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례보고와 고찰
규조류(플랑크톤) 검사는 특히 부패가 진행된 수중시체에서 익사의 진단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 검사법이나, 위음성(false-negative) 및 위양성(false-positive) 결과로 인해 검사법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고, 특히 위양성의 가능성이 높아서 익사의 진단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있었다[1]. 이런 높은 위양성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생전의 규조류 침투(penetration)에 의하거나, 사후 잠수(submersion) 시기 또는 시료 처리 과정에서의 오염에 의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특히 생전 또는 사후에 시체에 생긴 개방성손상이 이런 위양성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다[2]. 저자들은 다발성 자창으로 인해 사망한 후 사후투수된 시체에서 시행된 규조류 검사에서 위양성을 보인 부검 예를 보고하고, 개방성손상이 있는 수중시체에서 규조류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변사자는 30세 여성으로, 12월 중순에 자신의 주거지인 도심의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던 남동생(27세)과 말다툼을 하다, 남동생이 부엌에 있던 식칼로 변사자를 여러 차례 찔러서 살해하였고, 그 후 약 열흘 동안 같은 아파트 옥상에 있는 창고에 변사자의 시체를 방치하였다가, 12월 하순에 여행용 가방에 시체를 담은 상태로 렌터카를 이용하여 서해안 어느 섬에 있는 농수로에 변사자의 시체를 유기하였다.
다음 해 2월 중순에 변사자의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하였으나, 남동생이 변사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하여 변사자가 남자친구와 가출을 한 것으로 꾸며 변사자의 부모가 4월 초에 가출신고를 취소하게 하였다.
4월 중순(사망 약 4개월 후)에 변사자를 유기되었던 농수로 옆을 차를 타고 지나가던 동네 주민이 변사자의 시체가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하였다. 농수로는 저수지에서 인근 논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폭은 약 3 m, 깊이는 약 1.5 m이었으며, 변사자의 시체는 등이 약간 꺾인 채 몸이 물에 반쯤 잠긴 상태였다.
검안 과정에서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었고, 시체는 전반적으로 부패가 진행되어 있었으나, 전신에서 머리, 목, 가슴, 등에서 여러 곳의 찔린상처(자창)와 벤상처(절창)가 확인되는 등 타살이 의심되어 부검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발견 이틀 후에 부검이 실시되었다. 변사자의 키는 약 158 cm이었고, 몸무게는 약 54 kg이었다. 전신에서 국소적인 시랍화를 동반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고, 시반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시체강직은 소실되어 있었다.
머리의 왼쪽에 찌르고벤상처(자절창)와 벤상처가 있었고, 이 중 가로 방향의 찌르고벤상처는 왼쪽 귀를 가로로 절단하고, 왼쪽 관자뒤통수뼈의 골절을 동반하였다. 머리의 뒤쪽에는 마루부위(한 곳), 마루뒤통수부위 오른쪽(두 곳), 뒤통수부위(두 곳)에서 총 다섯 곳의 찔린상처가 있었고, 이들 상처의 길이는 1.3-3.8 cm이었으며, 모두 머리뼈의 골절을 동반하였고, 이들 중 뒤통수부위의 찔린상처에는 부러진 칼끝의 일부 가 박혀 있었지만, 머리 안의 손상은 없었다. 목의 앞쪽에는 오른쪽 목빗근부위에서 가로 방향의 벤상처가 있었고, 상처의 길이는 4.8 cm으로, 근육층까지 손상되었다. 목의 뒤쪽에는 여덟 곳의 찔린상처가 있었고, 칼날의 방향은 모두 1시 또는 2시 방향이었으며, 이들 상처의 길이는 2.5-4 cm으로, 모두 근육층까지 손상되었다(Fig. 1A).
가슴 왼쪽에는 왼쪽 빗장뼈 주위와 왼쪽 젖아래부위에서 찔린상처가 있었고, 왼쪽 젖아래부위의 찔린상처는 7-8번 갈비뼈사이를 관통하였지만, 내부장기의 손상은 없었다. 등에는 척주부위 등뼈부분(세 곳), 척주부위 허리뼈부분(한 곳), 왼쪽 어깨뼈아래부위(다섯 곳), 오른쪽 어깨뼈아래부위(한 곳), 왼쪽 허리부위(세 곳)에서 총 열세 곳의 찔린상처가 있었고, 칼날의 방향은 모두 9시 방향이며, 상처의 길이는 4.5-7.5 cm 으로, 대부분의 손상이 가슴안공간, 그리고 일부에서 배안공간에 이르렀다. 왼쪽 어깨뼈아래부위의 찔린상처들에서 왼허파의 주기관지와 허파실질의 손상, 내림대동맥의 손상, 지라 손상이 있었고, 왼쪽 허리부위의 찔린상처에서 위(stomach)의 손상이 있었다(Fig. 1B-D). 팔과 다리에는 왼쪽 위팔뒤부위에서 찔린상처, 오른쪽 집게손가락에서 방어손상 형태로 추정되는 관통손상 외에 특이소견을 볼 수 없었다.
내부장기는 전반적으로 부패되어 있었고, 그 외엔 특이소견이 없었다. 장기조직에서 시행한 독성학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고, 근육조직에서 에틸알코올농도는 0.029%였으나 노르말프로필알코올농도를 감안하면 부패로 인해 에틸알코올이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내부의 실질장기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대조시료의 규조류 검사를 위해 강산을 사용하는 통상적인 규조류 검사법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허파에서 Amphora속, Aulacoseira 속, Caloneis속, Cyclotella속, Diploneis속, Fragilaria속, Gomphonema속, Gyrosigma속, Melosira속, Meridion 속, Navicula속, Nitzschia속, Surirella속 등이 2,898개체/ g, 간에서 Cyclotella속이 11개체/g, 콩팥에서 Aulacoseira 속, Cyclotella속 등이 16개체/g, 심장에서 Cyclotella속, Navicula속, Nitzschia속 등이 40개체/g 검출되었고, 대조시료에서는 Aulacoseira속, Cyclotella속, Cymbella 속, Fragilaria속, Melosira속, Navicula속, Nitzschia속, Synedra속 등이 검출되었다(Fig. 2).
사인은 가슴의 찔린상처(가슴대동맥과 허파 손상 등)로 판단하였다. 규조류 검사의 양성 결과는 찔린상처를 통한 규조류의 사후 침투에 의한 위양성 결과로 추정하였다.
수중시체에서 입수 이전, 입수 과정 또는 입수 이후에 개방성손상을 입는 경우는 드물지 않고, 부패 진행에 따른 사후손괴로 인해서 체강이 노출되는 경우도 역시 드물지 않다. 살해 후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으로도 사후투수가 드물지 않아서 개방성손상이 있는 시체에서 익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법의학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
적어도 국내의 부검실무에서는, 대부분의 수중시체에서 익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규조류 검사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나, 생전의 개방성손상 또는 사후의 신체손괴를 동반한 수중 부패시체의 경우에는 규조류 검사 양성인 경우의 해석에 곤란한 점이 있을 수 있다. 비록 법의학 교과서에서는 규조류 검사 자체는 진단의 보조적 수단일 뿐, 익사의 법적 증거(legal proof)로 사용하지는 말라고 경고하고 있으나[3], 부패된 수중시체에서는 다른 익사의 소견들이 명확하지 않아서, 익사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규조류 검사 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런 경우, 넙다리뼈의 골수 등의 폐쇄장기체계(closed organ system)를 이용하여 개방성손상으로 인한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료로 규조류검사를 하는 것이 제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다[4]. 다만, 심한 개방성손상이 있는 시체에서 골수 등의 사후 오염 여부에 대한 연구는 시행된 바 없고, 부검실무에서 골수에 대한 플랑크톤 검사가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예는 드물며, 다른 실질장기에 비해 골수가 플랑크톤의 검출량이 비교적 적은 경우가 많아서 음성일 경우 익사를 배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점이 제한점이다. 본 부검의 경우엔 골수에 대한 규조류 검사가 시행되지 않았다.
진행된 부패 또는 수중생물에 의한 사후손괴 등으로 인해 가슴벽이나 배벽이 심하게 훼손된 경우, 규조류 검사 자체가 일반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은 부검실무에서 흔히 경험하는 바이나, 그 정도로 훼손이 심한 경우라면 사인을 밝혀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흔해서, 실제로 검사결과가 위양성인지 여부조차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손상의 숫자가 적거나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도 규조류 검사가 위양성인지 논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Lunetta 등의 연구[2]에서 신체손괴와 개방성손상이 없던 비수중 부패시체에서 기관절개창(tracheostoma)을 통해 규조류가 있는 용액을 주입한 후 일정 시간 실온에서 방치한 경우에도 허파를 제외한 실질장기에서 규조류가 검출된 경우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비교적 경미한 형태의 개방성손상이 있는 부패시체에서 여러 내부장기에서 규조류가 검출된 것을 오염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 있다.
본 사례는 부검실무에서 흔하게 접하는 수중시체들과는 다른 비교적 얕은 깊이의 농수로에 유기된 후 인근에서 발견되었고, 허파, 대동맥, 지라, 위 등에 개방성 예기손상을 동반하였으며, 일반적으로 규조류 검사를 통해 익사로 추정되는 부검사례와 비슷하게 대부분의 내부장기에서 많은 수의 다양한 규조류가 검출된 경우로, 부패한 수중 시체의 규조류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사례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