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링솔트에 의한 아질산염중독: 4예 보고
Fatal Nitrite Intoxication by Pickling Salt: Four Autopsy C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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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Pickling salt, also known as curing salt, is a mixture of sodium chloride and sodium nitrite, which is used for color agent and a means to facilitate food preservation. Recently, online purchase of pure sodium nitrite has been restricted, and pickling salts have been used as replacements in cases of suicidal nitrite intoxication. From November 2020 to December 2021, there were four autopsy cases of nitrite poisoning caused by pickling salt, and 10 autopsy cases of nitrite poisoning by pure sodium nitrite. Due to the low nitrite concentration in pickling salts, serum nitrite and nitrate concentration, and methemoglobin levels were relatively low in pickling salts cases. Especially, low methemoglobin levels may cause confusion in the postmortem diagnosis of fatal nitrite intoxication, so caution is required.
서 론
피클링솔트(pickling salt)는 큐어링솔트(curing salt)라고도 하고, 아질산나트륨(NaNO2), 염화나트륨(NaCl), 탄산나트륨(Na2 CO3) 등의 혼합물로, 수제 햄이나 수제 베이컨 제조 시 발색 및 염지를 위해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다. 최근 국내에서 아질산염 중독으로 인한 자살 사례가 점차로 증가하였고[1], 특히 2020년 10월 독감백신을 접종받고 이틀 후에 사망한 17세 남자 고등학생의 부검에서 아질산염이 검출되었다는 언론보도[2] 이후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강화된 규제 등으로 인해 순수한 아질산나트륨을 구매하기 힘들어지자,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대체품으로 피클링솔트를 복용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다. 저자들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행된 부검 중, 피클링솔트 복용으로 인한 아질산염중독으로 사망한 사례 4예를 경험하고, 같은 시기에 순수한 아질산나트륨을 복용하고 사망한 사례와 비교하였다.
증례 보고
1. 증례 1
31세 남성으로 주거지 화장실에서 좌변기에 앉아 있는 자세로 발견되었다. 현장에서 비어있는 피클링솔트 봉지, 불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생수병, 흰 물질이 들어있는 종이컵 여러 개가 발견되었다. 변사자는 채무 등으로 인해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휴대폰에서 피클링솔트를 이용한 자살 방법에 대한 오픈 채팅방과 유서 형식의 메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반은 암갈색이었으나, 근육에서는 두드러진 색상변화를 볼 수 없었다. 혈중 아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1.6 mg/L, 말초혈액에서 1.7 mg/L이었고, 혈중 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45 mg/L, 말초혈액에서 39 mg/L이었다. 혈중 메트헤모글로빈(methemoglobin) 농도는 9%였다.
2. 증례 2
30세 남성으로 모텔 방안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고, 현장에서 수면제(디펜히드라민, diphenhydramine), 개봉된 피클링솔트 봉지, 피클링솔트를 희석하여 마신 것으로 보이는 생수병, 소주병이 발견되었다. 변사자는 이전 투자 사기로 인한 경제적 손해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시반은 암갈색이었고, 근육에서 선홍색 변화를 보였다. 혈중 디펜히드라민의 농도는 치료 및 독성농도 범위였고, 혈중 아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과 말초혈액 모두에서 정량한계 미만이었으며, 혈중 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114.7 mg/L, 말초혈액에서 144.8 mg/L이었다.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8%였다.
3. 증례 3
39세 남성으로 주거지 내 침대에서 반듯이 누워 입에 거품을 물고 사망해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침대 위에는 피클링솔트 봉지와 흰색 액체가 들어 있는 생수병이 발견되었다. 변사자는 편의점 점주로,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최근 주식으로 돈을 잃은 이후 채무 문제 등으로 많이 고민해왔다고 한다. 시반은 암갈색이었고, 근육에서 선홍색 변화를 보였다. 혈중 아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과 말초혈액 모두에서 정량한계 미만이었고, 혈중 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114 mg/L, 말초혈액에서 129 mg/L이었다.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10%였다.
4. 증례 4
21세 여성으로 주거지 작은방 침대에 누워 사망해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우울증으로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SNS에 손목 자해사진을 올리거나 자살 모임에서 자살과 관련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개봉된 피클링솔트 봉지, 주스와 피클링솔트가 혼합된 종이컵 5개, 피클링솔트만 담겨있는 종이컵 6개, 크리맥(돔페리돈) 2병 등이 발견되었다. 시반은 암갈색이었고, 근육은 선홍색 변화를 보였다. 혈중 아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과 말초혈액 모두에서 정량한계 미만이었고, 혈중 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30.3 mg/L, 말초혈액에서 76.6 mg/L이었다.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9%였다. 눈유리체액의 임상화학검사에서 Na+은 136 mEq/L, K+은 15 mEq/L 이상, Cl-는 108 mEq/L이었다.
요약하면, 4예 모두가 자살 사례였고, 평균 연령은 30.3세였다. 4예 모두에서 현장에서 피클링솔트 봉지가 발견되었고, 아질산염중독 사망에서 전형적인 소견(암갈색 및 회녹색 시반/혈액/내부 장기의 단면, 근육의 선홍색 변화 등)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었으나, 한 예(증례 1)에서 근육의 선홍색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혈중 아질산이온의 함량은 한 예(증례 1)에서 심장혈액 1.6 mg/L, 말초혈액 1.7 mg/L이었으나, 나머지 예에서는 모두 정량한계 미만이었다. 혈중 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76.0±38.7 mg/L, 말초혈액에서 97.4±42.1 mg/L이었다.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9.0±0.7%였다.
같은 기간에 아질산염중독으로 사망한 예는 피클링솔트를 복용한 것이 확인된 4예를 포함하여 모두 18예였고, 이들 중에서 현장에서 아질산나트륨 용기가 발견되거나, 현장 수거물의 분석을 통해 순수한 아질산나트륨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된 예는 10예였으며, 4예에서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순수한 아질산나트륨을 복용한 10예 모두 자살 사례였고, 남녀 비는 5:5였으며, 평균 연령은 31.7세(17-63)였다. 10예 모두에서 아질산염중독의 전형적인 소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혈중 아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50.5±61.5 mg/L, 말초혈액에서 33.0±26.5 mg/L이었고, 혈중 질산이온의 함량은 심장혈액에서 136.2±32.1 mg/L, 말초혈액에서 143.7±32.1 mg/L이었다.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41.0%±20.3%였다.
고 찰
피클링솔트의 성분은 판매되는 제품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클링솔트 봉지에 적힌 성분은 정제염 90.6%, 아질산나트륨 8.4%, 탄산나트륨 1.0%이었다. 피클링솔트를 복용한 예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혈중 아질산이온, 질산이온,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피클링솔트의 전체 성분에서 아질산나트륨의 비율이 비교적 낮아서 실제로 섭취된 아질산이온의 절대량이 적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전 보고[1]와 저자들의 경험에서, 자살사이트 등에서 언급된 ‘최소 치사용량’ 등의 영향으로 비교적 적은 양의 아질산나트륨을 복용한 자살 예에서 특히 아질산이온과 메트헤모글로빈 농도가 비교적 낮았던 경우가 많았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복용량이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진 사망 예에서 아질산염중독의 전형적인 부검소견들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피클링솔트를 복용한 한 예에서 근육의 선홍색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도 역시 비슷한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피클링솔트를 복용한 예에서 혈중 아질산이온 농도가 전반적으로 낮고, 정량한계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사후 혈액에서는 아질산이온이 질산이온으로 과다하게 변환되기 때문에, 아질산염중독의 진단은 혈중 아질산이온 농도뿐만 아니라, 혈중 질산이온의 농도도 고려해야 하는데[3,4], 혈중 아질산이온 농도의 현저한 차이에 비해서 혈중 질산이온 농도는 피클링솔트를 복용한 예와 순수한 아질산나트륨을 복용한 예 사이에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살아 있는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아질산염중독을 진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고, 사후에 검안 또는 부검 시 현장현시검사(point of care testing)를 통해서 아질산염중독을 진단할 수 있는 선별검사 방법이기도 하다. 피클링솔트를 복용한 부검 예에서 매우 낮은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를 나타냈는데, 비록 정상 농도 범위보다는 높긴 하더라도,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는 다른 원인의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질산염중독 사례에서 사후의 메트헤모글로빈 농도가 생전의 농도보다 급감하는 예를 볼 수 있는데[1], 임상적으로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가 30%-40%부터 증상이 발현되고, 일반적으로 70% 이상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5]을 감안하면, 피클링솔트를 복용한 예에서도 생전의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이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사후에 검안 혹은 부검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는 이런 결과가 진단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일반인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순수한 아질산나트륨을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만, 피클링솔트는 인터넷쇼핑몰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구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질산염중독 사망의 다수는 순수한 아질산나트륨을 복용한 경우이다. 부검실무에서는 피클링솔트를 복용하고 사망한 경우, 아질산염중독의 전형적인 소견이 두드러지지 않거나, 선별검사에서 낮은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를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