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사망한 경우에서 사망의 원인 및 종류 결정에 대한 고찰
Review of the Determination of the Cause and Manner of Death, in Deaths Related to Medical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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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A death certificate (DC) can be considered a legal document and in terms of societal use, it is a public document. A DC includes facts such as the time and place of death, as well as judgments as to the cause and manner of death. Whether it pertains to facts or judgments, recording false information results in a false DC. According to the National Association of Medical Examiners (NAME) in the United States, it is acknowledged that there are varying opinions and approaches when it comes to classifying the manner of death. Therefore, it may require a final judgment, including input from the legal system. Generally, deaths resulting from complications that occur during drug administration or medical procedures are classified as natural deaths, while deaths due to unforeseen complications that occur suddenly, are categorized as accidental deaths. Applying this classification by NAME to the principles and legal precedents related to the duty of explanation and medical lowas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it is reasonable to classify deaths resulting from complication, during medical care, as natural death. However, if the death occurs due to injury or poisoning during medical care, it falls under external causes, according to the principle of following the primary cause. In conclusion, it is considered reasonable to classify complications that occur during medical treatment as natural deaths when they are foreseeable and within the accepted range of complications determined by medical standards at that the time.
서 론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는 의료법 제17조(진단서 등)에 근거하여 의사 개인의 신분으로 작성되므로 작성 주체의 측면에서는 사문서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적 활용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망 후에 개인의 법률적 및 사회적 권리와 의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사망신고나 각종 연금이나 보험금 또는 상속 등과 관련된 중요한 증빙자료가 될 수 있고, 범죄 관련 여부의 수사나 재판 등에 신뢰할 수 있는 증거자료로 활용되기도 하며, 각종 보건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자료에 포함되므로 공문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형법 제233조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가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 등)에서는 제17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내주거나 제22조 제1항에 따른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수정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여 처벌하는 이유도 진단서가 의사 개인이 작성하는 사문서임에도 그 기능면에서는 공문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진단서의 신뢰성 담보를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울산지방법원 2020.9.11. 선고 2017고단1002 판결[1]은 “의사가 작성하는 진단서는 사회에서 높은 신뢰를 부여하고 있고, 특정인의 사인을 기재한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의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므로, 진단서 내용에는 진실성과 신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진단서의 작성 주체인 의사는 진단서에 사실만을 기재할 것이 요구되고, 진단서가 사문서임에도 허위 내용의 작성을 처벌하는 것은 진단서의 사회적 신용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고 하면서 사망진단서의 영향력과 진실성 및 신뢰성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1)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고,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검안서(2)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1)의 ‘진단서’는 ‘사망진단서’를 의미하고, (2)의 진단서는 사망진단서를 포함한 일반적인 모든 진단서라고 이해할 수 있으며, ‘검안서’는 ‘시체검안서’로 이해된다.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는 그 형식과 기재해야 할 내용은 같지만, 사망진단서는 진료의 결과를 근거로 하여 사망을 진단하는 문서이므로 ‘진료를 통해서 알게 된 질병(합병증 또는 부작용 포함)이나, 손상, 또 는 중독 등 임상 정보가 있다’는 전제하에 작성하는 반면, 시체검안서는 주로 사망한 채로 발견되거나, 진료로 알게 된 임상 정보가 거의 없는 경우에 검안 후에 작성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과거의 병력, 사망 경과의 특징, 발견 현장의 상황, 시체의 외표 검사에서 볼 수 있는 소견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사인과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환자의 질병이나 손상이 점진적으로 서서히 악화되면서 사망하는 경우에는 보호자들이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므로 환자의 죽음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진단을 위한 시술이나 치료를 위한 약물 투여, 시술, 또는 수술의 과정 중에 예상치 못한 가운데 갑자기 사망하면 의료과실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호자의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되는 것이 현재의 의료 현실이다. 또한 보험회사나 유족으로부터 재해사망보험이나 질병사망보험 등 보험이나 연금 등과 관련하여 사인이나 사망의 종류에 대한 이견이 제기되거나 원하는 진단서 작성을 요구받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한편, 의료인들은 의료과실이 없을지라도 수사 대상이 되거나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을 꺼려한 나머지 판단에 흔들림이 있을 수도 있고,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구성요건, 특히 ‘허위’ 개념 등에 대한 의사들의 이해 부족으로 자칫 의도하지 않은 허위진단서작성죄를 범할 수도 있다. 이처럼 진료 중에 사망한 경우에는 사인이 환자의 질병 또는 손상이나 중독 그 자체인지, 아니면 진료 과정에 발생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인지, 또는 사망의 종류가 내인사인지 아니면 치료의 합병증이므로 외인사라고 해야 하는지 등 사망의 원인이나 종류를 결정하는 데에 모호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도, 진료 중 사망한 경우에 참고할 수 있는 자세하고 명쾌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저자들은 기존의 판례에서 확인되는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구성요건과 사망의 원인 및 종류 결정에 관련된 기존의 자료나 지침들을 검토하고 사망의 종류 결정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에 대해서 고찰하고 공유함으로써 사망진단서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허위진단서
형법 제233조의 허위진단서작성죄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가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사문서임에도 허위작성하는 것을 처벌하는 죄이다. 본 죄의 주체는 법에 따라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에 한하며 이러한 자격요건을 가진 자만이 죄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죄의 주체는 진정신분범이라고 할 수 있다[2]. 또한, 간호사는 허위진단서작성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무면허 의사 등도 그러하다. 한편, 이 죄의 객체로서는 진단서이나, 문서의 종류나 명칭은 불문 하기 때문에 상해진단서는 물론이고 진단서라는 명칭이 들어가지 않은 소견서 등도 의사가 진찰한 결과 알게 된 병명이나 상처의 부위, 정도 또는 치료 기간 등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라면 이 죄의 객체가 될 수 있으며[3], 신체감정서를 비롯하여 부검감정서 등의 감정서 및 시체검안서 등도 이 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2].
허위진단서작성죄에서 허위의 기재는 사실에 관한 것이건 판단에 관한 것이건 불문하는 것이지만, 허위진단서작성죄는 원래 허위의 증명을 금지하려는 것이므로 의사가 주관적으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필요함은 물론, 그 허위의 기재는 실질상 진실에 반하는 기재일 것이 또한 필요하다[3-6].
한편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는 경우는 오진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고, 오진을 가장한 허위의 결과일 수도 있는데, 의사가 주관적으로 진찰을 소홀히 한다던가 착오를 일으켜 오진한 결과로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 진단서를 작성하였다면 허위진단서 작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니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3,4], 그러나 입원치료비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또는 의료사고의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의 진단서를 발급하였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다른 여러 가지 상황들과 함께 검토하여 허위진단서작성죄에 해당될 수 있다[2,7]. 그러므로 허위진단서 작성으로 얻게 되는 직접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환자 유치나 홍보 기타 다른 무형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에도 허위진단서의 구성요건 중 허위에 대한 미필적 인식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일명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과 같이 현재의 진단명과 증상에 관한 기재뿐만 아니라 현재까지의 진찰 결과로서 발생 가능한 합병증과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을 기재한 경우에도 그 내용이 규범적 판단이 필요한 수감생활이나 군복무 또는 특수 업무 수행 가능 여부 등에 대해서 판단하고 진단서에 기재하였다면, 그로써 환자의 건강상태를 나타내고 있는 이상 허위진단서 작성의 대상이 될 수 있다[8]. 따라서 이러한 규범적 판단은 관련 전문 기구나 위원회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사망진단서에는 순수하게 의학적 건강 상태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사인이나 사망의 종류가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는 경우는 첫째, 허위에 대한 인식이 인정되는 허위진단서가 있고, 이는 허위진단서작성죄에 의한 형사처벌 여부의 대상이 되며, 둘째,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서, 잘못된 판단 또는 사인이나 사망의 종류 결정에 무관심 또는 착오하여 작성한 진단서, 즉 넓은 의미의 오진에 의한 진단서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잘못된 진단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여부의 대상이 된다[9]. 물론, 주의 태만으로 발생한 오진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의료과실 여부를 따지게 되어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나 여기서는 사망진단서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므로 논외로 한다. 따라서 허위진단서인지 또는 오진에 의한 진단서인지의 구분은 매우 중요한 논점이라고 생각된다. 상기한 판례[1]를 보면, “피해자의 질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진단되지 않았던 반면 시술 과정에서 사망한 것이 명백한 이상 사망의 종류가 ‘병사’가 아님이 명백하고, 법의학 전문가도 이 법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은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사에 의한 사고에 기인한 것이므로 사망 종류가 병사가 될 수는 없다고 명확히 증언하였다. 사망원인을 은폐하거나 숨기기 위한 목적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이 의료사고로써 피고인들의 과실 여부가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명백한 ‘외인사’ 내지 ‘기타 원인에 기한 사망’을 ‘병사’로 보고 사망의 현상인 ‘호흡정지’를 직접사인으로 기재한 행위는 의료사고의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하면서 수사 단계에서 시인된 내용 등을 종합하여 허위진단서작성을 인정하였다. 요약하면, 진단되지 않은 상태이었고, 진단을 위한 시술 중 발생한 사망이며, 전문가도 의료행위 과정에서 사고이므로 병사가 아니라고 증언하였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서 허위진단서 작성은 유죄이지만 업무상과실치사는 무죄이며, 판결 내용은 항소심[10]에서도 유지되었고, 상고 여부는 알지 못한다. 허위진단서라는 판단은 재판부의 전권사항이고 또한 판결 문구만 보고 해석하는 비전문가의 판단능력과 세밀한 자료까지 확인하고 검토하며 원고와 피고의 주장들을 심사숙고하여 판단하는 재판부의 판단능력은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가정하여, 죽음의 현상인 호흡정지를 직접사인으로 하지 않고, 진정마취제 부작용을 직접사인으로 하고 사망의 종류를 질병의 연속선에 있는 골수검사를 위한 진정마취라는 주장과 함께 병사라고 하였다면, 골수검사의 부작용으로 설명되었을 것이므로 병사라는 결정이 허위진단서인지 아니면 넓은 의미의 오진(또는 오판)에 의한 진단서인지가 중요한 논점이 되었을 듯하다.
이러한 논점에 대해서는 비록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였으나, 신체에서 별다른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다만 앞가슴에 약간 긁힌 자국의 점상출혈이 있을 뿐인데도 18일간의 입원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양측전흉부 및 우측계늑부 타박상의 상해진단서를 작성한 건에서 허위진단서작성죄를 인정한 판례[7]와 의사가 진찰을 소홀히 한다거나 착오를 일으켜 오진한 결과로 객관적 진실에 반한 진단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허위진단서작성의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니 허위진단서작성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11]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판례를 종합하면, 단지 오진이라고 하여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형사법 구성요건 요소 중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고의 여부는 환자의 상태, 진단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과 목적, 경제적 이득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판단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의 원인 및 종류 결정
1. 사인(사망원인, cause of death) 작성 방법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지침[12,13]에 의하면, 사인이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질병이나 손상, 중독, 사고 또는 폭행 등에 관련된 의학적 상태이고, 사망에 이르게 한 최종적인 원인을 직접사인이라고 한다. 직접사인을 초래한 원인을 선행사인이라고 하고 그 선행사인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손상이 있으면, 그 질병이나 손상을 선행 단계의 선행사인이라고 하면서 기입하는데, 가장 처음의 시작되는 단계의 질병이나 손상을 원사인이라고 하고 원사인과 선행사인, 직접사인은 질병이나 손상의 진행이라는 의미에서 상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사인으로 진단된 질병이나 손상, 중독 등의 진단명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3항 조문인 「통계법」 제22조 제1항 전단에 따라 고시된 한국표준질병ㆍ사인 분류에 따른다. 심장마비, 심장 정지, 호흡부전과 같은 사망으로 인한 현상은 사인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만약 사망원인을 알 수 없다면 불분명한 사인을 추정하여 기록하는 것보다 “미상”, “불상” 또는 “알 수 없음”이라고 하여야 한다.
2. 사망의 종류 결정 방법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지침[12,13]에서 사망의 종류는 크게 병사(내인사)와 외인사로 분류되고, 돌연사나 부패, 또는 건강정보 부족 등으로 사인을 판단할 아무런 근거가 없고, 아울러 질병에 의한 사망인지 질병 이외의 원인에 의한 사망인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기타 및 불상으로 분류된다. 먼저 사인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서 사망의 종류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원사인은 직접사인과 선행사인의 인과관계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원인이므로 가장 최초의 선행사인이다. 그래서 원사인이 질병이면 병사로, 원사인이 손상이나 중독 등과 관련되어 있다면 외인사로 분류되고, 손상이 발생한 원인에 따라서 자살, 타살, 사고사로 다시 분류되며, 자살, 타살, 사고사를 구별할 수 없으면 미상이라고 한다. 직접사인은 알 수 없는 ‘미상’인데 사망의 종류는 병사라고 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된다. 물론 원사인과 직접사인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는 경우에는 결정이 모호할 수도 있지만, 인과관계 단절의 의학적 원인을 찾아보면 원사인이 달라지기도 하므로 사망의 종류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사인은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임상 경과의 최종 단계인 죽음에 관련된 원인이므로 죽음까지 진행되는 임상 경과는 의학 또는 의료의 발전과 진료의 질 개선이나 향상 등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반면, 사망의 종류는 의료의 본 질적인 영역은 아니다. 어찌보면 의학적 필요보다는 보험, 수사, 소송 등 사회적 또는 법률적 필요에 의해서 분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동일한 사인이지만 사망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다.
사망의 종류에 대해서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직접사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45%를 보이는 급성 알코올 중독이라고 의학적인 판단을 하였다면, 이 경우에 사망의 종류는 (1) 병사인가 외인사인가? (2) 외인사라면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고사인가? 에 답을 하는 것이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1)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환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45%가 되도록 음주를 하였다면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질병 때문에 음주를 한 것이므로 질병의 연속선에 있는 죽음, 즉 원사인이 질병인 알코올 의존증이므로 내인사라고 할 수 있고, (2) 알코올 의존증이 없는 특정인이 어떤 상황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45%가 되도록 스스로 과음을 하여 사망하였다면 원사인과 직접사인이 질병과 관련이 없는 급성 알코올 중독이므로 외인사의 사고사에 해당되며,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여, (3) 자살목적으로 고농도의 알코올을 단숨에 마셨다면 외인사의 자살에 해당되고, (4) 수액을 맞고 있는 환자의 수액에 고농도의 알코올을 주입하여 사망하게 하였다면 외인사의 타살이 되는 것이다. 사망의 종류는 이처럼 사인이 되는 질병이나 손상 또는 중독이 어떻게 사망에 개입되었는지라는 방법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National Association of Medical Examiners (NAME) 자료에서는 ‘미국의 대부분 주에서는 사망의 종류를 자연사(natural), 사고사(accident), 자살(suicide), 타살(homicide), 미상(undetermined or could not be determined)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14].
3. 사인 및 사망의 종류 결정의 현실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에서 의사의 판단을 요구하는 내용은 사인과 사망의 종류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015년과 2018년에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마련하여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 작성 방법에 관한 논문들도 발표되고 있다[12,13,15-17]. 사망진단서 작성방법에 대한 의료인 교육을 위해 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사이버 연수강좌를 개설하여 보수교육 평점을 부여하고 있다[18]. 의료계가 아닌데도 통계청에서는 사망진단서의 질적 제고를 위하여 사망진단서 작성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사망진단서 작성방법 안내 자료를 의료기관에 배부하고 있다[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인이나 사망의 종류 결정에 어려움이 많고, 오류 또한 적지 않다는 보고들도 이어지고 있다[20-26]. 울산지방법원 2020.9.11. 선고 2017고단1002 판결[1]은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관행적 으로 호흡정지, 심정지 등 사망의 현상을 사인으로 기재하고, 병사와 외인사의 기준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등 사망진단서 작성의 중요성과 올바른 작성방법에 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며, 이 부분에 대한 의과대학의 교육도 충실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하면서 사망진단서 오류가 많은 이유를 (1) 사망진단서 작성의 중요성과 올바른 작성 방법에 관한 인식 부족과 (2) 충실하지 못한 의과대학 교육을 지적하였는데, 매우 적절하고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3) 응급실에 도착 전 사망 상태(death on arrival) 또는 혼수상태로 내원하여 진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사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4) 복합적인 질병 상태 또는 손상과 질병이 섞인 경우에는 많은 양의 의료 정보가 있다고 하여도 오히려 인과관계 등이 복잡해져서 사인 결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5) 사망의 종류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망 현장 조사 및 경찰의 수사 정보가 포함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6) 질병이나 손상의 치료 과정에 의료가 개입되면서 사망의 경과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사인이나 사망의 종류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질병 치료를 위해서 약물을 치료농도로 투여하였는데,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였고, 이때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못하여 사망한 경우와 적절한 치료를 했음에도 사망한 경우 등 ‘치료를 위한 의료가 개입된 경우에는 병사인가 아니면 의료의 개입 자체에 의한 외인사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모호한 상태에서 작성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7)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 역시 사망진단서 오류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환자가 사망하면 수 시간 내에 사망진단서 작성을 요청받게 되고 의사는 의료법에 따라 발급해야 하는데, 환자의 사망에 관련된 자료들이 충분히 검토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작성될 수 있다. 한편, 법의부검은 수사과정에 진행되며, 부검감정서는 정보가 비교적 충분하고 사인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작성되므로 사망진단서보다 신뢰도가 높은 것은 분명하다.
진료 중 사망에서 사망의 원인과 종류
1. 의료의 개입과 외인과의 관계
원사인, 선행사인, 직접사인으로 사망의 과정을 모두 설명할 수 있으면, 사인의 결정과 사망의 종류 결정이 매우 단순해진다. 그러나 진료의 여러 단계에서 다양한 의료행위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사인이나 사망의 종류 결정이 복잡해진다. 질병 발생이 자연 현상의 하나라는 의미에서 병사는 자연사와 동의어로 이해되는 것처럼 의료의 침습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진료의 방법이나 내용에 따라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 을 위한 조영제도 아나필락틱 쇼크의 원인이 되고, 흔히 처방되는 항히스타민도 약전에는 방대한 양의 주의사항이 나열되어 있다. 시술도 마찬가지다. 매우 간단한 시술이라고 하더라도 출혈이나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약물치료나 시술 등은 의사의 결정과 환자의 동의라는 절차를 거치면서 허락된 범위 내에서 진행되므로 엄격하게 조절된 인위적인 행위이고, 질병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 의료행위가 개입되는 것은 곧 외인의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을 기초로 하여 사망의 종류를 분류한다면, 병원의 진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치료방임일 수 있음에도, 자연 현상의 하나로서 내인사(자연사, 병사, 영어는 natural death)라고 결정하고, 진단이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이나 부작용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의료의 개입에 따라 불가피한 결과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사고 또는 의료과실로 사망한 것이라고 하여 외인사라고 할 것인데, 그렇다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사망한 모든 죽음에 대한 사망의 종류가 모두 외인사로 분류될 수 있다. 요약하면, 진료를 받지 않고 질병으로 사망하면 자연사로 분류되고, 진료를 받는 과정에 사망하면 외인사로 분류되는 황당한 모순이 발생한다. 따라서 진료 중에 사망한 경우에서 사망의 종류를 판단할 때에는 의료행위의 합병증 내지 부작용 발생은 의료사고이므로 외인사라는 단순 논리는 매우 부적절하다. 즉, 진료 시행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의 합병증 내지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형식상 외인의 개입이기는 하지만 질병이나 손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이므로 사망의 종류를 결정할 때에는 외인에서 배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을 따른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지침[12,13]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 진료 중 사망한 경우에서 사인 및 제안
진료과정에 의료의 개입이 단순하고 치명적이지 않으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질병의 임상 경과에 따라서 직접사인, 그 원인이 되는 선행사인을 기재하면 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약물투여나 시술 등에 의한 부작용이나 합병증 또는 그로 인한 질병 상태의 악화가 사인으로 생각된다면, 원사인부터 직접사인까지의 의학적 경과가 설명될 수 있도록 작성하면 된다. 사인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나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추정이라는 용어를 활용하거나 추정할 수도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미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서 사망의 종류는 기타 및 불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할머니 사건”으로 알려진 예에서처럼, 폐암이 의심되어 기관지내시경 및 조직검사를 하는 과정에 대량출혈 로 사망하게 되었다면, 직접사인은 대량출혈이고, 그 선행사인은 기관지내시경 조직검사이다. 그 외에 폐암 의증은 기관지내시경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된 원인이므로 그 원인 칸에 폐암 의증을 기재하면 원사인 → 선행사인 → 직접사인으로 이어지는 의료행위의 사실관계가 명확해지고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폐암 의증은 진단되지 않은 상태이고, 또한 원사인에서 직접사인까지는 의학적 인과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따른다면 원사인으로 표기하는 것에 대해서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부터 (라)까지와 관계가 없는 그 밖의 신체상황’에 폐암 의증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망진단서의 목적이 한 개인의 죽음에 관련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하려 한 것이라면, 기관지 내시경을 하게 된 이유를 어디엔가 기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기록이 특별하게 사실을 왜곡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이유도 없다. 객관적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 기록한다면 형식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Appendix 1).
의료의 개입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관련된 진단명을 직접사인으로 기재하는 것에 주저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시술이나 수술 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환자나 그 보호자가 실망할 뿐만 아니라 의사로서도 당황하게 된다. 또한 좋지 않은 결과들 때문에 의료과실을 주장하게 되는 상황을 즐겨할 의사도 없다. 그런데, 의료법 제24조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 마취를 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수술, 수혈, 전신 마취를 하는 경우에는 불가피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서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며, 진료에 따르게 되는 불가피한 또는 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 상호 동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하여 의료과실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또는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였을 때 최선의 조치를 다하였는지를 따져서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술이나 수술의 합병증, 후유증, 부작용, 또는 기타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을지라도 이를 직접사인에 기재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사실을 기록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진료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단지 좋지 않은 결과만으로도 강한 추궁을 받을 수 있고, 자칫 허위진단서작성의 의심을 받을 수 있다.
3. 진료 중 사망에서 사망의 종류에 대한 NAME의 의견[14]
사망의 종류를 분류하는 기준이나 방법에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므로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고, 옳고 그름을 따지더라도 특별히 더 좋은 분류도 없으며, 사실에 관한 의견이므로 절대적으로 변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사망의 종류에 대한 예시는 의견일 뿐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여러 종류의 예시를 들고 있는데, 그중 진료 중에 발생한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에 관련된 예시를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1) NAME 예시 1
약물에 의한 과민반응성 쇼크로 사망한 경우는 사고사로 분류하였는데, 과민반응성 쇼크는 생체 고유의 병태생리적 반응에 의한 것이므로 자연사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결과이므로 사고사로 분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NAME의 사망의 종류를 분류하는 성향을 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예기치 못한 가운데 발생하는 경우는 사고사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2) NAME 예시 2
고도의 울혈성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는 디곡신(digoxin) 독성이나 항암치료에 따른 골수 억제 및 치명적인 감염 등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질병 치료제로서 허가된 약제이지만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불가피한 독성이라는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면, 이는 자연사로 분류한다. 일각에서는 독성이므로 사고사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약물 내성이나 용량 등 기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으므로 자연사로 분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3) NAME 예시 3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한 시술 중 합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발생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는 사고사라고 하면서 마취제 과용량이나 실수 또는 부주의에 의한 주요 혈관 절단 등을 예로 들고 있다.
(4) NAME 예시 4
수술 중이나 후에 사망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고위험군 환자)가 수술 중이나 후에 사망한 경우는 자연사로 분류한다. 복부대동맥의 동맥류 수술 중에 사망하면 이는 수술 고위험군에 해당하여 자연사로 분류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4. 진료 중 사망에서 사망의 종류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지침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서[12,13]에는 진료 중 사망한 경우를 별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에 따른다는 대원칙이 있으므로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특별할 것은 없다. 질병으로 시작된 진료의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은 질병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의료가 개입되었지만 결국 이는 질병의 진행 경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내인사로 분류한다. 그러나 손상이나 중독 등 외부의 요인으로 시작된 진료의 경우에는 진료 중에 발생한 합병증이나 부작용도 손상이나 중독 등 외부 요인의 경과 중 하나이므로 외인사로 분류한다. 이것이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에 따른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원사인에 따른 사망의 종류 결정은 단순하게 보인다. 진료하는 과정에 의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까지 임박해서 사망하였거나, 혹은 의료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을지라도 질병 또는 손상에 의한 생명 유지가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서 응급으로 또는 불가피하게 의료행위가 개입되었거나, 혹은 의료의 개입 후 합병증 또는 부작용의 발생이 서서히 진행되거나 사망의 경과가 매우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에는 원사인에 따른 사망의 종류 결정이 수월하다. 생명 유지가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서 응급으로 또는 불가피하게 의료행위가 개입된 경우에는 환자의 사망이 어느 정도 예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망의 종류 선택에 큰 어려움이 없다. 또한 암환자에게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서서히 골수가 억제되고 혈구 세포가 감소하면서 면역기능도 저하되어 감염으로 사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항암치료에 의한 합병증으로 골수가 억제되었다는 것을 쉽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원사인에 의한 사망의 종류 결정이 매우 수월하다.
그러나 진료를 위한 약물투여나 시술 또는 수술의 결과로서 즉시 나타나는 합병증이나 부작용으로 상태가 급속히 진행되어 사망의 경과를 취하게 되면 환자의 보호자들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의학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의사들도 의료의 개입은 외인의 개입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원사인에 따르는 사망의 종류 결정을 망설이게 된다. 예를 들어 심장전산화단층촬영으로 관상동맥의 내강이 90% 막혔다는 관상동맥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응급으로 관상동맥 조영술과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였으나, 세심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시술 도중에 스텐트 삽입을 하고자 했던 관상동맥이 파열되었고, 응급처치 및 흉부외과적 수술을 진행하였으나 사망하는 경우는 최선의 주의를 다하더라도 의학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의 합병증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후 시행하는 것이다. 합병증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항암 치료에 의한 골수 억제라는 합병증과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을 위한 시술의 합병증은 서 로 다른 치료 방법의 결과이고 서로 다른 종류의 합병증일 뿐인데도, 약물 투여와 달리 시술은 보다 더 적극적인 의료 개입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진단을 위한 시술을 진행하는 과정에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질병이나 손상 등 진료 시작의 원인이 된 증상에 따른 진단명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질병에 관련된 진료에서는 진단 과정의 합병증 역시 치료 과정의 합병증과 같다. 진료의 시작이 질병이었는지 또는 외상이었는지에 따라서 사망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의 경우도 있다. 원사인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하여 외상이 사망할 정도로 중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외상과 기저질환과의 중증도 비교나 사망의 경과에 따라서 내인사로 또는 외인사로 분류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최초 진단명에 대한 치료의 종결 과정 여부에 따라서 새로운 원사인이 개입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사망의 종류를 달리 분류할 수도 있다.
5. 진료 중 사망에서 사망의 종류에 대한 고찰 및 제안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NAME의 사망의 종류에서 설명된 약물과 시술에 관련된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검토하고 제안해보고자 한다.
우선 약물에 관련된 부작용이다. 영상 진단 과정에 사용하는 조영제는 신장기능을 악화시키거나 과민반응성 쇼크를 유발하기도 한다. NAME 예시 1에서는 약물에 의한 과민반응성 쇼크로 사망한 경우는 사고사로 분류하였는데, 과민반응성 쇼크는 생체 고유의 병태생리적 반응에 의한 것이므로 자연사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기술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이므로 사고사로 분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예측가능하다면 사고사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질환 2019 예방백신 대규모 접종에서 경험한 것처럼, 아나필락틱 쇼크의 가능성이 예상되는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과거의 알레르기 반응이나 아나필락틱 쇼크에 관련된 과거력을 확인하였으며, 투여 후에 일정 시간동안 아나필락틱 쇼크가 발생하는지 관찰하는 과정에 아나필락틱 쇼크가 나타났고, 즉시 신속하고도 적절한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망하였다면, 예측할 수 있는 부작용이어서 주의하였으나 사망한 것이고, 사망의 종류 결정 측면에서는 예측 가능한 결과이니 내인사로 분류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물론 심각한 손상으로 진료 중인 환자가 검사 과정에 조영제에 의한 과민반응성 쇼크로 사망하면 원사인이 외인이므로 중간에 의료가 개입되어도 외인사로 분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약물과 관련된 또 다른 예로 NAME 예시 2에서는 고도의 울혈성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는 디곡신 독성이나 항암치료에 따른 골수 억제 및 치명적인 감염 등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질병 치료제로서 허가된 약제이지만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불가피한 독성이라는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면, 이는 자연사로 분류한다. 그런데, NAME 예시 1에서는 약물에 의한 부작용 중 과민반응성 쇼크처럼 예측 불가능한 합병증은 사고사로 분류하고, 항암치료제에 의한 예측 가능한 합병증은 내인사로 분류하고 있다. 예측 가능성 여부에 따라서 자연사와 외인사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예측 불가능이라는 것은 그 부작용이 발생할지 또는 발생하지 않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인데, 발생의 빈도로서 그 가능성이 희박할지라고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설명 후 동의를 받아 투약해야 한다는 판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투약에 관련된 판례[27,28]를 살펴보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치료의 경우에는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해야 하고, 의사 입장에서 달리 대체할 치료방법이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환자가 위 부작용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로 대처할 선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그 투약을 승낙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투약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 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예측할 수 있고, 불가피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능성의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부작용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달리 해석하면 약물의 부작용에 대해서 예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이루어진 투약이면 내인사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별개인데, 간략하게 설명하면 쇼크로 사망한 결과로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쇼크 발생을 예견했는가, 그리고 예견하였다면 투약 전에는 예방조치를 해야 하고 투약 후에는 세심하게 관찰하다가 그 부작용에 대해서 신속한 조치를 취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술이나 수술에 관련된 경우인 NAME 예시 3에서는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한 시술 중 합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발생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는 사고사라고 하면서 마취제 과용량이나 실수 또는 부주의에 의한 주요 혈관 절단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러한 결정 기준을 달리 해석하면,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한 시술 중 합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면 자연사로 분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NAME 예시 4는 NAME 예시 3보다 사망의 위험성이 더 높은 고위험군 환자이므로 더 적극적인 의료 개입으로 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을지라도 내인사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NAME의 이러한 견해는 의료법 제24조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에 따라서 시술 전에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합병증에 의한 사망이라면 내인사라는 의미하고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의료법 제 24조2에 따라 설명된 합병증 내지 부작용은 투약의 경우에서처럼 환자의 상태와 함께 시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서 합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합병증일 것이고, 또한 충분한 설명 후 동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합병증은 예상하지 못한 합병증이 아니고 예상된 합병증이므로 질병의 자연적 경과 중 하나로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사망의 종류 결정은 원사인에 따른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지침과 다르지 않고, NAME 예시 3처럼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는 합병증이므로 자연사라고 한다는 설명과도 일치한다.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는 데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고 어느 쪽 결정이 옳다고 하는 것보다는 판단자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서 선호하는 쪽으로 결정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결정의 기준은 나름대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고, 결정하게 된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서 진료기록에 남겨두면 허위진단서작성죄 등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서 판단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한편, 사망진단서는 어느 한 개인의 죽음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서류인데, 단 한 장의 제한된 공간의 양식에 사망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표현해야 한다. 사망진단서 양식은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므로 모든 세부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양식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료 중 사망한 경우에 그 사망이 진료에 의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라면 그 합병증이나 부작용의 상태를 직접사인 칸에 기록하기도 하겠지만 “수술의사의 주요소견”에 ‘시술 전 설명·동의된 합병증’을 기입하면 진료 및 사망의 경과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본다.
Appendix 1 사인에서 들었던 예처럼, 기관지 내시경의 합병증은 후두 경련, 저산소증, 출혈, 심근경색, 부정맥, 기흉, 국소 마취제 부작용, 심장 정지, 호흡 부전 등이 있고 대량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의사는 시술 전에 이와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고, 환자의 동의를 받았다. 불행하게도 기관지내시경 및 조직검사 과정에 대량출혈이 발생하였고,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한자는 사망하였다. 직접사인은 대량출혈로 하였고, 선행사인은 기관지내시경적 조직검사라고 하였다. 조직검사를 하게 된 원인인 폐암 의증은 ‘(가)부터 (라)까지와 관계없는 그 밖의 신체상황’에 기재하였다. 또한‘수술의사의 주요소견’ 칸에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었고, 설명의무에 근거하여 시술 전 발생 가능함을 설명하였던 합병증임을 표기하였다(Appendix 2).
상기 예에서 직접사인은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기 때문에 시술 전에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을 것이며, 이는 질병의 자연적 경과의 과정으로 이해되므로 NAME의 분류에 따르거나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에 따르더라도 병사(내인사)로 판단할 수 있다. ‘수술의사의 주요소견’ 란에 ‘시술 전 설명·동의된 합병증’이라는 기록을 함으로써 의료법 제24조2의 설 명의무를 다하였다는 증거가 되고, 직접사인도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라는 의미가 내포되므로 사망진단서만으로도 설명의무나 주의의무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들이 전달될 수 있다. 또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결과만으로 의사의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것 역시 아니다. 의료과실의 인정 여부는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예견하였는가, 예견하였다면 그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적 노력을 하였는가, 이미 발생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했는가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는 것이므로 진료에 최선을 다하여 성실하게 임했다면 사망진단서에 직접사인으로 기재된 합병증이나 부작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진료 중 사망하면 질병사망보험이나 재해사망보험과 관련하여 또는 의료인의 과실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강요하기 위해서 유족은 의료인에게 강한 항의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진단서의 수정을 요구받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작성된 사망진단서를 검토한 후에 잘못 작성된 내용이 있다면 이를 수정함으로써 진단서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수정하게 된 사유를 진료기록에 남겨야 하는데, 그 사유는 최초 발행진단서와 수정하여 발행한 진단서에서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족 측의 강한 항의를 받고 의학적 근거가 없이 마지못해서 수정하게 되었는데, 수정 전 진단서로는 받을 수 없었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면 수정된 사망진단서는 허위진단서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사망진단서 수정의 당위성이 인정되는 오류가 있다면 수정할 수 있지만, 오류가 없다면 수정해서는 안 된다. 간혹 원하는 진단서를 받을 때까지 여러 의료기관을 찾아다닌다는 불분명한 이야기도 있는데, 누군가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편,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의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망의 종류를 기타 및 불상으로 작성하여 다른 전문가에 의한 평가를 유도하는 것이 적절하고, 이러한 경우는 의학적 판단이 어려워서 판단을 보류한 것인바, 이를 허위진단서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주로 병원 밖에서 사망하는 변사의 사망은 물론이고, 병원 내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사인과 사망의 종류와 같은 사망진단서의 주관적 판단에 대해서는 법의학자와 같은 전문가의 이차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결 론
사망진단서는 작성 주체의 측면에서는 사문서라고 할 수 있으나 사회적 활용 측면에서는 공문서이므로 그 내용의 진실성은 매우 중요하다. 사망진단서에는 인적사항, 사망시각이 나 장소 등 사실에 관한 내용과 사망의 원인과 사망의 종류 등 판단에 관한 내용이 있다. 사실에 관한 것이건 판단에 관한 것이건 허위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록하면 허위진단서가 된다. 따라서 의사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망의 원인과 종류를 잘못 판단하면 허위진단서의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
미국의 NAME의 ‘A Guide For Manner of Death Classification’에 의하면 사망의 종류를 분류하는 기준이나 방법에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약물 투여나 시술 중 발생 가능하고 불가피한 합병증에 의한 사망은 자연사로 분류하고 있고, 갑자기 예측하지 못한 가운데 발생한 합병증에 의한 사망은 사고사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NAME의 분류를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을 따른다는 원칙과 설명의무에 관련된 의료법 제24조2나 법원의 판례에 접목시켜보면, 합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합병증이 아니라면 진료 과정의 투약 또는 시술 중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으로 사망한 경우는 합병증이나 부작용의 진단명이 직접사인이고, 사망의 종류는 자연사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시술 중에 발생한 합병증이 의료법 제24조2에 근거하여 환자에게 설명된 것처럼 당시의 의료수준에서 발생 가능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합병증이라면 내인사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Joo-Young Na, a contributing editor of the Korean Journal of Legal Medicine, was not involved in the editorial evaluation or decision to publish this article. All remaining authors declare that there is no conflict of 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