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례보고와 고찰
변사자는 40대 남성으로 대학교 졸업 후 대기업에서 재직하였으나 2018년 12월부터 직업 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작은방 바닥에서 하의는 탈의하고 누운 자세였으며 전신 변색과 건조 등의 사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엉덩이 아래에서 요도 삽입용 플라스틱 튜브(길이: 32 cm), 대변이 묻은 4개의 전기선(길이: 30 cm, 120 cm, 140 cm, 195 cm), 도뇨관, 금속 재질의 요도 플러그, 딜도 등 다양한 도구가 발견되고 컴퓨터 모니터에 포르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Fig. 1). 가족 진술에 의하면 2019년 전기선으로 요도 자위행위를 하다가 약 10일간 낀 상태로 병원에서 1차 제거 수술을 받았고, 같은 이유로 2020년 2차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1년 3차 전기선 제거 수술 후 퇴원 전 심한 복통 증상을 호소하여 직장 내 이물 삽입에 의한 장폐색증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장 절제 수술을 받았다. 1차 제거 수술 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병적인 자위행위 소견으로 1개월간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였다. 실직 후 외출 및 대인관계가 전혀 없었고 가족들과 대화가 없어 우울증 증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가족은 진술하였다.
Fig. 1.
The victim was found lying down with his underwear removed. Post-mortem changes, such as discoloration and drying, were in progress. Various sexual objects were found under the victim's buttocks, including 1 plastic tube for urethral insertion, 4 electric wires for rectal insertion with feces, 1 steel urethral plug, 1 suction catheter, and 2 silicone artificial penises.
부검 소견상 방광과 주위 대장은 유착된 상태였고 방광 천장 점막에서 검은색을 띠는 작은 점상 병변이 확인되었으며 주위 점막이 다소 함몰되었지만 천공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과 비장에서 에틸알코올 농도는 각각 0.091%, 0.153%로 검출되었으나, 이는 부패로 인한 사후변화로 판단되었다. 부검에서 사인으로 고려할만한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고 부패로 인한 여러 제한으로 사망 원인은 ‘형태학적 불명’이었다. 결론적으로 현장 상황, 자기색정 성행위, 과거 개인 이력, 법의학적 감정 등을 종합하여 자기색정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사고성 사망으로 종결하였다.
자기색정 사망(autoerotic death)이란 홀로 성행위 중 성적 자극을 증가시키기 위해 이용된 일종의 장치로 인해 갑작스럽게 의도하지 않는 죽음을 말한다. 자기색정(autoeroticism)은 성적 쾌감을 증가시키기 위해 대뇌에 저산소증을 유발시키는 방법으로 성욕과 성적 환각을 일으킬 수 있다[
1]. 자기색정 사망은 전형적과 비전형적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전형적 자기색정 사망은 경부, 흉부, 복부의 기계적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질식을 말하고 비전형적 자기색정 사망은 감전, 약물과 화학 약품, 도구 등 질식 외 다른 수단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정의된다[
2].
홀로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 생식기를 성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은 비이상적이라 할 수 없으나 요도와 항문 내 과도한 이물 삽입은 이상성욕으로 볼 수 있고 항문과 직장의 자기성애(anorectal autoeroticism)는 성욕을 얻거나 높이기 위해 항문이나 직장에 다양한 물체를 스스로 삽입하는 것으로 자기색정에 해당한다. 성인 남성의 요도와 직장 내 이물 삽입의 가장 큰 원인은 자위와 탐닉이며[
3], 스스로 요도에 이물을 삽입하는 행위는 정신 및 사회적 결함에 기인한다[
4]. 1954년부터 2004년까지 보고된 자기색정사 사례 총 408건 중에서 비전형적 자기색정 사망은 10.3%이고 감전사(3.7%), 비전형적 질식 방법(2.9%), 과도한 옷을 입거나 몸을 감싸는 행위(1.5%), 이물 삽입(1.2%) 등으로 분류하였다[
5]. 성적 자극을 위한 이물 삽입은 다양한 도구와 방법이 이용되고 인체에 예측할 수 없는 심각한 손상과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요도 내 이물 삽입은 감염, 요독증, 패혈증을 발생시킬 수 있고 직장 내 이물 삽입은 열상, 천공, 복막염을 초래하여 예기치 않는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내에서 성행위 중 요도 및 방광에 바늘, 고무 튜브, 철사를 삽입하여 제거 수술을 받은 사례가 있었고[
6], 해외에서도 요도 내 연필삽입으로 방광 천공, 복막염,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례와 구둣주걱(shoe horn)에 의한 항문 열상과 출혈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7].
최근 다양한 수단과 도구를 이용한 특이적인 자기색정 사망이 보고되는데, 자기색정 사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특징이 확인되어야 한다. 첫째, 성적 흥분의 획득 및 증강을 위한 기전과 자기 구조장치가 있어 스스로 중단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혼자 성적 행위를 해야 한다. 셋째, 성적 환상을 돕는 보조 기구가 존재해야 하고, 넷째, 이전에 위험한 자기색정을 한 적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자살 의도가 없어야 한다[
8].
사망 현장에서 성적 도구, 비이상적 성행위와 성도착 증상의 발견은 자기색정 사망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이다. 엉덩이 아래에서 고무 앤드캡(end cap)이 부착된 전기선이 발견되었는데 앤드캡의 원형 구조와 전기선 속 철사(wire)는 요도와 직장 내로 깊이 삽입하여 원하는 곳을 자극할 수 있는 형태였다. 변사자 주변에서 여성 물품, 자위 기구, 착용했던 핫팬츠와 스타킹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DSM-5 (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 성도착 장애 유형 중 물품 음란 장애에 해당한다[
9]. DSM-5의 기준에 따르면 성도착 장애의 진단 기준은 부적절한 대상이나 목표에 대해서 강력한 성적 욕망, 상상, 행위를 반복적으로 나타내고 이러한 행위가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하여 성도착 문제로 인하여 사회적 직업적 부적응과 심각한 기능적 고통이나 손상을 나타내야 한다[
10]. 주목할 것은 변사자 옆에서 주방 세제, 샴푸와 세제가 담겨있는 넬라톤 카테터를 연결한 50 mL 주사기 등이 발견되었다(
Fig. 2). 이것은 윤활 목적으로 이물 삽입의 용이성을 위해 사용하였다고 생각된다. 세제와 샴푸 같은 화학물질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인체 내에 주입하면 해로운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독성에 대한 이화학적 연구와 분석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리고 부패로 인한 사후변화가 감염 및 패혈증의 사인 판단을 방해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Fig. 2.
Ladies undergarments and stockings were lying around the victim, and adult products, hand sanitizer, shampoo, body wash, lubricant, and dishwashing liquid were found on the floor.
본 증례는 요도 및 직장 내 과도한 이물 삽입 중 사망한 보기 드문 비전형적 자기색정 사망 사례이다. 변사자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과도한 자위를 홀로 즐기고 있었고 자기색정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성 사망으로 추정된다. 성적 자극을 위해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장치는 다양하고 성적 살인, 자살, 우발적 사고에 의한 자기색정 사망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증거 수집과 과학적인 현장 수사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명확한 사망의 원인과 종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약독물 검사, 내재적 질병 및 손상에 대한 법의학적 감정 등이 필수적이다. 비이상적 자기색정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 특이한 사망의 증례 보고를 통해 수사관들이 현장 수사에서 자기색정 사망의 원인과 종류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