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찰
저자들은 25세 남자 군인이 수중 맨몸 탈출 훈련 도중 사망하여 진행했던 부검에서 사인과는 별개로 우연히 발견된 관상동맥 저형성증(hypoplastic coronary artery disease [HCAD])에 대해 간략히 보고하고자 한다. 부검은 사망 후 4일이 지나서 진행되었다. 내부장기 검사에서 심장의 무게는 353 g이었으며, 심비대는 없었다. 좌심실, 우심실, 심실중격의 두께 모두 정상 범위였다. 우관상동맥 기시부 부터 HCAD 가 있었으며 직경은 1 mm였다. 좁아진 관상동맥은 말단 부위까지 확연한 차이없이 서서히 좁아지는 양상이었다. 좌관상동맥의 전하행지의 직경은 약 3 mm, 좌회선지는 3.5 mm로, 우관상동맥의 직경이 다른 두 분지에 비해 현저히 좁아져 있었다(
Fig. 1). 관상동맥 주행에 대한 면밀한 육안적 검사 결과 우관상동맥 주변 보상적 곁순환 가지는 없었으며 좌관상동맥 우세순환이었다. 관상동맥경화증은 없었으며, 이외에 다른 기형도 관찰되지 않았다. 심장 판막은 정상이었으며 심근 절단면에서 급성/만성 허혈성 변화 및 반흔은 없었다. 현미경 검사에서 특별한 병변은 없었고 (
Fig. 2) 심장 전도계 또한 이상 없었다. 현저한 HCAD의 소견이 관찰되었지만 사망상황과 부합하여 급/만성 허혈이 없었기 때문에 사인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으며, 심한 폐부종, 접형동의 소량의 혈성액, 그리고 추체유돌부 출혈 등의 부검 소견과 당시 수중 훈련 과정의 영상, 목격자 증언, 과거력 등을 종합하여 사인은 얕은 수심 실신(shallow water blackout)으로 인한 익사(drowning)로 결론지었다.
Fig. 1.
Hypoplastic coronary artery disease of a 25-year-old man. Compared to the diameter of the left anterior descending coronary artery (3 mm) (B), the diameter of the right coronary artery (1 mm) (A) is significantly smaller.
Fig. 2.
Microscopic image of right coronary artery (A) and left anterior descending coronary artery (B) (H&E, ×25).
HCAD는 드문 선천성 저형성 질환으로 관상동맥의 주요 분지 중 하나 이상에서 현저한 내강 직경 혹은 길이의 감소가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1,
2]. HCAD는 1970년에 최초로 보고가 된 이후 지금까지 약 30예 정도가 보고되어 있을 정도로 드문 질환이며 현재까지 국내에서 학계에 보고된 사례는 없다[
3,
4]. HCAD는 높은 급사율과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초기의 사례 보고들은 부검을 통해서 보고가 되어왔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관상동맥조영술(coronary angiography)을 통해 살아있는 환자에서의 HCAD 사례가 또한 발견되고 있다. HCAD는 다른 기형과 동반되어 나타나거나, 다른 기형 없이 단독으로 발생한 경우 2가지로 나뉘게 되는데 대다수의 보고된 증례들은 단독으로 발생한 경우였다[
2,
5]. 본 증례도 육안 및 현미경적 검사에서 심장의 다른 기형 없이 우관상동맥의 저형성 HCAD만 단독으로 있었다.
HCAD의 발생 기전으로 관상동맥 기시부의 협착, 혈관 경로의 비정상적 주행, 관상동맥 형성 과정에서의 비정상적 증식 반응 등이 추측되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분자병리 발전에 힘입어 HCAD 환자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질병 발생 기전을 밝히려는 시도가 최근 중국에서 있었다[
6]. 10세의 소년으로, 관상동맥 주요 세개의 분지 모두 HCAD 가 있는 환자였다. Whole genome sequencing을 통하여 관상동맥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전자인
NOTCH1에서 c.1023C>A mutation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일반인구집단에서의 HCAD의 빈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Ogden [
3]에 따르면 224명의 선천성 동맥 기형 부검 사례 중 HCAD는 0.022%였으며, Gol 등[
7]이 시행한 58,023명의 관상동맥 조영술에 대한 연구에서는 257명(0.44%)에서 다른 관상동맥 기형이 발견되었지만 HCAD가 발견된 환자는 없었다. 대다수의 HCAD는 본 증례와 마찬가지로 소아 및 젊은 성인에서 보고가 되었으며 위치는 우관상동맥 및 좌회선지가 좌관상동맥 전하행지보다 더 발생 보고가 많았다[
6,
8].
Smith와 Davis [
9]에 따르면 HCAD로 인한 사망으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현저히 좁은 직경의 관상동맥과 함께 순환 저하로 인해 생성되는 보상적 곁가지 순환이 없어야 하며, 현미경적으로 급성/만성 심근 허혈이 확인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다른 사망원인이 배제되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저히 좁은 직경의 관상동맥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보고된 증례들 또한 기존의 다른 정상적인 관상동맥과 비교하여 현저한 직경의 감소 혹은 혈관 길이의 감소가 보이는 경우를 HCAD라고 칭하였다. 본 증례에서는 좌관상동맥 전하행지, 좌회선지의 직경은 각각 3 mm, 3.5 mm으로 우관상동맥에 비해서 3배, 3.5배 차이가 났다. 편의상 3배 이상이 되면 현저한 차이를 느낄 수 있어 관상동맥의 경우 직경 1 mm 이하를 저형성이라고 할 것을 제안한다.
HCAD로 진단된 사례들은 급성 심장사로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가슴통증, 실신, 운동 중 호흡 곤란 증세를 첫 증상으로 보인 경우도 있었다. 본 증례의 경우 HCAD 자체가 아닌 익사라는 별개의 원인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으며, 이는 부검 도중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기존의 보고된 사례들과는 차이가 있다. 질병을 가지고 있다가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는 것과 그 질병 때문에 사망하는 것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단순히 질병의 정도만 평가하여 사망원인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급성 심장사가 의심되는 부검에서 특히 소아 및 젊은 성인의 경우 드물지만 HCAD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항상 고려할 필요는 있다. 사망원인 판단은 항상 사망 상황에 합당해야 하고 의학적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어야 할 것이다.