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의사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개입하여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 는 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에 아동학대 사례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행 우리나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는 아동학대는 의심만 되어도 신고하는 것이 신고의무자의 의무로 되어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52,083건으로 전년 대비 약 27.6% 크게 증가되었고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3,372건(44.9%)으로 나타났지만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의료인과 의료기사에 의한 신고는 549건으로 단지 1.1%에 불과하다[1].
의료인들의 아동학대 신고율이 낮은 이유에 대한 외국 연구에 의하면 학대 평가에 대한 확신 부족, 신고 후 진술과정에서의 불편과 시간 소요, 보호자(가해자)의 항의, 위양성 사례에 대처하는 심리적인 부담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2]. 우리나라에서도 학대가 의심되는 환아를 진료하였지만 신고 경험이 없다고 한 의사들에게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보니 ‘학대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증거가 확실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제시하였다[3].
임상법의학(clinical forensic medicine)은 살아있는 사람을 진찰해서 법적용의 맥락에서 의학적 소견을 평가하는 분야로, 폭력, 강간,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 사례에서 희생자와 의심되는 가해자를 진찰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4]. 임상법의학은 적절한 법의학적 프로토콜 개발, 법의학적 손상 평가를 위한 위험 환자 분류, 적절한 법적 기관에 보고, 서류 작성 및 증거물 보존, 증거물의 증거보관연속성(chain of custody) 유지, 의료기관과 수사기관과의 연락 역할을 담당한다[5]. 아동학대 사례에서 임상법의학적 진찰이 중요한 이유는 형사 소송 과정에서 희생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료와 증거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법의학적 문서 작성에 대한 일반 임상의사와 임상법의학 전문가 사이의 능력 차이는 명확하다는 보고가 있다[6]. 신체적, 성적 폭력 희생자에 대한 일반 임상의사의 법의학적 보고서를 검토한바, 신체 전체를 검사한 경우는 37.9%에 불과하고, 숨겨진 신체 부위에 대한 검사는 단지 9.8%였으며, 사진 자료도 부실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아동학대 사례에서 임상법의학적 진찰 역량은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일정 부분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임상법의학이란 용어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사례에서 임상법의학적 진찰 역량을 주제로 의과대학 교육과 졸업 후 훈련 현황을 연구한 논문은 찾기 어렵다. 임상법의학과 관련된 교육, 훈련 시스템은 나라마다 특징이 있다. 독일은 의과대학의 법의학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의무 규정을 가지고 있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임상법의학 교육에 장점이 있다. 영국, 호주에서는 의과대학 임상법의학 교육보다는 졸업 후 임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가 수련을 통해 임상법의학 전문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임상법의학 전문가 양성보다는 임상법의학 분야에 수련을 받은 아동학대에 특화된 아동학대 전문 소아과 의 사를 양성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의과대학 학생 및 전공의 교육 과정에서 아동학대 사례에서 임상법의학적 진찰에 필요한 교육·훈련에 외국과 우리나라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비교하여 의사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및 인력 양성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본 론
1. 의과대학 임상법의학 교육
(1) 독일
모든 의과대학에서 의무적으로 법의학 교육을 시행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으며, 의사국가고시에도 반영되고 있다[7]. 아동학대와 관련된 임상법의학적 내용은 법의학 강의 시간에 포함되어 있다. 독일법의학회(The German Society of Forensic Medicine)는 통일된 법의학 학습목표를 제공하고 있는데, 학습목표를 크게 8개의 항목, 검시/시체현상, 법의손상학, 임상법의학, 법의독물학, 교통의학, 법의분자유전학, 의료와 법, 감정 분야로 나누고, 총 50개의 세부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임상법의학 항목에는 법의학적 증거 취급, 법적 문서 작성, 법의학적 전신 신체 진찰, 폭력발생 시 사건관련기록, 폭력 경험 환자 진료 의무, 아동보호법, 기관에서의 학대, 학제 간 협력, 목에 가해진 폭력, 폭력의 유형을 포함한 10개의 세부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법의학적 증거 취급, 법적 문서 작성은 실습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8].
(2) 영국, 호주, 미국
영국, 호주 및 미국의 대부분 의과대학에서는 법의학 과목이 단독 교과목으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의과대학에서 임상법의학 교육에 관한 연구도 찾기 어렵다. 간접적으로 아동학대 교육의 존재 여부를 들여다봄으로써 현황을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가정폭력 및 학대에 대한 의대 교육과정에 대한 설문조사 연구를 보면, 전체 34개 의과대학 중 응답한 25개 의과대학의 84%에서 가정폭력 및 학대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90%는 필수적이라고 응답하였다. 수업이 있다고 응답한 학교의 52%에서 배정된 시간은 2시간 이하이며, 일차 진료, 여성건강, 응급의학 과목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응답하였다[9].
호주에서 배우자(연인)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 교육에 대한 의과대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7개 의과대학 중 14개 대학에서 IPV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육 과정에 아동보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응답 하였다. 어느 교과목에서 운영되는 지에 대해 일차 진료, 산부인과, 소아과 과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전체 수업 시간은 3-6시간 정도였다[10]. 미국에서는 134개 의대에서 개설한 권리 옹호 교육 과정 93개 중 아동학대에 대한 과정은 11개이며 그 중 1개는 필수이며 10개는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다[11].
(3) 우리나라
우리나라에서는 임상법의학이란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아동학대에 관한 교육 내용 중 임상법의학적 진찰 요소가 있는 내용을 조사하였다. 아동학대에 관한 학습 목표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에서 2014년 발간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과학적 개념과 원리중심’의 의료와 법 분야에서 “학대에 의한 신체손상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라는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있다[12]. 또한 KAMC에서 발간한 ‘기본의학교육 학습평가 진료역량중심’의 가정폭력/학대(child/spouse/elderly abuse) 부분에 “가정폭력과 학대에 관련된 신체손상에 대한 신체진찰과 필요한 검사를 선택하고 해석할 수 있다.” “가정폭력과 학대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는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있다[13].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Korea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Institute)에서 발간한 ‘의사국가고시[필기] 평가목표집’에 이러한 학습목표를 반영하고 있다[14].
2016년 KAMC에서 발간한 기본진료수행지침에서는 “집에서 맞았어요(Domestic Violence).” 항목에서 임상법의학적 진찰로 볼 수 있는 신체 진찰의 과정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다[15]. 신체 진찰 순서를 보면, 첫째, 신체 외상 부위를 진찰한다. 둘째, 다른 부위의 외상을 보기 위하여 몸 전체를 진찰한다. 셋째, 의무기록에 상처를 그림을 그려 표시하고, 상처의 형태, 수, 크기, 위치, 시기 등을 기록한다. 신체진찰 유의사항에는 “신체진찰을 할 때는 두부와 회음부, 항문 주위를 포함하여 전신의 상처를 살펴봐야 한다.” “외상부위는 사진으로 남겨 두는 것을 권하며, 얼굴을 포함하여 여러 각도에서 찍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반드시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 의과대학 졸업 후 임상법의학 전문가 훈련
(1) 독일
독일에는 의과대학 졸업 후 임상법의학만을 별도로 전문으로 하는 수련 과정은 없다. 법의학 전문가 수련과정은 각 주 의사회에서 결정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유사하다. 법의학 전문가 수련과정에 임상법의학 관련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법의학 전문가 수련은 5년 과정인데 수련에 필수적인 부 검, 검안 건수는 정해져 있지만 임상법의학적 경험에 대한 건수는 정해져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16]. 수련기간 5년 중 6개월은 임상 병리학, 6개월은 정신과 또는 법의정신의학, 6개월은 병리학 또는 공중보건, 약리학, 독성학, 또는 정신과 분야에서 수련 받아야 한다. 400예의 검안, 25예의 범죄현장조사, 최소한 300예의 부검, 2,000예의 조직학적 검사가 의무적으로 요구되며, 법정용 200예의 구두 또는 문서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법의학 전문가 수련을 마친 후 법의학 전문가는 대부분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에서 임상법의학 분야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함부르크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에서는 폭행 희생자를 위한 법의검진센터(Forensic Medical Examination Center for Victims of Violence)에서 임상법의학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17].
(2) 영국, 호주, 미국
1) 영국
영국법의학회(Faculty of Forensic & Legal Medicine, FFLM)에서 인정하는 임상법의학 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학회 회원 자격(Membership of FFLM, MFFLM)을 얻거나, 법의학회 면허 자격(FFLM Licentiate qualification)을 취득하면 된다[18]. MFFLM 수련은 두 가지 영역, 일반 법의학(general forensic medicine, GFM), 성범죄 의학(sexual offense medicine, SOM)으로 구분된다. 임상법의학 분야의 수련의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간의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 GFM 수련의로는 일반의 또는 응급의학의사, SOM 수련의로는 생식비뇨의학, 부인과학, 소아과학, 성 및 생식보건 전공자가 우선 고려된다. 모든 수련의는 FFLM에서 인증된 감독자의 쉐도잉 학습을 받아야 한다. MFFLM 자격시험을 치기위해서는 3년간의 성폭행 신고센터(Sexual Assault Referral Centres)와 같은 임상법의학 관련 기관(법의학적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기관)에서의 근무 경력이 필수적이다. 수련의는 FFLM에서 인증한 5개의 모듈로 구성된 1주간의 의무 수료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의 교육 내용에 손상의 기록, 해석 및 관리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19]. MFFLM 수련과정은 전체적으로 초기 접촉, 병력, 진찰, 사후관리, 문서작성, 법정을 포함하는 6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에서 요구하는 지식, 일반적인 직업적 술기 및 태도, 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목표에 대한 도달 여부는 COVE (Compendium of Validated Evidence)와 증례 포트폴리오(case portfolio) 형식으로 체크한다[20]. MFFLM 자격시험은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의료법, 윤리가 포함된 지식 기반 시험, 2부는 필기시험, OSCE (Observed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OSPE (Observed Structured Practical Examination) 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의학회 면허 자격 수련에는 MFFLM과 유사한 과정이나 이 과정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응급구조사도 지원할 수 있다[21].
2) 호주
호주에서는 병리학회(Royal College of Pathologists of Australasia)에서 임상법의학 전임의 수련을 담당하고 있다[22]. 병리학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임상법의학 전임의 수련과정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3년의 임상 경험이 필요하며, 기본적으로 응급의학 전공이 요구된다. 수련기간으로 최소한 5년의 전일근무시간(full time equivalent years)을 요구하고 있다. 수련의는 감독자의 지도하에 임상법의학 관련 기관(예, 주 정부 임상법의학과, 성폭행 및 아동학대 법의학서비스 제공 기관)에 근무해야 한다. 수련과정에서 도달해야 할 13개의 역량을 제시하고 있는데, 실무에 중점을 둔 법의학적 술기(forensic skill) 영역에는 손상 해석, 손상 문서작성, 검체 수집, 법의독성학 이용, 범죄현장관리에 관한 세부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법적용에 중점을 둔 법의학적 술기(medicolegal skill) 영역에는 진료 제공의 법적 측면, 의료법적 보고서, 법지식, 구두의견제공, 의료법적 증거, 전문가 증언에 관한 세부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각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3) 미국
미국에서는 임상법의학 전문가 수련과정은 없고 소아과 전문의를 취득 후 아동학대 관리에 특화된 아동학대 전문 소아과(Child Abuse Pediatrics) 전임의 수련 프로그램을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Board of Pediatrics)에서 운영하고 있다[23]. 이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졸업 후 의학교육 인증위원회(Accreditation Council on Graduate Medical Education)에서는 수련 내용에 법의병리학 지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이러한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련의는 “부검에서 영아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의 병리학적 특징을 인식한다.”, “소아 타살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는 법의 소아 부검의 요소와 소견을 특정한다.” “소아 학대 추정 진단에 부검 소견을 이용한다.” 등의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사망 현장 조사, 다양한 두개내출혈의 기저 원인들, 학대머리손상(abusive head trauma)의 개념, 법정 증언, 법적 제도와 상호작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요구된다.
미국에는 현재 26개의 병원에서 23개의 아동학대 소아과 전임의 자리를 개설하고 있다[24]. 전임의 수련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며 대부분의 기관에서 법의병리학 분야의 수련 내용을 표시하고 있다. 텍사스 의대 병원 수련과정을 보며, 법의학적 조사(forensic investigation) 분야의 학습목표로 16 개 항목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망의 종류 구분, 사망원인 및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는 데 부검 소견이 이용되는 방법, 부검 또는 검안이 필요한 때, 독성학의 필요성, 기초적인 손상 유형과 기전 등 상당한 양의 전통적인 법의학 분야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25]. 브라운 의대 병원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질확대경 사진 및 신체 손상의 사진서류 검토, 지역 아동옹호센터에서 법의학적 면담 관찰 과정도 포함되고, 법의관 사무소에서 2주간 사망사례를 검토하고, 법의부검을 참관하며, 철저한 사망 조사, 법의부검의 요소들, 법의검사과정, 정상적인 사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습득하도록 하는 법의병리학 로테이션 과정을 두고 있다[26].
(3) 우리나라
우리나라에서는 임상법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수련과정은 없기 때문에 아동학대와 관련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수련과정에 임상법의학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병원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포함된 소아청소년과 수련 규정에 의하면 1년차 과정 교과내용, 기본역량에 상담(육아, 건강) 영역에 아동학대 평가 및 대처 항목이 있다. 이러한 소아청소년과 수련교과과정에 따른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보면 응급실환자 수련 지침에 “아동학대에 관한 응급처치 및 신고 등 차후 관리법을 터득한다”가 포함되어 있다[27].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서 개설하고 있는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수련프로그램에는 “아동학대 신고와 관계기관 협의: 1회”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28]. 소아청소년과, 소아응급의학 수련 규정에는 아동학대 진료에 관한 구체적인 학습목표로 임상법의학에 관한 내용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등이 학대아동의 조기발견을 위한 8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아동학대 선별도구인 FIND (Finding instrument for Non-accidental Deeds)를 개발하였다[29]. FIND는 체크리스트와 전문의 기록으로 구분되는데 체크리스트에 “환자의 신체검진에서 학대의심 증거가 있는가? (예, 다발성 시기가 다른 멍, 회음부/엉덩이 화상, 스타킹이나 장갑 모양의 사지 화상 등)”, “환자의 손상 병력과 신체검진 소견이 일치하지 않는가”, “2세 미만의 머리손상(두개골 골절, 외상성 뇌출혈)이나 장골골절(humerus, femur) 환자인가?”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문의 기록에는 체크리스트 항목을 재확인하며, 추가로 “4개 이상의 발생시간이 다른 멍이 있는지”, “멍이 몸통, 귀, 목 부위에 주로 분포하는지”, “상처의 자국이 어떤 특정 물체(채찍, 사람의 치아, 라이터불, 재갈 등)를 의심할 만한지”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고, 골격 조사(skeletal survey) 결과 항목에서 부위 별 골절 여부를 체크하고 안과 검진결과(retinal hemorrhage) 여부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FIND를 기반으로 보건의료인들 을 위한 표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 내용에는 기본적인 아동학대 현황 및 신고관련 내용 외, FIND 적용 방법 및 멍, 상처자국, 파수손상(sentinel injury), 화상, 골절, 흔들린 아이 증후군에 대한 내용 등, 임상법의학적 진찰 내용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30].
결 론
독일, 영국, 호주 및 미국의 의과대학에서 임상법의학교육 현황을 살펴본 바 독일의 경우 의무적으로 임상법의학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 호주 및 미국의 의과대학에서는 임상법의학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아동학대에 관한 교육은 영국과 호주에서는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미국에서는 선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에 대한 의과대학 학생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31,32]. 연구 당시 조사대상인 인턴, 소아과, 응급의학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과 진료 및 신고 경험 등을 조사해보니,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응답자가 의과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서 아동학대와 같은 중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반드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후 우리나라 의과대학 학습목표에 아동학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고 의사국가고시에도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의과대학 졸업 후 실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2016년 KAMC에서 발간한 ‘기본진료수행지침’의 가정폭력에서 포함되어 있는 정도의 임상법의학적 진찰을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어렵다.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임상법의학적 진찰 능력을 평가하는 연구는 아니었지만, OSCE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시험에서 다른 스테이션과 비교하여 가정폭력 스테이션(아동학대 사례 포함)에서의 학생들의 임상 수행능력은 낮았으며, 환자 중심의 인터뷰는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하면서 통합된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33]. 한편 임상법의학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아동학대에서 진단, 관리 및 법적 지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의과대학생의 역량이 치과대학생보다 좋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족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34].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졸업 후 전공여부에 상관없이 아동학대 진단, 신고 업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실제 임상법의학적 진찰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과정에서 실제 아동학대 환아에 대한 실습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증례 중심의 시뮬레이션 학습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바 람직하다. 의대 학생들을 위한 증례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아동 권리옹호 연구 훈련(The Child Advocacy Studies Training, CAST)을 개발하여 의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결과 아동학대 인지하고 보고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35]. 또한 동료 간 마네킹을 이용한 역할극(role-play) 방법을 이용한 워크샵도 지식과 자신감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가 있다[36]. 이러한 교육 도구 개발에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전문가가 참여하되 임상법의학적 진찰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법의학 전문가가 참여해서 만들면 완성도가 좀 더 높은 교육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선별도구인 FIND 적용법에 대한 교육을 한 후 신고율에 긍정적인 변화가 초래되었다는 보고가 있다[37]. 이런 연구 결과를 볼 때 내용에 대한 주기적인 수정,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FIND 적용 방법을 의과대학 학생들이 습득하도록 하면 졸업 후 실제 상황에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신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졸업 후 임상법의학 또는 아동학대 전문 소아과 훈련과정에 대한 내용을 보면 독일의 경우 법의학 전문가 수련 과정 중 임상법의학 관련 내용이 수련과정에 포함되어 있고, 영국 및 호주에서는 일반 의사 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임상법의학 훈련을 받게 하여 학회 자격을 주거나 전임의 자격을 주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소아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소아과 전임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오래전부터 의사들을 상대로 한 아동학대에 관한 지침서를 발간하여 아동학대 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고, 의사에 의한 평가 부분에 임상법의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사실 상 임상법의학적 진찰 내용인 손상부위 기록, 사진촬영, 증거물 채취, 법적문서 작성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포함되어 있다[38].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보건의료인들을 위한 표준 교육 프로그램에도 임상법의학적 진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37]. 하지만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도 아동학대 관련 진료의사들이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을 정도의 손상 진단, 사진 촬영, 감정서 등 법적 문서를 작성할 수 있을 정도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며, 진료의사 모두에게 이러한 부담을 지우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다. 소수라도 임상법의학적 진찰에 대한 훈련을 받은 임상의사나 법의병리의사들을 광역아동학대전담기관의 아동학대 위원회 자문의사로 배치하여 어려운 아동학대 의심 사례에 적극 개입하여 진료의사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일본에서 법의학 훈련을 받고 법의학교실 특임 조교를 겸임하면서 소아과 의사가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39]. 2018년도부터 지바대학 의학부부속병원 소아과 에 임상법의학 외래를 설립하여 지바현 내외의 아동상담소, 경찰 및 검찰로부터 학대 평가를 의뢰받고 있다. 의뢰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진료 정보나 외표 사진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직접 환자를 진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법의병리의사는 다른 어떤 임상의사보다도 치명적인 아동학대 사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어떤 병리학적 소견이 아동학대의 진단적 증거로 중요한지에 대한 경험을 쌓게 된다. 이러한 법의병리의사의 경험이 아동학대 사례를 다루는 의사들의 법의학적 훈련에 공헌 되어져야 한다. 미국 법의병리의사 입장에서 아동학대소아과 전문의 수련과정에 추천되는 법의병리학적 내용을 보면, 부검, 조직병리, 신경병리, 사망현장 관리, 법의사진, 법정경험에 걸쳐 다음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추천하고 있다[23]. 의사나 교사 등 질식사의 특징에 익숙해지도록 하며, 다양한 형태의 좌상을 경험하고 생전의 명백한 손상이 사후 심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도록 가능하면 많은 사례의 부검에 참석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법의병리의사들이 보수적으로 손상의 시간대를 추정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경막하혈종, 좌상 및 표피박탈의 현미경 슬라이드 또는 사진 검토를 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뇌 정상과 비정상의 특징을 비교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종, 뇌이탈, 좌상, 열창, 경색, 뇌 충격좌상 및 반충좌상(coup, contre coup injury)을 포함하는 다양한 모양의 뇌손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뇌절단 집담회에 참가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SIDS, 학대머리손상 사례를 취급하는 데 있어서는 사망 현장 조사에 참여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법의학적 사진촬영에서 적절한 조명, 각도, 자 사용, 환자 위치의 역할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소 10사례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사진촬영을 해 보도록 권고하고 있다. 법정에서 증거를 제시하고 법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 경험 있는 법의병리의사들과 함께 법정에 참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아동학대 선별 도구개발 단계에서 치명적인 사례에 대해 경험이 많은 법의병리의사의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사망 사례에 대한 통계자료가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부검자료가 상대적으로 가장 정확할 것으로 생각된다[40]. 이러한 부검자료를 공유해서 우리나라만의 특징적인 사망사례, 손상 유형 등을 분석한 다음 아동학대 선별 도구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의사들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의 진단, 평가에 대한 임상법의학 역량이 필수적이다. 의과대학에서는 임상법의학적 진찰이 내용이 포함된 통합적인 사례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졸업 후에는 소수지만 임상의사 또는 법의병리의사를 대상으로 한 임 상법의학적 진찰에 특화된 훈련을 통해 전문가를 배출하여 아동학대 진찰에 적극 개입하여 진료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의사들의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