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 접착체(디클로로메탄)을 이용한 사망: 증례 보고
Death Due to Acrylic Adhesive (Dichloromethane): A Case Report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Deaths due to dichloromethane (DCM) poisoning are mainly caused due to accidents at industrial sites, and suicidal cases are known to be rare. Herein, we report a case of a 56-year-old man who worked as a technician and died after consuming DCM for suicidal motive. According to the investigations, he had left a recorded message on his phone for his wife, which suggested he committed suicide. At the scene, opened DCM and whiskey bottles were found; approximately 120 mL of the DCM was still in the bottle. No specific injuries were externally observed during the autopsy. Microscopic examination showed denudation of epithelium in the esophageal and gastric mucosa, and no inflammatory reaction proceeded. The denudation was accompanied by pulmonary edema, acute tubular necrosis in the kidneys, and microvesicular steatosis in the liver. The DCM was detected in blood, gastric contents, and nasal cavity fluid. The concentration of alcohol in the blood was found to be 0.487%. It was presumed that he died of acute DCM poisoning while drunk. In cases of suspicious acute and chronic DCM poisoning deaths, investigations of carboxyhemoglobin and the clinical chemistry of blood or body fluids are warranted to determine the cause and mechanism of death.
서 론
사망 사건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사망자 주변에 약물이나 화학약품을 포함한 독물이 발견되는 경우 변사자의 사망원인이 이들 약·독물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검시가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검출된 약독물이 사망 사례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희귀 성분이거나, 치사농도가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 사인 추정을 비롯한 검시과정은 갈등을 겪게 된다. 반면, 이러한 경우라도 약독물의 성상을 비롯한 작용 기전을 알 수 있다면, 우회적인 해결도 가능하다.
아크릴계 접착제의 주성분인 디클로로메탄(이염화메틸렌, dichloromethane, methylene chloride, methylene dichloride, methylene bichloride, Freon 30, CH2 Cl2, 이하 DCM)은 페인트 제거제, 플라스틱의 용제, 구리스 제거제, 에어로졸 용기의 추진 혼합제로 이용되고, 무색의 강한 휘발성 액체로 불쾌하지 않은 달콤한 냄새가 나며, 300 ppm 이상의 농도에서 대부분 사람이 지각할 수 있다[1,2]. 일반적으로 흡입에 의한 노출이 흔하며 경구나 피부 접촉을 통하여 과도한 노출이 이루어지면 심할 때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3].
주로 DCM에 노출되는 경로는 산업현장의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 도중 흡입에 의한 중독 사고의 형태로 나타나고, 자살목적으로 음독 후 사망한 국내의 증례보고가 없는 실정으로, 저자들은 치사농도에 이르는 알코올과 함께 DCM으로 음독자살한 증례를 통해 치사농도가 알려지지 않은 DCM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추정하는 데 그 작용 기전을 활용한 간접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증례 보고
변사자는 50대 남성으로 기술직으로 일을 하다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것에 힘들어했고, 배우자에게 여행 다녀온다 하고 외출 후, 사건 당일 호텔 객실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변사자는 객실 내 바닥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자세로 보였고, 식탁 위에 먹다 남은 안주류와 소주 2병, 창가에 개봉된 스카치위스키 1병이 놓여 있었으며, 침대 위와 변사자가 신고 있던 오른쪽 양말에 구토물로 보이는 마른 이물질이 묻어 있었고, TV 앞 탁자 위 종이 상자 안에 주사기 2개, 약 120 mL 정도의 내용물이 남아있는 갈색 병(MC100 표기, 아크릴 접착제, DCM)이 놓여있었다. 변사자의 양쪽 콧구멍은 휴지로 막혀 있었고 이중 코 왼쪽에서 혈성 체액이 배어 나온 것이 보였으며, 왼 눈꺼풀이음막부위 소수 점출혈을 동반한 울혈과 각막 혼탁, 오른 눈꺼풀이음막부위 울혈, 인중부위와 입술 왼 가쪽부위 마른 체액 흔적, 온몸 왼쪽부위에 형성된 적자색의 시체얼룩 이외에 특기할 만한 외상은 보지 못하였다(Fig. 1A-C).
변사자가 발견되고 3일 후에 부검이 시행되었다. 심장의 무게는 381 g이었고 오른심장동맥과 왼심장동맥의 앞심실사이가지 속공간이 90% 이상 막힌 상태였으며, 대동맥에서 중증의 동맥경화 소견을 보였다. 폐, 간, 췌장, 비장, 콩팥 등 내부 장기의 울혈이 보였고 식도 및 위 점막의 부식된 상태를 본 것 이외에 특이적인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Fig. 2A, B).
조직검사 상 콩팥의 급성세뇨관 괴사, 간소엽 주위 간세포의 수포성 지방변성(vesicular steatosis), 폐포벽의 파열과 미만성폐부종(diffuse pulmonary edema), 식도 점막층의 소실이 관찰되었다(Fig. 3A-D).
약·독물 검사 상 변사자 코 안 이물질 채취 면봉 2점과 주사기 2점, 심장혈액, 말초혈액, 위 내용물에서 모두 DCM이 검출되었으며 말초혈액에서 에틸알코올농도 0.487%, 노르말프로필알코올농도 0.0015%로 측정되었다. 알코올의 경우 일반적인 치사농도를 상회하는 정도로 검출되었으나 DCM의 경우 인체에서의 치사농도가 알려져 있지 않고, 정량분석이 되지 않아 그 자체만으로 사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였다. 따라서 DCM과 함께 치사농도에 이르는 알코올을 혼용함으로써 사망에 이른 것으로 최종 판단하였다.
고 찰
공기 중 저농도 DCM에 의한 급성 중독 증상은 피부, 눈, 호흡기 자극 증상, 오심, 두통, 운동 부조화나 어지럼증 같은 중추신경계의 영향으로 정밀기계를 다루는 공정에서 상해 또는 사고에 노출될 수 있고, 고농도 DCM에 의한 급성 중독의 경우 오심, 두통, 팔다리의 둔화, 혈액 내 효소 증가, 호흡곤란, 기관지염과 폐부종, 의식불명과 함께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2].
이러한, DCM에 의한 중독 손상은 크게 신체 조직에 대한 직접 손상과 체내 흡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일산화탄소 생성에 의한 이차 손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액상의 DCM을 섭취한 경우 구강점막의 심한 화상과 식도, 위, 십이지장 궤양과 함께 천공이 발생하거나, 폐포 및 폐혈관에 영향을 미쳐 폐부종과 폐혈전증, 위장관계 부식, 급성 간손상, 심근 손상을 통한 부정맥, 자율신경 장애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3–5].
반면, 체내에 흡수된 DCM은 cytochrome P-450 2E1 경로와 glutathione-S-transferase (GST) 경로를 통해 대사되는데, cytochrome P-450 2E1 경로를 통해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로 전환되어, 결과적으로 DCM에 의한 중독은 일산화탄소 중독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GST 경로를 통해 약 80%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데, 생쥐를 포함한 설치류에 관한 연구에서 GST에 의한 경로의 중간 대사물질로 formaldehyde, fomic acid, 무기 화합물 및 이산화탄소 등이 만들어지고, 이 대사물이 중추신경계 억제에 의한 이차적 호흡부전으로 생성된 과탄산혈증과 산증을 유발하며, 결국 만성 흡입을 통한 DCM 중독의 경우에 간독성과 발암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2,6–8].
한편, 체내에 DCM으로부터 유도된 일산화탄소의 반감기는 대기 중의 외적요인으로 인해 흡입된 일산화탄소의 반감기보다 2.5배 더 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기 중에서 흡입된 일산화탄소의 체내 반감기는 5.3시간, DCM에 노출로 인해 대사 후 생성된 일산화탄소의 반감기는 13시간이며, 두 경우에 대한 같은 기압 아래 100% 산소치료 시 각각 1.5시간과 5.8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DCM에 노출된 후, 대사로 생긴 일산화탄소의 제거가 느린 것이 DCM이 일산화탄소로 전환되는 것과 함께 체내에 DCM의 축적이 동시에 동반되고, 대기 중 외부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 중독 때보다 일산화탄소혈색소(carboxyhemoglobin, COHb) 농도의 지연성 최고점(delayed peak)을 나타내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인데, 외부에서 주입된 일산화탄소가 혈액에서 조직으로 확산하는 것과는 반대로 DCM에서 생성된 일산화탄소가 조직에서 혈액으로 확산되어 실제 측정되는 COHb는 낮게 나타나게 된다[3]. 한편, DCM에 지속적으로 노출 중독된 경우 일산화탄소에 의한 임상적 영향을 받지만, DCM 급성 중독의 경우 혈액 내 일산화탄소가 8% 이하로 측정되어 만성 중독과는 달리 높은 혈중 일산화탄소 값과 관련이 없다고 보고되었다[9].
본 증례 경우, 변사자에 대한 외표 검사인 검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양쪽 콧구멍을 휴지로 막은 상태였고, 온몸에 특기할 만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부검 중 육안 소견에서 식도, 위 점막의 부식과 현미경 검사에서 폐포벽 손상, 미만성폐부종, 콩팥의 급성세뇨관 괴사, 지방간 소견이 관찰되었지만, 식도와 콩팥의 조직 소견은 DCM 독성에 의하거나 사후변화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인 소견일 수 있다고 보았다. 약·독물 검사 상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0.487% 고농도의 알코올과 DCM이 검출되어, 유기용매인 DCM과 용해도가 높은 알코올의 혼합 섭취로 인해 신체 각 장기에 직접 손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외표 검사 상 관찰된 양쪽 콧구멍을 막은 휴지는 DCM 섭취 시 발생하는 강한 휘발성 자극의 회피를 위한 행위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한편, 섭취에 의한 급성 중독 사망으로 추정되었기에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에 대한 측정은 하지 않아 COHb 농도와 이들의 장기 손상과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과는 달리 본 증례에서 관찰된 시반, 혹은 근육이나 내부 장기의 색조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던 것과 DCM 급성 중독의 경우 혈중 일산화탄소에 영향이 없다는 보고 등으로 볼 때, 본 증례는 DCM에서 생성된 일산화탄소에 의한 이차 손상에 비해 신체 조직에 대한 직접 손상이 사망에 이른 주된 기전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DCM 중독의 경우 대부분 산업현장의 밀폐된 공간에서 DCM을 흡입하는 등 사고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폐수운반 탱크로리 운전 근로자가 DCM이 포함된 제약회사 산업 폐수를 폐수처리장 집수조로 옮기는 작업 중 심장 기능 이상으로 사망한 경우, 금속제품 세척·도정 사업장에서 DCM을 사용하여 철판의 녹 제거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DCM 증기에 중독, 질식되어 사망한 경우, 금속제품 세척 공정 근로자 2명이 탈지조 드레인 밸브에서 누출된 DCM을 청소하러 1.85 m의 피트공간에 들어갔다가 바닥에 누출되어 있던 DCM 증기에 중독 질식되어 사망한 경우, 축전지용 필름 제조사업장 근로자가 DCM을 이용 필름 표면의 왁스를 제거하는 세척 공정 점검 중 DCM 증기에 급성 중독, 질식되어 사망한 경우, 알루미늄 시트 녹 제거 공장에서 야간 근무하며 액체 DCM이 들어있는 산업용 세탁기를 모니터링 하던 중 질식 중독되어 사망한 경우 등의 보고들이 있다[7,10,11].
DCM을 자살의 목적으로 섭취한 경우로는 대만에서 펜타조신 남용 병력이 있는 49세 남성이 DCM 300개를 먹고 자살 시도하여 병원 치료를 받던 중 9일째에 사망한 보고가 있는데, 변사자는 병원 내원 8시간 후 혈중 COHb 최고치 35%로 측정되었으며 4일 차에 의식이 돌아왔지만, 콩팥 기능 악화, 무뇨증, 진행성 호흡곤란, 기침, 가래, 38.2℃ 고열과 과민반응을 보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음에도 사망하였고, 29세 남성의 경우, DCM 100 mL를 의도적으로 마신 후 상복부 통증과 메스꺼움, 구토 상태에서 발견 30분 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고 퇴원한 증례가 있으며[12], 국내에서 DCM을 박카스로 오인하여 마신 후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사례[3] 이외에 자살을 목적으로 DCM을 섭취 후 사망한 증례 보고는 없는 실정이다.
본 증례의 변사자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 투숙한 호텔 내 CCTV영상에서 변사자 이외에 객실 출입 기록이 없었고 유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통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현장의 상황과 종합해 볼 때, 치사농도에 이르는 알코올과 DCM 을 함께 음독하여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DCM은 국내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해 유해 물질로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고, 변사자가 사용한 아크릴 접착제는 현재 개인 구매가 불가능하며, 사업자등록이 되어있는 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지만, 더 면밀한 구매 추적 관리를 통한 관리 감독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음독 사망사건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현장의 의심 물질과 변사자의 입 속, 입 주변부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 및 검사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에 다양한 물질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부검 등 추가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하며, 급·만성 DCM 중독 관련 의심 사건의 경우, 혈액과 체액 등에 대한 COHb과 일산화탄소의 검사와 평가를 통해 사망 기전 설명과 사인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