특히 사고사나 자연사(영아급사증후군, 그 외 병사)로 판단된 영아 사망 중, 다양한 위험요인이 중첩, 양육의 어려움이 초래되었었던 사망을 중심으로 영아 사망의 특성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